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4년 전 글로벌 금융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트럼프 공포'는 재연되지 않았다. 미국 대통령 선거일인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선거 이후 대규모 경기부양책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2% 안팎의 상승장을 나타냈고 국채 금리·유가 등도 나란히 올랐다. 주요국 증시가 예외없이 폭락하고 겁에 질린 시중자금이 안전자산으로 급격히 쏠렸던 4년전 선거 당일과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날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2.06% 급등한 2만7480.03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7월 이후 최대 일일 상승폭이다. S&P500지수는 1.7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85% 상승 마감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도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이날 0.881%까지 상승했다. 지난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년물과의 금리 차는 2018년1월 수준까지 벌어졌다.

국제유가도 일주일 내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1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2.3%(0.85달러) 오른 37.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2% 상승폭이다.


이는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와 민주당의 상원 장악을 위미하는 '블루웨이브'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티은행에서 미국 증시를 담당하는 홍 리는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라며 "선거 결과가 빠르고 명확하게 나오면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경기부양책 패키지도 뚜렷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UBS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의 미주시장 최고투자책임자인 솔리타 마르셀리는 "통상 증시는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대한 불안감이 더 크지만 올해는 독특한 선거"라고 말했다.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고 민주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이끌게 될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응 및 인프라 투자 등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민주당 측이 제시한 추가 부양책 규모는 3조달러 수준으로 공화당이 내세운 규모를 두 배이상 웃돈다.


다만 예상을 뒤엎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될 경우에도 증시에는 긍정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후보 둘 다 통화완화, 저금리를 선호해 대선 이후 불확실성 제거에 따른 상승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4년 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을 때 글로벌 금융시장이 출렁였던 것에 대한 일종의 학습효과도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캠페인 기간 내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저돌적 행보를 보였던 트럼프 후보는 금융시장이 가장 두려워하는 불확실성을 극도로 높였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증시는 역사적으로도 선거 당일에 좋은 결과를 보였다"며 "S&P500지수의 경우 대선 여론조사가 시작된 1984년부터 2020년까지 총 10일의 선거일에 평균 0.9%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횟수로는 총 8번이다. 야데니리서치에 따르면 1945년 이후 6번의 블루웨이브에서 S&P500지수는 56%, 레드웨이브에는 35% 오름세를 보였다.


현재 시장에서는 여론조사 상 앞섰던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에 오르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하는 시나리오가 월가에 악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양책 발표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CNBC는 "투자자들이 원하는 것은 명확한 후보"라며 선거 개표 결과 혼조세를 나타낼 경우에도 시장에는 악영향이 쏟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종 승패를 결정하는 핵심 경합주에서는 현재 오차범위 내 접전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소송, 재검표 등으로 법적시한인 내년 1월 대통령 취임까지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아트 호건 내셔널시큐리티즈 수석시장전략가는 "내일 아침 확실한 승자가 없다고 해도 시장은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법정 소송, 재검표에 대한 언급이 다음 주 중반까지 이어진다면 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지적했다. 세븐스리포트의 톰 이사예 창업자는 "결국 시장은 대선 결과의 명확성을 바란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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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이날 34.49로 떨어졌다. 중장기 평균선을 훨씬 웃돌지만 10월 말 40을 넘어선 이후 하락세다. 바클레이스는 이를 "투자자들의 건강한 불안감"으로 평가했다. 대선 결과를 둘러싼 혼돈 우려가 여전히 제기되며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오름세였다.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17.90달러) 오른 1910.40달러에 장을 마감해 1900달러 선을 회복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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