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하던 여성 집 찾아가 사제폭탄 터뜨린 20대
상반기 스토킹 범죄 신고 2700여건…하루 평균 12.9건 발생
스토킹 범죄, 현행법상 '경범죄' 해당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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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허미담 기자] "너희 집 앞이야.", "너도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스토킹 범죄 피해 사건이 잇달아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가볍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스토킹 범죄가 피해자의 일상을 파괴하고 가족 및 지인들에게도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에 비해 처벌 수위가 '솜방망이'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로 분류돼 가해자에게는 10만 원 미만의 범칙금만 부과된다. 전문가는 스토킹 행위의 처벌 수위를 높이는 '스토킹 방지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18일 일방적으로 교제를 요구하던 20대 남성 A씨가 피해 여성의 아파트로 찾아가 사제 폭발물을 터뜨린 혐의(폭발물 사용죄)로 경찰에 붙잡혔다.

A씨는 지난 17일 여성이 자신을 만나주지 않자 사제 폭발물을 직접 만들어 여성의 아파트를 찾아갔다. A씨는 사제 폭발물을 옮기는 과정에서 폭발물이 터져 손을 크게 다쳤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피해 여성에게 수차례 교제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스토킹 범죄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지난 4일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7월 스토킹 범죄 신고 건수는 2756건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12.9건의 스토킹 범죄 신고가 있었던 셈이다.


문제는 특정인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 '스토킹' 행위가 피해자에게 극심한 공포심을 유발하지만, 정작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데 있다.


현행법상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처벌법상 '지속적 괴롭힘'에 해당한다. 이 법에 따라 ▲상대방의 명시적 의사에 반해 ▲지속해서 접근을 시도하여 ▲면회 또는 교제를 요구하거나 지켜보기·따라다니기·잠복해 기다리기 등의 행위를 ▲반복하는 사람인 경우에야 비로소 최대 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범칙금은 공원에 반려견의 대변을 방치하는 행위, 노상방뇨 등과 동일한 수준이고, 암표 매매 적발 시 부과되는 범칙금(16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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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성을 30년 가까이 스토킹하고 협박한 남성도 징역 1년 6개월 형밖에 선고받지 않았다. 이 남성은 1991년 대학 시절에 만난 여자 선배 B씨에게 결혼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지속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B씨의 집을 찾아가는 등 스토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특히 남성은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내 인생이 처절히 망가졌다', '맹세코 가만두지 않겠다'는 등의 협박성 메시지를 B씨에게 38회에 걸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스토킹 범죄가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지난 5월 경남 창원의 한 식당에서는 '고기를 안 구워주고 불친절하다'는 이유로 남성 손님이 고깃집 여성 사장을 살해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가해 남성은 피해 여성에게 '사랑한다. 몸을 원한다' 등의 문자메시지와 함께 음란물을 보내는 등 10년 가까이 여성을 스토킹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보니 '스토킹 방지법'을 별도로 제정해 가해자를 엄벌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스토킹 처벌 법안은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뒤, 20대 국회까지 총 14차례 발의됐지만 단 한 건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프로바둑기사 조혜연 9단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약 1년간의 스토킹 피해 사실을 알리며 '스토커 처벌법'을 촉구했다.


그는 지난 4월 '흉악한 스토커를 두려워하는 대한민국 삼십대 미혼여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스토킹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현행 스토커 처벌법이 너무 경미하고 미약한 처벌을 해서가 아닌가 싶다"면서 "스토킹 피해자는 정신적 외상, 불안한 심리상태, 주변인에 미치는 피해 및 극도의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했다.


이어 "국회 차원에서 스토커 처벌법을, 피해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강력범죄로 다뤄주셨으면 한다"면서 "최소한 구속수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저희는 지옥 같은 나날을 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스토킹을 별도 범죄로 분류하고 가해자를 엄벌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1990년 캘리포니아주에서 '스토킹 금지법'을 제정한 것을 시작으로 50개 주에서 스토킹을 금지하는 법을 마련했다. 스토킹을 저지르면 최대 4년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영국은 1997년 '괴롭힘 방지법'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으며, 독일은 2007년 '끈질기게 따라다니는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을 마련해 상대방의 동의 없이 접근하거나 반복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고 있다. 특히 피해자가 사망에 이른 경우, 결과적 가중범으로 처벌하고 있다.


전문가는 스토킹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이해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MBC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스토킹 방지법이 없다 보니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기껏해야 벌금형을 주는 방법밖에 없다"면서 "(가해자가 범죄를) 다시 시도하거나 보복하면 그다음에는 누가 막아줄 것인지가 문제다. 외국의 경우, 스토킹은 중범죄다. 영미법 국가는 이런 식으로 극도의 공포심을 느낄 만한 성범죄 목적이 추정되는 경우 징역형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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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스토킹과 같은 행위를 범죄화해야 경찰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국회에 잠자고 있는 스토킹 방지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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