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완주 부국장 겸 정치부장]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한 직후 그에게는 '양날의 검'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권력 핵심부는 물론, 여야 가릴 것 없이 칼을 휘젓게 될 것이라는 예측 때문이다.
양날의 검은 이제 '계륵'이 됐다. 여당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윤 총장의 임기는 내년 7월이다. 후임 총장 물색과 인사청문회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임기는 6개월 남짓. 그래서 건들기가 참 애매하다.
윤 총장을 해임하면 정치적 몸값만 띄어주는 결과가 초래될 것이다. 긁어 부스럼이다. 권력의 탄압을 받고 물러난 검찰총장의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내년 보궐선거를 앞둔 여당으로서는 악재다. 당장 속이 쓰리고 아니꼽더라도 내버려 두는 수밖에 없다.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는 여당의 속내다.
국민의힘은 국정감사장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향해 결기를 보인 '윤석열'에게 환호와 지지를 보냈다. 제대로 힘도 못쓰고 맹탕 국감을 만들었다는 지적이 부담스러운 시기였다. 그러던 차에 작심발언을 쏟아내는 윤 총장의 등장은 구세주나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에 불만을 가진 국민의 인기도 그에게 집중됐다. 급기야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에서 17.2%까지 지지율이 급등하는 기염을 토했다. 현직 검찰총장이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사상초유의 사태를 뛰어넘어 야권 내 독보적 1위를 기록한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망론'을 과연 업고 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쉽지 않은 일이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보면 윤 총장의 등장이 되레 계륵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왜 그럴까.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의 사례가 떠오를 수밖에 없어서다. 반 전 총장은 탄핵 사태로 허덕이는 새누리당이 판을 깔아주길 기대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그래서 들고 나온 것이 제3지대 '빅텐트' 전략이었다. 결과는 허망했다. 거칠고 황량한 정치 환경을 견뎌낼 잡초 근성이 없었던 탓이다. 정치 경력이 전무한 고위 공직자의 대권 경쟁력이 심각할 정도로 취약하다는 점을 깨닫게 한 교훈만 남겼다.
반 전 총장처럼 자신을 뒷받침할 당내 세력이 없는 윤 총장이 국민의힘 외곽을 겉돌다가는 자멸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에 입당을 해도 마찬가지다. 특정 프레임에 갇힐 경우 그대로 주저앉을 수도 있다. 윤석열 대망론에 힘을 실었던 국민의힘이 갑자기 선장도 없는 난파선으로 전락하는 사태를 두려워하지 않을 리 없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 보자. '대쪽 검사'로 인기가 높았던 안대희 전 대법관의 사례도 있다. 그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되면서 '안대희 대망론'의 불씨를 지폈다.
하지만 하루 수입 1000만원의 '황제 변호사' 이력으로 전관예우 논란에 휩싸여 낙마했다. 지명된 지 불과 6일만이었다. 그리고 대망론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스스로 헤쳐 나오지 못한 공직자 출신의 한계를 드러냈을 뿐이다. 그래서 국민의힘이 윤석열 대망론을 덥석 끌어안기가 부담스럽다.
윤 총장이 정치를 선택한다면 어떤 형태로 걷게 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당장 인기가 치솟는다고 대망론에 올라타는 일은 위험부담이 크다. 쿠데타를 제외하면 국회의원도 거치지 않은 정치신인이 대권에 오른 사례도 없다. 윤 총장의 부친이 충청도 출신이라 '충청 대망론'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지만 설득력이 없다.
대권이 아닌 국회의원부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윤 총장은 전형적인 서울 출신이다. 검찰총장의 이력을 앞세워 서초구 등 강남 3구에서 출마를 하거나 재ㆍ보궐 선거에 나선다면 국회 입성이 마냥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의도 정치에서 맷집을 키운 다음 세력을 확보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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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 결과가 그의 정치 행보를 앞당길 '스모킹 건'이 될지 그래서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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