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論]코로나19 시대의 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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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질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우리나라도 겨울로 접어들면서 매일 확진자 숫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되자 "이제 코로나19가 나에게도 가까이 다가오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찬바람 부는 겨울이 오면 부고를 자주 접한다. 나의 어머니도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91세 어머니는 낙상으로 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서 재활치료 중에 마침 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격리된 생활을 하게 되셨다. 처음에는 전화 통화도 자주 하면서 오히려 밖에 있는 자식들의 건강을 염려하셨는데 가족들의 방문이 금지되자 시간이 지날수록 말씀이 적어지고 전화를 해도 잘 받지 않으셨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에서 지내시면서 어머니는 정서적, 육체적으로 급격히 약화되더니 결국 돌아가셨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코로나19 시대의 노인의 삶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됐다.

코로나19 감염과 관련한 국내 통계를 살펴보면 확진자 수는 20대(27.75%)와 50대(17.92%)가 다수를 점하고 70대(6.5%)와 80세 이상(4.47%)은 적은 반면에 사망자 비율은 70대 이상 노인층이 전체 사망자의 77.42%를 차지한다. 확진자 수 중 사망자 수의 비율인 '치명률'도 젊은 세대의 비율은 거의 미미한 수준인데 70대(10.81%)와 80세 이상(25.51%)은 높다. 노인들은 다양한 기저질환이 있어서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급격히 진행돼 사망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혼자서 일상생활이 어렵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요양시설에서 감염되거나 시설 관계자가 감염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또한 노인들이 치료 및 돌봄을 받는 대형병원, 요양병원, 요양원과 같은 시설이 집단 감염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설은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와 같은 제공인력만 출입을 허용하는 등 폐쇄적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로 코로나19 감염은 막겠지만 격리된 노인은 사랑하는 가족, 친척, 친구 등과 교류가 단절되면서 자칫 죽음으로까지 이어질 수가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이 길어지면서 성인남녀 절반 이상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으로 이어지는 '코로나 블루' 현상을 겪고 있다고 한다. 우울함과 불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고립, 외출 자제로 인한 답답함, 지루함'이 꼽혔다. 젊은 세대도 절반이 넘는 다수가 겪는 고립감, 외로움은 노인들의 경우에 그 정도가 더욱 심각하다. 요양시설은 외부인 접촉 금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코로나19로 가장 어려운 점은 노인들의 정서적 고립이다. 면회, 자원봉사, 강의 및 외부 프로그램 등이 모두 금지되다 보니 노인들이 수용자 신세가 된 것이다.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요양보호사 등으로 한정되니 별다른 외부적 자극이 없이 사실상 격리돼 극도의 외로움과 상실감을 겪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도 노인 사망 원인 중에 고독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컸던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감염으로 사망에 이른 노인들의 숫자가 증가하는 것 외에도 사회심리적 고립으로 인해 사망에 이른 경우도 더욱 증가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한국의 노인들, 특히 80세 이상의 노인들은 일제 강점기, 태평양전쟁, 6ㆍ25 전쟁 등을 겪은 세대로서 나라 없는 설움과 전쟁 그리고 정치ㆍ사회적 혼란을 혹독하게 겪으면서 기적적인 경제 성장과 민주화의 초석을 일궈낸 세대다. 코로나19로 인해 성큼 앞당겨진 4차 산업혁명의 뉴노멀 시대에 노인들을 고립시키면서 현대판 고려장을 재현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감염에 대비한 격리는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격리에만 신경 쓴 나머지 소통 단절로 인해 노인들의 소중한 경륜과 지혜가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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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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