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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도·강 84㎡ '8.5억'… 매매 아닌 전셋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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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매매가격 수준으로 급등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는 전세난민

노·도·강 84㎡ '8.5억'… 매매 아닌 전셋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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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춘희 기자, 문제원 기자] '8억5000만원.' 1년 전만 해도 서울 동북권의 중저가 아파트 밀집지역인 일명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일대 84㎡(전용면적) 아파트을 매수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하지만 현재 이 일대에서는 이 가격이 전세가가 돼버렸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었던 세입자들은 치솟은 집값에 내 집 마련 꿈이 멀어진 것은 물론 자칫 전세살이마저 더 외곽으로 밀려나야 할 상황에 처한 셈이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과 일선 부동산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노원구 중계동 '건영 3차' 아파트 84㎡는 이달 8일 8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아파트는 지난해 5월에도 한 차례 8억6000만원에 전세 거래된 적이 있었지만 당시 5억원 초·중반대였던 정상 시세와는 거리가 있는 특수 거래였다.


반면 최근 거래는 지속적인 가격 상승세의 연장선상에 있다. 앞서 지난달 24일 8억2000만원에 거래된 지 보름이 채 안돼 전세가가 3000만원 더 뛰었다. 인근 '청구 3차' 84㎡ 역시 지난달 8억원에 전세 거래되는 등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 아파트의 전세가가 이처럼 뛴 것은 중계동 은행사거리 일대 학원가 바로 옆이어서 교육수요가 몰리고 있는 반면 계약갱신요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등 임대차2법 시행으로 전세 매물은 씨가 마른 탓이다. 중계동 A공인중개사사무소(공인) 대표는 "전세시세는 집주인들이 부르는 게 값"이라며 "두 단지 모두 지난달까지만 해도 7억원대 전세 매물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본 8억원에서 시작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 같은 전세가는 지난해 이 일대 매매가에 육박한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건영 3차 84㎡의 지난해 8월 평균 매매시세는 8억5500만원이었다. 가파르게 가격이 상승하면서 매매가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는 것이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청구 3차와 건영 3차 (사진=김현정 기자)

서울 노원구 중계동 청구 3차와 건영 3차 (사진=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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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승세는 강북구와 도봉구 일대에서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4일 강북구 미아동 '래미안트리베라 2차' 84㎡는 7억원에 전세 계약이 맺어졌다. 지난달 30일 6억5000만원으로 전세 신고가를 경신한 지 불과 나흘만에 5000만원이 더 뛰었다. 도봉구에서도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5차' 84㎡가 지난 7일 6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역시 이 아파트 전세가로는 역대 최고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 대비 0.14% 올랐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실수요 대비 매물부족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학군 등 정주여건 양호하거나 직주근접 수요가 꾸준한 단지 위주로 상승했다"고 진단했다. 자치구 별로는 노원구 0.12%, 강북구 0.11%, 도봉구 0.09% 등 상승세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전세 가격 상승이 정부 정책의 역효과라고 지적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시장에 나와야 할 물건이 안 나오니 전세 매물이 안 풀리고 있다"며 "세금 문제와 규제 등으로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분양가상한제로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다보니 분양을 위해 무주택을 유지하려는 전세 수요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비싼 아파트 전세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상대적으로 싼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으로 이동하는 전세 수요도 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외곽지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도 전세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노원구의 매매가는 전주 대비 0.05% 오르며 관악구, 강남구와 함께 서울 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강북구는 0.03%, 도봉구는 0.01% 올랐다.


상승세는 올해 누계치로 보면 더욱 두드러진다.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 누적 상승률 1~5위에는 노·도·강과 함께 이른바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로 불리는 외곽지역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로구가 2.53%로 1위를 차지했고, 강북구(1.97%), 노원구(1.92%), 관악구(1.78%), 도봉구(1.64%) 순이다.


실제 중계동 청구3차의 경우 지난 6월 10억300만원에 거래되며 노·도·강 일대 84㎡ 아파트로는 처음으로 10억원을 돌파했다. 중계 건영 3차 역시 바로 다음달 10억700만원에 거래되며 10억원 클럽에 가입했다. 청구 3차와 건영 3차의 최근 실거래가는 지난달 각각 12억9000만원과 11억5000만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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