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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핼러윈이 그렇게 중요한가요?"…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청춘들

최종수정 2020.11.01 03:45 기사입력 2020.11.01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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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맞은 주말, 이태원·홍대 등 서울 도심 마비
마스크·거리두기 등 방역수칙은 다른 나라 이야기
홍대에서 이태원으로, 다시 강남으로 메뚜기 점프

핼러윈데이를 맞은 31일 오후 11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골목이 각종 분장을 한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핼러윈데이를 맞은 31일 오후 11시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인근 골목이 각종 분장을 한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이정윤 기자] “젊은이들이 단오제는 알까요? 우리나라 명절보다 더 챙겨요.”


핼러윈데이인 31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서 홍대입구로 향하는 택시를 탄 취재진을 향해 택시 기사 백모(57)씨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이날 저녁에만 이태원과 홍대를 네 차례나 왕복했다는 백씨는 “이태원은 70~80%, 홍대는 50% 이상이 괴기스러운 분장을 한 젊은이들로 가득 찼다”면서 “서양 명절을 왜 저렇게 목숨 걸고 챙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올해 5월 수도권을 덮쳤던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의 공포는 기억 속에서 사라진 모습이었다. 핼러윈데이를 맞은 서울 도심 주요 유흥가들은 10월의 마지막날을 즐기기 위한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 조차 찾기 어려웠다.


핼러윈데이마다 1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리는 이태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며칠째 세자릿수를 기록하면서 예년보다 적은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지만, 20~30대 젊은이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이곳에 위치한 주요 클럽들은 방역 당국의 영업 정지 경고에 겁을 먹고 운영을 일제히 중단했다. 그러자 이태원을 찾은 이들의 발걸음은 라운지바와 헌팅포차 등으로 향했다.


외국영화 주인공 혹은 귀신 등으로 분장한 채 길거리를 누비던 이들은 마스크를 반쯤 내리거나 아예 벗은 채 처음 보는 이들과 기념촬영을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이태원 주요 골목 곳곳에는 페이스페인팅을 비롯해 핼러윈 분장을 해주기 위한 부스들도 수십 곳이 마련돼 있었다. 인파가 몰리면서 이태원 골목을 오가는 이들 사이에 ‘거리두기’는 당연히 없었다. 이날 이태원을 찾은 김채원(23·여)씨는 “친구들과 오랜만에 모임을 갖는 데다가 핼러윈 데이가 겹쳐 이곳으로 왔다”면서 “코로나도 많이 안정된 것 같아 크게 걱정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핼러윈데이를 맞은 31일 오후 11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문화공원이 각종 분장을 한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이정윤 기자 leejuyoo@

핼러윈데이를 맞은 31일 오후 11시께 서울 마포구 홍대문화공원이 각종 분장을 한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이정윤 기자 leejuyoo@


같은 시각 마포구 홍대문화공원(놀이터). 이 곳 역시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모인 수백명의 청춘들로 붐볐다. 이들에게도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은 존재하지 않았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흡연을 하거나 대화를 나눴다. 또 술을 마시고 고성방가를 지르거나 옆 사람을 껴안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젊은이들이 주로 모이는 KT&G 상상마당 인근의 한 카페는 이튿날인 1일 오전 3시에도 분장을 한 이들로 붐볐다. 카페를 방문한 이들은 대부분 얼굴에 한 분장 때문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였다. 음료를 마실 때 외에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지만 이와 같은 방역수칙은 전혀 지키지 않았다. 음료 주문을 위해 줄을 설 때 1m이상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방역을 잊은 이들의 발걸음은 한 곳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홍대와 이태원, 강남을 오가며 이른바 '물 좋은' 곳을 찾아 헤매는데 혈안이었다.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코로나19 사태를 비꼬는듯 의사와 간호사 분장을 한 젊은이들은 "시시하다, 강남으로 가자"며 택시를 불러 세웠다.


핼러윈데이를 맞은 31일 오후 11시께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한 가요클럽 앞. 입장을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긴 대기줄이 형성돼 있다. /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핼러윈데이를 맞은 31일 오후 11시께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한 가요클럽 앞. 입장을 기다리는 젊은이들로 긴 대기줄이 형성돼 있다. /사진=유병돈 기자 tamond@


이들이 향한 강남역 인근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도 주요 클럽들이 영업을 일시적으로 중단했지만, 술을 마시며 춤을 출 수 있는 일부 업소들은 입장을 기다리는 인파가 끊이질 않았다. 강남역 인근 곳곳에 즐비한 헌팅포차들도 클럽 대신 발길을 돌린 젊은이들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좌석 간 거리두기나 실내 마스크 착용 등 정부가 권고한 방역 지침은 전혀 지키지지 않았다.


길거리는 상황이 더 심각했다. 핼러윈분장을 한 1인 방송 BJ들은 마스크를 벗어던진 채 시민들을 인터뷰하기 바빴다. 또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들은 일행들과 혹은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침을 튀기며 헌팅을 하는데 집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완화된 지 딱 20일째. 핼러윈데이를 맞은 서울 도심은 코로나19를 잊은 무법천지였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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