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했는데, 집이다"‥연말 사라진 기업들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이기민 기자]
# A사는 최근 임원인사 후 조직개편을 단행, 새로운 팀을 꾸리고 신입사원을 받았다. 매년 연말이면 진행됐던 일상적인 업무다. 하지만 올해 A사는 올핸 여태껏 경험해 보지 못한 연말을 맞고 있다. 인사 후 조직개편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지만, 새로 꾸린 팀원간 서로 얼굴을 모르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했다. 대부분이 재택 근무를 하고 있는데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소수의 직원도 항상 마스크를 쓰고 생활하고 있어 얼굴을 익힐 기회가 없기 때문이다. A기업 관계자는 "부서장이 새로 배치된 직원의 이름을 메신저로 조용히 물어왔는데 바로 답을 못 했다"며 "서로 마스크 위로 눈만 끔벅이며 대화는 메신저로만 하다 보니 동료 얼굴도 모르고 근무하는 세상이 됐다"고 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공포에 회식도 금지됐다"며 "술 한잔 기울이며 연말을 마무리 했던 1년전이 그립다"며 아쉬워했다.
#스타트업 B기업 대표는 연말 송년회를 꿈꾸는 직원들을 위해 식당 홀 전체를 일찌감치 대여했다가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서자 취소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켜보면서 송년회는 도저히 무리라는 생각에서다. 10명 남짓한 직원들이 모여 올해의 묵은 때를 벗고 희망찬 새해다짐을 해보자는 소박한 꿈은 내년으로 미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연말까지 2.5단계로 격상되면서 조금씩 활기를 되찾아가던 국내 기업 분위기도 다시 꽁꽁 얼어붙었다. 직원 대부분이 재택근무를 하면서 회사는 빈자리만 덩그러니 남은 유령도시가 됐다. 연말 송년회는 언감생심, 그나마 조심스럽게 만나던 국내 거래처 관리도 전면 중단됐다. 2020년 말, 출근하려면 임원 허락을 맡아야 하고 마스크 종류도 회사에서 정해주는 시대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차, SK, LG, 포스코, 한화 등 기업들은 정부 방침보다 한 단계 더 높은 거리두기 3단계 수준의 방역지침을 일부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사업장 내 사내 간담회는 물론 내부 회의도 10명 이하로 축소했다. 특히 외부 음식의 사내 반입을 금지시켰고 외부 식당과 카페를 방문한 직원의 경우 7일간 능동감시를 하도록 지침을 내린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은 재택이 원칙이고, 출근을 하려면 팀장 및 임원의 컨펌(확인)을 받아야 한다. 전 직원의 30% 이하만 출근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도록 조치했다. LG전자도 지난달 23일부터 거리두기 3단계를 적용하고 있다. 약 70%의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모든 행사와 집합교육, 회의, 회식 등이 금지됐다.
현대자동차는 직원들이 상시 착용하는 마스크에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료용 마스크나 KF80, 비말마스크 등 대신에 'KF94' 마스크 착용을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다. 현재 거리두기 2.5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시행 중이며 단계 상향을 검토 중이다. 지난주부터 50% 이상의 인원이 재택근무를 하도록 했으며 대외활동과 회식 등도 금지했다. 사내 헬스장과 공용공간은 문을 닫았고, 출퇴근 시 모바일 자가문진을 의무화하고 있다.두산인프라코어는 생산라인 가동, 업무 최소 인력을 제외한 전원이 재택근무를 시행 중이다.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사업장 출입 자체를 금지시켰다. 국내 사업장 간의 이동도 제한된 낯선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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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주 인사발표가 났지만 다들 재택이다 보니 축하인사도 모두 카톡과 메신저 전화로 하고 있다"며 "신임임원이 와도 이메일로 인사하고 이런 상황이다. 언제쯤 다 같이 만나서 인사하고 상견례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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