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아시아여성리더스포럼 9기 멘토
백미경 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인터뷰
사내 유일 女전무로 변화 새바람
은퇴 후엔 후배들에 도움 주고파

백미경 하나은행 전무가 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백미경 하나은행 전무가 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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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 “예전엔 은행에서 남자 직원은 기업여신을 맡고 여자 직원은 가계업무를 담당하면서 역할과 기능이 나뉘어 있었어요. 요즘엔 세상이 바뀌어서 성별과 무관하게 직원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배치합니다. 여자라는 이유로 조직이 특정인을 배제할 이유가 없습니다. 유리천장(여성 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 보이지 않는 장벽)도 능력만 갖추면 얼마든지 뚫어낼 수 있습니다.”


백미경 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56)은 이 은행의 유일한 여성 전무다. 7375명 여직원 중 가장 높은 자리에 올랐다. 30여년 넘는 은행 생활을 하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아서다. 아니,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스스로 정진했던 덕분이다. 초임 행원 시절 600여명의 동기들과 함께 첫 발을 디딘 은행에서 즐겁게 일을 배웠고, 본점으로 옮겨서는 국제부, 비서실 등에서 ‘일하는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점장을 할 때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을 달고 살았다. 지금은 은행의 소비자보호 파트를 총괄하는 등 또 다른 도전을 즐기고 있다.

◆유리천장 하소연 전 ‘능력’부터 키워야=백 전무는 “하나은행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이 여성을 키워야 한다는 고민을 한다”며 “자격만 되면 은행에서도 얼마든지 여성을 중용하는 시대다. 요즘은 남자, 여자 구분해봤자 조직에도 직원에게도 절대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백 전무가 속한 금융권은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적다. 특히 은행권은 “입행은 여자가 더 많이 하지만 임원은 죄다 남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남성 우위의 보수적 문화였다.


아직까지도 보이지 않는 승진의 장벽이 높은 편이기도 하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신한ㆍKBㆍ하나ㆍ우리ㆍNH농협금융지주 5대 금융지주와 신한ㆍKB국민ㆍ하나ㆍ우리ㆍ농협ㆍ기업은행 등 6개 은행의 여성 임원은 7명에 불과했다. 대표이사와 행장을 포함해 전체 임원 132명 중 여성 임원 비율이 5.3%에 그치는 셈이다.

이런 은행권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최초의 여성 지점장, 여성 임원이 등장한 것도 이젠 옛말. 2013년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국내 은행 역사상 첫 행장 자리에 올랐고, 최근에도 유리천장을 깬 소식이 들려왔다. 유명순 한국씨티은행 수석부행장이 행장으로 내정되며 국내 첫 여성 시중은행장이라는 역사를 쓴 것이다.

백미경 하나은행 전무가 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백미경 하나은행 전무가 8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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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생활 중 눈앞에 찾아오는 ‘기회’를 잡아라”=이 속에서 백 전무도 30여년을 버텼고, 2015년 본부장 승진에 이어 전무 자리까지 올랐다. 은행권 여성 임원 7명 중 한 사람인 그의 삶은 도전의 연속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9살 나이에 은행에 들어가 10여년을 행원으로 일했다. 동기와 선후배들이 너무 많고, 평생직장이라는 인식 아래 이직도 거의 없어 인사 적체가 비일비재했다. 1995년 그는 첫 번째 도전에 나섰다. 책임자(대리)로 승진되면서 지금의 하나은행으로 이직한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전후로 서울 서초구 방배서래지점, 강남구 대치점 등에서 근무하며 고객의 자산관리를 해주는 것에 흥미가 있음을 느꼈다. 프라이빗뱅커(PB)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의 두 번째 도전이었다.


PB 일이 재미있었다. 고객이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자산을 불려 나가는 모습을 볼 때 스스로가 자랑스러워졌다. 적성에 딱 맞았다. 5년 넘게 PB로 살았고, PB 부장까지 승진했다. “머리가 하얗게 되더라도 PB를 할 수 있겠다” 싶었지만 그래도 ‘은행원의 꽃’인 지점장을 하고 은행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2005년 서울 성북구 성북동지점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새로운 도전을 맞이했다.


백 전무는 지점장 첫 출근 전날 잠을 이루지 못했다. 마치 신입 행원이 회사에 처음 출근하는 심정이었다. 시간이 지나며 적응했지만 영업 실적을 올려야 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 매일 밤잠을 설쳤다. 그래도 성북동지점을 거쳐 경기 성남시 정자중앙지점장, 서초구 신반포지점장, 잠원역지점장 등 10년 간 내리 지점장을 하면서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았다. 당시 여성 지점장이 흔치 않던 시절인데도 백 전무는 성별 타이틀과 관계없이 성과 좋은 지점장으로 불렸다.


그는 “지점장 시절이 누구보다도 열심히 산 시기였다”면서 “원래 꿈은 은행원이 아니었고 학교 선생님과 부모님의 설득으로 은행원이 된 것이지만 어느새 천직이 됐음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은퇴 이후엔 여성 후배들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선배로써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와 비대면(언택트)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은행권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에게도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반드시 찾아온다”고 응원했다. 그러면서 밝게 웃는 얼굴에서 여성 전무로서의 책임감이 엿보였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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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전무의 인생 멘토는? '정신적 지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백 전무는 30여년 은행 밥을 먹으면서 고비마다 주변인을 멘토로 삼아왔다. 행원 시절엔 같이 일한 ‘언니들’이 그의 멘토였다. 지금은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정신적 지주로 여기고 있다.


◆“사람을 대하는 소신있는 태도 가슴에 새겨”=1981년 서울은행에서 행원 생활을 시작한 김 회장은 당시 몇 안 되는 대졸 신입사원이었다. 영어를 곧잘 했고 전산부를 거치며 IT도 몸에 익혔다. 요즘 기업이 원하는 글로벌과 디지털 감각을 일찌감치 익혔던 셈이다. 하나은행으로 옮겨서도 승승장구했다. 부장, 본부장, 부행장, 지주 부사장을 거쳐 2008년 하나은행장 자리에 앉았다. 2012년부턴 지주 회장을 맡아 3연임 중이다. 그의 행보는 그 자체로 후배들에게는 크나큰 가르침이자 지침서가 되고 있고, 백 전무에게도 마찬가지다. 백 전무는 “주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잘 보고 배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백 전무가 프라이빗뱅커(PB)를 할 때 김 회장은 은행 부행장이었다. 김 회장은 PB의 자긍심을 고취시키는 법을 잘 알았다. 김 회장은 PB들을 볼 때마다 “외국 PB는 백발이 성성해질 때까지 일하더라”며 최일선에서 일하는 PB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점을 순회하면서는 무엇을 물어볼지 몰라 긴장하고 있는 백 전무와 직원들에게 “물어볼 것 없으니 긴장하지 마라”며 직원 한명 한명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백 전무는 “일 못하는 직원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직원이 잘한 점을 짚어 칭찬하고 격려하는 게 진정한 리더십이란 걸 배웠다”고 했다.


김 회장은 회의 때마다 손님 우선주의를 강조한다고 한다. 백 전무가 맡고 있는 파트인 ‘소비자보호’ 얘기가 나오면 보호라는 말 대신 ‘상생’이나 ‘행복’을 얘기한다. 보호라는 말이 손님을 아래에 두고 하는 말 같아서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슬로건을 기존 ‘손님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에서 ‘모두의 기쁨 그 하나를 위하여’로 바꿨다. 손님뿐 아니라 지나가다 잠시 은행에 들른 손님에게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다. 손님, 직원, 주주를 위해 몸 바쳐 일하겠다는 김 회장의 소신이 담겼다. 백 전무도 이 뜻을 가슴에 깊이 새기며 일한다.


[백미경 하나은행 소비자보호그룹장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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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력>

▲1982 서울은행 입행 ▲1995 하나은행 입행 ▲2001 영업1부 PB ▲2002 골드클럽본점 PB ▲2005 성북동지점장 ▲2009 정자중앙지점장 ▲2012 신반포지점장 ▲2015 잠원역지점장 ▲2016 고객보호본부장 ▲2017 소비자보호본부장 ▲2019 소비자보호그룹장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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