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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도시의 이면, 매립지

최종수정 2020.10.23 12:30 기사입력 2020.10.23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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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도시의 이면, 매립지

도시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나뉜다. 도로와 건물, 공원과 녹지 등은 눈에 보이는 요소지만 이것으로만 도시가 유지될 수는 없다. 도시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요소들이 존재한다. 선이나 관을 통해 일상생활에 필요한 요소들을 공급하는 상수도, 하수도, 전기, 통신, 가스의 경우 대부분은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에 매설되어 있다. 과거 우리 눈에 보이던 것들도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경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지중화 작업을 통해 매설되고 있는 전선과 통신선들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생활폐기물 매일 5만4000t…제주, 관광객 때문에 가장 많아

도시에서 소모되는 상품과 물질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우리의 편의를 위해 사용된 후에는 모두 폐기물이 된다. 이런 폐기물들은 어디로 갈까?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 대부분은 생활폐기물이다. 우리나라 전체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의 양은 매일 약 5만4000t에 이른다. 1인당으로 따져보면 1㎏쯤 되는 양이다. 이 가운데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약 2만5000t은 서울, 경기 그리고 부산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만큼 배출되는 폐기물의 양도 많다. 그런데 통계를 보다보면 1인당 생활폐기물이 가장 많은 곳은 의외로 제주다. 제주는 관광객들로 인해 하루에 배출되는 1인당 폐기물 양이 1.93㎏으로 가장 적은 인천의 0.76㎏에 비해 2배 이상을 배출하고 있다.


수도권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들은 대부분 수도권매립지로 향하게 된다. 인천 오류동 및 백석동, 경기 김포시 학운리에 걸쳐 있는 대규모 매립지는 1992년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필자가 대학생이던 이 시절 매립지가 완공되면서 향후 40년간은 폐기물 문제로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 했는데 현재로서는 운영 마감 시한이 5년밖에 남지 않았다. 다들 대체 매립지를 어디에서 확보할지 고민은 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하는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1950년대 쓰레기, 자원으로 활용…1960년대 성동·영등포·서대문 등 쓰레기 처분장 지정 폐기물 매립

수도권매립지가 만들어지기 이전 서울시에서 배출되는 폐기물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처리되었다. 1950년대의 경우 쓰레기는 각종 자원으로 활용됐기 때문에 돈을 받고 판매했다. 1962년의 경우 t당 30원씩을 받고 매각됐다. 이런 폐기물들이 향하는 곳은 땅을 메우기 위한 곳이었다. 습지나 논, 저지대 지역을 쓰레기로 메워 택지로 판매하면 큰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963년 서울시는 성동, 성북, 영등포, 서대문 등 4개 지역 10만평을 쓰레기 처분장으로 지정해 폐기물로 매립한 다음 이 지역을 일반인에게 택지로 공매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곳이 지금의 구의동, 장안평, 신도림, 수색, 천호동, 중계동, 망원동 등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이후 강남지역으로 대상지가 넓어져 영동ㆍ잠실 등 구획정리사업 지구들이 쓰레기 매립지로 활용됐다. 한강변 지역도 쓰레기를 이용해 간척과 매립이 이루어졌다. 구의동의 경우 한강변에 1.5㎞ 제방을 쌓아 17만6000평에 이르는 택지를 조성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470만㎥ 규모의 토사가 필요했다. 이 가운데 한강 건너편 암사동에서 조달한 토사는 270만㎥였고, 나머지 200만㎥는 모두 쓰레기로 채워졌다.


장안평ㄱㄱ구의동 등 서울의 동쪽지역이 모두 매립되자 서울시는 서쪽으로 눈을 돌렸다. 서울 서쪽, 지금의 월드컵 경기장은 난지도라는 큰 섬이 위치한 지역이었다. 농장과 묘목 재배지로 활용되던 이 지역에 제방을 축조하면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던 1977년 서울시는 기습적으로 이 지역을 쓰레기처리장으로 고시했다. 개발기대감으로 투기에 나섰던 많은 이들은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당초 이 지역에 대규모 체육시설을 건립할 예정이었으나 매립장 지정으로 유야무야됐지만 25년이 지난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이 들어섰으니 결국 꿈은 늦게나마 이루어진 셈이었다.

1991년까지 난지도쓰레기 매립지…지금의 월드컵경기장으로 변신

난지도로 몰려오는 쓰레기의 상당수는 당시 주요 난방연료였던 연탄재였다. 더 이상 쉽게 쓰레기 매립지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연탄재를 활용해 벽돌을 만들기도 했고, 소비 수준의 향상에 따라 그 이전에는 버려지지 않았던 많은 물품들이 버려지면서 이것을 뒤져 판매하거나 재활용하려는 많은 이들의 삶의 터전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오늘날 저개발 국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1990년대 초반까지 서울 한쪽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1991년까지 사용할 계획이던 난지도 매립지는 낮은 곳을 메우는 차원을 넘어 언덕을 만들게 됐다. 지표로부터 60~70m에 이르는 쓰레기 더미는 시각적으로도, 그리고 악취와 해충으로 인근 지역에 큰 피해를 주었다. 수시로 발생하는 화재로 인해 국회까지 악취와 연기로 피해를 보던 시기였다. 수도권 매립지가 만들어지면서 가동을 중단한 난지도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그 가운데 가장 파격적인 것은 수도권매립지까지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하고 쓰레기를 옮긴 이후 이곳을 택지로 개발하자는 안이었다. 결국 이 지역은 환경공원 및 첨단정보단지로 조성하는 것으로 결정되었으며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디지털미디어시티와 노을공원과 하늘공원, 그리고 월드컵경기장이 어우러진 서울 서쪽의 대표적 공간이 됐다.

수도권 매립지 운영 마감 시한 5년 남아 쓰레기문제 다시 고민

약 30년간 우리의 관심 밖에 있던 쓰레기 문제는 최근 다시 우리 눈앞에 불거지기 시작했다. 중국의 폐기물 수입 중단 이후로 재활용폐기물 처리를 놓고 2018년 홍역을 치렀고, 지금까지도 그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2025년으로 정해진 시한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어딘가에 대체할 곳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경기 7곳, 인천 3곳 등을 대상으로 검토가 이루어졌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폐기물 발생 양을 최대한 줄이고, 소각을 통해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비중을 높여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는 않다.

도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누구도 보고 싶어하지 않은 하수, 폐기물 등의 처리가 중요하다. 과거 너무나 멀고, 사람이 거의 살지 않은 지역에 만들었던 이러한 시설들은 이제 시가지 한복판에 위치하게 되었고 어디론가 옮겨가거나 땅 밑으로 들어가야 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세계적인 메트로폴리탄으로 거듭나고 있는, 화려함으로 빛나는 서울과 수도권의 숨은 고민거리가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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