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 관행 많이 줄였지만 정책 국감 역할도 무뎌
이슈 진전 없는 野…주호영 "증인채택 막혀 한계"
민주당도 정부 견제 실종, 피감기관은 "버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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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 7일 시작해 중반에 접어든 국회 국정감사가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맹탕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다. 여야 모두 칼날이 무딘 탓에 긴장감은 사라졌다. 사립유치원 회계비리, 서울교통공사 노조 채용비리와 같은 '한 방'도 이번엔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 4년차, 21대 국회 첫 국감으로 기대감이 컸지만 예상과 달리 '김빠진 국감'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국감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여야 의원들은 과거 국감에서 보인 구태를 청산하고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사안의 무게와 관계없이 5분 가량 호통을 치기 위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줄줄이 불렀던 관행을 자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펭수와 유튜브 스타 이근 대위,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 등 이목을 끌기 위한 증인·참고인 신청이 오히려 비판 받았던 것도 달라진 광경이었다. 소위 '뜨기 위해' 특이한 복장을 하거나 관심을 끌만한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의원들도 없다. 그만큼 행정부 감사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초반 기대와 달리 정책 국감으로서의 역할까지 무뎌, 사실상 맥 빠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국민의힘은 정부의 실책을 제대로 따져물어 대안정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의욕을 드러냈지만 기존에 나온 이슈를 반복하는 수준의 질의에 그쳤다. 소위 국감은 '야당의 무대'라고 불리지만 이렇다할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주목도가 떨어지다보니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으로 국감을 허비하는 등 무리한 공세에 나서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정부가 자료제출에 미적대거나 여당이 핵심 증인 채택을 막으면서 이미 한계가 드러났다고 항변한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4일 CBS 라디오를 통해 "국감에 필요한 자료제출과 중요한 증인 채택이 거의 되지 않고 있다"며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이 정권에 불리한 것은 무조건 채택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최악의 국감"이라며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데 정권을 옹호하는 국감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를 비호하는 역할에 치우쳐진 점도 '맥 빠진' 국감의 이유로 지목된다. 정부 정책에 허점은 없는지 점검하기 보다 정부 해명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정부·여당 vs 야당'의 구도를 국감에서까지 끌고 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야당 보좌진은 "정부가 더 뼈아프게 받아들이는건 여당의 지적"이라며 "정부를 더 견제할 수 있는 것이 여당이고, 적어도 국감에서만큼은 여당 스스로도 정책을 다시 짚어봐야 하는데 그 기능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감사 대상인 정부 역시 '지금만 넘기자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는 등 진지한 감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15년째 국감을 치르고 있는 한 보좌관은 "과거와 비교해 가장 강하게 느끼는 차이는 갈수록 정부·기관들이 국회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감사를 받는다고 하면 피감기관이 긴장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거꾸로 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의원실은 어떻게 자료라도 하나 만들어보려고 정부에 사정을 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자료제출이나 답변이 불성실하다고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보니 국감 자체가 무뎌졌다. 막말로 정부 입장에서는 하루이틀만 버티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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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보좌진은 "정책에 문제는 없는지, 피해는 없는지 잡아낼 선수들이 없어지고 있다"며 "과거 사립유치원 비리와 같이 실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을 잡아낼 능력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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