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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B] 학교 나온 지 3년차 "우리만의 길 개척해볼래요" 다연·지원씨

최종수정 2020.10.24 09:10 기사입력 2020.10.24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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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소수, 더 나은 비주류 세상

청소년 김다연·양지원씨 인터뷰

광주 청소년 삶디자인센터에서 동아리 만들어 활동 중

광주시 청소년 삶디자인센터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었다. 여러 활동을 하는 동아리 '차근차근 모임'에서 다연씨는 '송현' 지원씨는 '호수'로 불린다. (제공=김다연씨)

광주시 청소년 삶디자인센터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모여 동아리를 만들었다. 여러 활동을 하는 동아리 '차근차근 모임'에서 다연씨는 '송현' 지원씨는 '호수'로 불린다. (제공=김다연씨)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모든 청소년을 학년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다니지 않아서 자연스럽게 학년 자체가 없는 청소년들도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학업을 중단한 학생 수는 초등학교 1만8366명, 중학교 1만1명, 고등학교 2만3894명이다. 매년 조금씩 늘어나는 추세다.


청소년들이 학교를 그만두는 이유는 다양하다.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2018)를 보면 다른 곳에서 원하는 것을 배우고 싶어서(23.4%), 심리·정신적 문제(17.8%), 검정고시 준비(15.5%), 내 특기를 살리기 위해서(15.3%)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않는다. 그만두는 이유가 다양한 만큼 학교 밖 청소년들은 다양한 그들의 삶을 살고 있다.

 [사이드B] 학교 나온 지 3년차 "우리만의 길 개척해볼래요" 다연·지원씨


학교 밖 청소년들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대신 홀로 결정해야 할 것들이 많다. 때로는 두렵고 막막하기도 하다. 그러나 많은 시간 동안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해본다. 그리고 찬찬히 일상을 풀어 나간다. 학교 밖 청소년들이 모여 만든 동아리 '차근차근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19살 김다연·양지원씨를 만났다. 두 청소년 모두 광주에 살고 있어 화상채팅 플랫폼 '줌'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 코로나 시대 일상은 어떻게 달라졌나


김다연(이하 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지 못 하고 대화를 하지 못 하게 된 상황이 생각보다 더 갈증이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된 수업이나 모임, 동아리들이 있다. 내가 진행하고 있는 '리피클럽'이라는 아카펠라 동아리는 각자 음원을 듣고 연습을 하며 녹음 파일을 보내고 노래를 완성하는 과정을 새롭게 시도했었다. 다행히 더 무기력해지지 않고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집에서 내 시간을 보내는 법을 연습할 수 있었다. 이젠 어떻게 시간을 보내면 즐거운지 좀 알 것 같다.

양지원(이하 양)=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혼자서 어떻게 즐거울 수 있을까 더 고민하게 됐다.


▲ 학교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김= 학교를 입학할 때부터 안 맞거나 다른 게 배우고 싶은 게 생기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다녔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나니 그게 더 크게 느껴졌다. 대학을 위해 3년 동안 죽은 듯 산다는 느낌을 크게 받아서 대학을 가려고 하는 이유, 동기 등에 대해서 엄청 깊이 고민을 했는데 시간이 좀 아깝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하고 싶은 공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면 그 곳이 학교여도 나는 즐겁게 다녔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는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지금 내가 하고 싶은 공부보다는 대학을 가기 위해 필요한 공부라고 느꼈고, 의미와 동기를 찾아보려 노력했지만, 점점 희미해지고 결국 사라진 것 같다. 재미있는 것을 찾고, 하고 싶었다.


양= 우울증이 심했다. 그런 건강 상태로 꾸준히 학교 가는 게 힘들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런 느낌으로 집에 있었다. 학교가 싫어서라기 보다는 무기력해지고 집에서 나가기가 어려워졌었다. 거의 침대에서 하루를 보냈다.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했다. 학교를 나온 뒤 병원에 가서 전문의 상담을 통해 약을 먹고 지금은 증상이 많이 호전됐다.


다연, 지원씨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제공=김다연씨)

다연, 지원씨가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제공=김다연씨)



▲ 학교에 가지 않으면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김= 매일이 다르긴 하지만 3년 동안 같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서 일주일에 3번은 일을 한다. 다른 날은 청소년 인문학 수업을 듣거나 수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어서 그런 걸 하면서 지낸다.


양=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약속이 있을 땐 약속에 나간다. 만약 프로젝트성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 그 일만 하게 돼서 하루하루가 다르다.


▲ 학교를 그만두고 가장 힘든 점


양= 내 길은 내가 개척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다. 잘 알려져 있는 선례 같은 것들이 잘 없고 가이드라인이 거의 없어서 막연한 느낌이 든다.


김=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 상상했던 것처럼 흘러가진 않더라.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처음 그렇게 길게 혼자 있어서 좀 힘들었다. 혼자 있는 긴 시간 동안 뭘 해야 할지 생각을 많이 했고 일이 주어져 있지 않은 상태여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무기력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했다.


내 길은 내가 개척해야 한다는 불안감
대학은 크게 고려하지 않아
상상했던 것처럼 흘러가지 않아도
관심 분야 찾아 스스로 배움 중

▲ 주변의 우려 섞인 시선은 없었나

양= 오전 시간에 택시를 탔는데 기사님이 학교 갈 시간 아니냐고 물어봤었다. 거짓말을 하기 싫었다. (자퇴했다고 했더니) 한참 대화를 해야 했다. 사실 자퇴할 때 부모님께 제일 많이 소리를 들었고 다른 사람한테는 크게 들은 기억이 없다.


김= 학교 안 다니면서 주변에서 이런 저런 얘길 많이 듣겠다 생각했는데 생각보단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없었다. 오히려 응원한다고 했다. 이제 19살이 되니깐 대학 갈 생각은 없냐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 학교를 가지 않아서 좋은 점은

양= 부담감이 사라졌다는 게 가장 좋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매일 출석해야 하고 시간에 짜여져 있는 느낌은 아니니까. 얽매여 있던 것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김= 저도 비슷하다. 답답했는데 내 시간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았다.


다연, 지원씨가 동아리에서 만든 스티커 등 굿즈를 촬영하고 있다. (제공=김다연씨)

다연, 지원씨가 동아리에서 만든 스티커 등 굿즈를 촬영하고 있다. (제공=김다연씨)



▲ 대학 얘기가 나와서, 대학 진학은 어떻게 생각하나

양= 배우고 싶은 건 있는데 가면 좋겠지만 아직 뭔가를 열심히 준비하거나 그러고 싶진 않다. 대학에 가고 싶기 보다는 예를 들면 사진을 배우고 싶다 이런 식이다. 기술을 좀 더 배워보고 싶은 것이다.


김=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 입시를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대학에서 의미를 못 찾을 것 같아서 학교를 그만두기도 했다. 서울의 대안대학이 있다는 데 그런 곳도 고민이 된다. 사이버대학도 고민을 하고 있다.


▲ 어떤 제도 지원이 더 필요할까

양= 자신의 관심 분야에 대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경제적 지원. 꼭 취업이 아니더라도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계기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김= 센터에서는 대부분 대학 진학을 위한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청소년들한테 맞춰져 있는 것 같다.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대학을 진학하지 않으려는 청소년도 있고, 취업 준비를 한다거나 다른 걸 생각하는 청소년들도 다양하게 있을 텐데 이에 맞춰진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지 않을까.


▲ 두 분을 활동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양= 한 인쇄소에서 책을 읽고 서평을 그림으로 그리는 프로젝트를 같이 하게 됐는데 그 책이 곧 나올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다. 친구랑 사진 작업을 하려고 하는데 친구는 모델이 되고 제가 찍고 싶은 사진을 생각해서 찍는 작업을 하기로 한 게 기대된다.


김= 요즘 이것저것 일을 벌여서 바쁘게 사는 걸 경험해보니 나름 재밌는 것 같다. 요새 그냥 하고 있는 일을 열심히 잘 하자라고 생각한다. 최근 독립서점에서 독립출판 수업을 들었다. 그래서 올해 책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할머니가 글을 쓰시는데 저랑 같이 나오는 내용으로 구상하고 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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