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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 추락하는 엑슨모빌의 자신감, 어디서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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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하락으로 2분기 연속 적자 본 엑슨모빌
석유기업 신사업 진출 러시 속 마이웨이 고수…이유는

아시아경제신문은 격주로 금요일 자에 국제 석유 질서의 변화와 에너지산업의 미래를 진단하는 '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2008년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해 유럽ㆍ아프리카사업본부, 비축사업본부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런던 코번트리대의 석유ㆍ가스 MBA 과정을 밟았습니다. 지난해 석유의 현대사를 담은 베스트셀러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를 펴냈습니다.
[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 추락하는 엑슨모빌의 자신감, 어디서 나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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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슨모빌은 미국 최대의 기업이었다. 2000년 이후 줄곧 시가총액 1~2위를 유지했고 2006년부터는 장기간 부동의 1위였다. 2012년 애플에 시가총액 1위를 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매년 수백억 달러의 순이익을 내고, 전 세계를 투자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는 가장 미국적인 기업이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답게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를 10년간 역임한 렉스 틸러슨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번째 국무부 장관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그랬던 엑슨모빌이 유가 하락으로 최근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다우존스 산업지수에서 제외되는 굴욕을 당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엑슨모빌이 시대의 변화를 놓치고 추락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금과 같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유가가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된다면 버틸 석유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상당수의 석유기업이 새로운 에너지 분야로 진출하거나 사업을 다각화하려 한다. 특히 유럽의 최대 석유기업 BP는 2030년까지 석유가스 생산을 40% 감축하고, 신재생에너지 사업 투자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엑슨모빌은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석유 수요가 회복된다는 전망을 토대로 미래에도 석유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엑슨모빌이 지금과 같은 상황에도 사업 방향을 고수하는 그 계산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엑슨모빌의 두뇌들은 무엇을 믿고 석유 사업에 집중하겠다고 하는 것일까?


'장기 인구 증가 전망' 토대로 유가하락에도 석유사업 집중
실제 세계 인구규모 증가가 석유수요에 결정적 요인

기업의 전략을 결정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 그들이 가장 크게 의존하는 것은 '장기 인구 전망'이다. 엑슨모빌의 CEO 대런 우즈(Darren Woods)는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2040년까지 인구 증가, 특히 중산층 증가로 에너지 수요는 20% 증가할 것이며 이 수요는 석유와 가스에 의해 충족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엑슨모빌은 위와 같은 '인구 증가에 따른 석유 수요 증가'를 올해 연례 보고서에서도 명시하며 장기 전략의 근거로 삼고 있다.


실제로 석유 수요의 가장 큰 결정 요인은 세계 인구 규모였다. 지난 20여년간 석유 소비량이 우상향한 가장 큰 이유는 인구가 증가하고 이로 인해 경제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비단 석유 수요뿐 아니라, 경제와 관련된 장기 예측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구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인구 통계 변화는 정확한 미래 예측을 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할 정도로 인구의 영향을 강조했다.

석유 수요는 식량을 제외한다면 다른 어떤 상품의 수요보다 인구와 상관관계가 높다. 석유는 일상과 산업의 필수재로 우리의 생활과 생산 활동에 필수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수십 년간 유가 급등락과 관계없이 일정한 추세를 유지한 석유 소비량이 그것을 방증한다. 연평균 유가가 전년 대비 20% 이상 상승하며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2011년에도, 전년 대비 20% 이상 하락하며 40달러대로 추락했던 2016년에도 석유 소비량은 크게 줄거나 늘지 않았다. 인구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했을 뿐이다.


▲최지웅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저자,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근무

▲최지웅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저자, 한국석유공사 석유정보센터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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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UN)의 '2019년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19년 기준 약 77억명이며, 2040년에는 92억명에 이르고, 2057년에 100억명을 돌파한다. 이러한 인구 증가는 필연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증가시킨다. 인구 증가와 함께 자연스럽게 시장이 커지고 경제 규모가 커질 것이다. 이동하는 사람의 수와 물자의 양이 늘어날 것이다. 무엇보다 늘어난 사람만큼 더 많은 식량과 주택이 필요하고, 더 많은 생필품이 소비될 것이다. 인구가 석유 수요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펀더멘털적 요소라는 것을 논박하기는 어렵다.


인구 증가 → 에너지 소비 필연적…과거 20년간 수치가 뒷받침
엑슨모빌의 결정, 정치와 시류 배제된 가장 자본주의적 태도

과거 20년간의 추세도 이를 뒷받침한다. 2000년 기준 약 61억명이었던 세계 인구는 2019년에 약 77억명으로 25.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석유 수요는 하루 약 7700만배럴에서 약 1억배럴로 28.5% 증가했다. 최근 20년간은 석유 수요가 인구보다 약간 크게 증가한 것이다. 유엔은 현재 77억명인 세계 인구가 2040년에는 92억명이 돼 현재 대비 약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과거 20년간의 흐름을 반복한다면 2040년 석유 수요는 19%보다 크게 증가할 것이다. 엑슨모빌의 CEO 대런 우즈는 19%보다 1%포인트 큰 20%의 수요 증가를 주장했다.


물론 인구 외에도 석유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 개선, 전기차 보급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대가 크고, 그것의 확대는 바람직한 미래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입장은 분명하다.


향후 신재생에너지가 기존 에너지 믹스에 '추가'되지만, 그것이 기존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IEA는 에너지원별 수요에서 현재 14.1%인 신재생에너지의 비율이 2040년에 20.7%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 비중 확대로는 석유 수요 증가세를 '둔화'시킬 수 있지만, 증가세 자체를 '상쇄'할 수는 없다. 물론 향후 신재생에너지 확대 추세는 과거보다 뚜렷해질 것이다. 그래서 IEA는 세계 인구가 2040년까지 19% 증가하는 상황에서도 석유 수요는 약 10% 증가하는 수준에서 머문다고 보았다. 즉, 신재생에너지의 비중 증가 정도인 6.6%포인트(14.1%→20.7%)가 어느 정도 석유 수요 증가세를 완화한다고 본 것이다.


엑슨모빌의 생각이 너무 단순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석유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가격에 대해 수요가 매우 비탄력적인 상품이다. 비탄력적일수록 필수적 재화다. 따라서 사람이 늘어난 만큼 소비가 늘어난다는 전망은 타당한 면이 있다. 물론 미래 예측에 정답은 없고, 언제 어떤 사건과 기술이 출현해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모른다. 또한 코로나19가 내후년 이후까지 지속될 경우 인구 구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다만, 맞고 틀림을 떠나 인구와 석유 수요의 비례관계를 이용한 미국 기업의 전략이 정치와 시류가 배제된 가장 자본주의적 태도일 수 있을 것이다.


< [최지웅의 석유패권전쟁]은 오늘이 마지막 연재입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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