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 김진경 의장 "교육시스템 개혁 통해 현실·체제 간 괴리 줄여야"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지식 전달만 하는 교사
더이상 큰 의미 없어
코로나 시대 원격수업 계기
시스템 부실 노골적 드러나
중간층 학생 붕괴 가져와
[대담=아시아경제 신범수 사회부장, 정리= 이현주 기자] "과거엔 학교의 중요한 역할이 지식 전수였어요. 그 도달 수준에 따라 직업이 정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교육과 직업의 연관성이 무너졌죠.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고 더 나은 직업을 갖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학교는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의욕과 의지를 갖도록 해야 합니다. 이렇게 현실은 바뀌었는데 교사가 어디까지 역할을 해야 하고 어느 부분에서 재조정돼야 하는지 인식 자체도 못 하고 있죠. 현실과 체제 간 괴리를 줄이는 조정이 시스템 개혁을 통해 이뤄져야 합니다."
김진경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 의장은 최근의 원격수업을 계기로 한국 교육 시스템 부실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학교에서 교사가 지식 전달만 하는 일이 더 이상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데 개혁 시기를 놓치면서 중간층 학생들의 붕괴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김 의장은 "그래도 중위권 학생들에겐 교사가 교실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해주면서 학생들의 학습을 이끌었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원격수업으로는 이런 기능이 전혀 작동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 환경은 많이 변했지만 여전히 교육 제도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오는 산업화 시대 모델을 따르고 있다"며 "서구의 교육 이론이나 모델을 받아들여 중앙에서 하향시키는 구조가 바뀌지 않다 보니 현장도 전혀 바뀔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3년째 국가교육회의를 이끌고 있다. 국가교육회의는 현재 법안이 발의된 상태인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준비하는 기구다. 동시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서 교육 혁신 및 중장기 교육 정책 논의를 주도한다. 김 의장을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났다. 국가교육위 설치 후 우리 교육에서 무엇이 바뀌는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교육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등 대화가 오갔다.
-국가교육위가 지금 왜 필요한가.
▲말로는 개혁을 한다고 했는데 실제 학교 현장에 가보면 바뀐 게 없다. 25년 동안 근본적인 제도 개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표를 계산하고 물러서다 보니 교원 양성 체계나 교육과정이 전혀 바뀌지 못했다. 소수 전문가 중심의 하향식 구조로 이행되는 산업화 교육 시스템이 현실에 너무 박혀 있다. 이를 균형 있게 조절할 수 있는 새 시스템이 필요하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보듯 이제 우리가 따라갈 서구 모델은 존재하지 않는다.
-국가교육위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국가교육위의 업무에는 두 축이 있다. 하나는 10년 단위 계획을 세우는 일이고 또 하나는 갈등이 될 만한 사안을 조정하는 역할이다. 국가교육위 시스템은 밑에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구조로 운영될 것이다. 위원도 공무원·전문가뿐 아니라 기초지방자치단체 협의체나 학생과 학부모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을 반드시 포함하도록 폭넓게 구성된다. 2018년 만들어진 국가교육회의는 다양한 집단이 논의를 통해 해결 방법을 찾는 '집중숙의'를 시험해보고 있다. 앞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방향은 500여명의 시민참여단이 참여한 두 차례 숙의 과정의 결과를 토대로 정해졌다. 당시 숙의 과정에서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부작용을 줄일 방안을 둘러싼 질문이 쏟아졌다고 한다. 이달 26일에는 교원 양성 체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집중숙의가 시작됐다. 교육청·교원단체·예비교원단체·교원양성기관에서 추천한 대표들과 인구, 재정, 과학·기술, 산업·노동, 문화·예술 등 각 사회 분야 전문가, 시민 등 총 32명이 참석했다. 다음 달 대국민 여론조사와 검토그룹 온라인 숙의(시민 300여명)가 진행된 후 최종 결정된다.
10년 단위 계획 세우고
갈등될 만한 사안 조정
국가교육위가 역할 할 것
개혁은 여야 간 큰 이견 없어
정권 바뀌어도 장기 계획 추진
사립대학 개편도 공론화 예정
-장기 계획 방향은 정권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국가교육위의 독립성은 어떻게 보장하나.
▲사실 교육 개혁 문제는 여야 간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은 분야다. 자치를 어디까지 밀고 나가느냐 정도에서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교육 제도 개혁 자체는 정권이 바뀌기 전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 실질적 독립성은 국가교육위가 얼마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갖느냐가 결정한다고 본다.
-교육부가 하던 업무와 겹치게 될 텐데.
▲국가교육위가 만들어지면 가장 먼저 할 일이 교육부 개편안을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면 유·초·중등 부분은 교육 자체가 많이 성장했으니까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살아나도록 국가교육위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개인적 의견으로 고등직업교육 부분은 아예 따로 떼어내 고용노동부의 고용과 합쳐 인적자원위원회 같은 것을 통해 현실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개편할 수도 있다. 외국 모델을 따라가지 않고 우리 현실에 기반해 열린 구조로의 전반적인 조직 개편이 필요하다. 보통 부처 개편은 정권 초에 하기 때문에 국가교육위가 설립되더라도 당장은 어려울 것이다. 법안이 원만하게 통과되면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쯤 국가교육위가 출범할 수 있을 것이다.
-사립대학 개편도 논의하나.
▲지금 대학 중 사립의 비중이 너무 높다. 4년제는 80%, 전문대는 90% 이상이 사립인데 직업교육 중심인 전문대가 사립이라는 점이 문제다. 우리나라가 급속 팽창을 하면서 조금씩 수준 높은 인력에 대한 요구가 커지니 그때마다 증가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국가가 민간 자본을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이승만 정부 때 중등교육 수요가 늘어나자 토지개혁법 혜택을 줬고, 박정희 정부 때는 실업계고와 전문대학을 재단에 넣으면 면세 혜택을 줬다. 김영삼 정부 땐 대학 수요가 팽창할 때라서 설립 준칙을 확대해줬다. 이제는 인구가 줄어들면서 당장 지방의 사립대학들이 어려움을 겪게 된다. 폐교하면 교육재단 재산은 국고 환수가 되기 때문에 폐교를 절대 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한시적으로 초기 투자비용 정도는 회수할 수 있도록 구조조정의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또 사립대는 회계가 불투명해 기획재정부가 세금을 투입하길 꺼리는데, 이는 법적으로 풀어내면 된다. 이런 역할들은 사실 저항이 있다 보니 누구도 하지 못한다. 국가교육위는 일정 요건만 있으면 이를 공론화해서 논의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정치적으로 풀지 못하는 부분까지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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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공공병원 정책처럼 부실화된 사립대를 인수해 공립대학으로 변환하는 일도 가능하지 않을까.
▲대학 구조조정 문제를 중앙에서 일률적으로 하면 안 된다. 지역 거버넌스가 지역 혁신 플랫폼으로 들어오고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구축해야 한다. 지역의 대학 구조조정 문제는 지역 산업과 맞물려 있다. 지역 차원에서 깊이 있게 논의하고 시도가 책임 있게 개입해야 한다. 돈만 투입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논의를 통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중앙은 모든 영역에서 고등직업교육 인력 양성·수급 관련 요구를 수렴하는 컨트롤타워로 있으면서 지역 단위를 책임 있는 구조로 연결해야 한다. 그래야 방만한 대학 체계를 정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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