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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들여다본 조상들의 숨결과 기술

최종수정 2020.09.30 15:46 기사입력 2020.09.30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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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
보이지 않는 빛 통한 발견, 점검·진단 등 조명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



문화재 감상과 연구에는 빛이 필요하다. 눈으로 식별되는 가시광선만으로는 부족하다.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같은 보이지 않는 빛도 필요하다. 숨겨진 제작 기술을 알아내는 중요한 열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1월 15일까지 특별전 ‘빛의 과학,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다’를 한다. 빛으로 우리 문화재의 비밀을 알아보는 보존과학 전시다. 금동반가사유상(국보 제78호) 등 문화재 쉰일곱 건 예순일곱 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빛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첫째는 ‘보이는 빛.’ 선조들의 삶에 스며든 빛과 색을 가리킨다. 청동기시대 사용된 청동거울이 대표적인 예. 지금의 거울처럼 모습을 비추는 도구가 아니었다. 뒷면에 기하학적 무늬를 새겼다. 태양 빛을 한데 모아 하늘과 교감하고자 했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유리잔(국보 제193호)도 보이는 빛이 도드라진다. 상부에 유리액을 흘려서 4~5단의 굴곡을 만들었다. 청색 물결무늬 띠를 두르고 띠 하단에 세 줄의 유리 띠를 격자무늬로 장식했다.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유리잔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유리잔



둘째는 발견에 주안점을 둔 ‘보이지 않는 빛’이다. 문화재의 비밀을 밝히는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을 뜻한다. 적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다. 표면층을 투과해 고대 유적에서 지워진 글씨 등을 판독하게 한다. 부여 쌍북리에서 발견된 구구단 목간이 대표적인 예. 9단부터 2단까지 칸을 나눠 기록된 흔적을 찾아줬다. 관계자는 “삼국시대 음식·교육 문화 파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다.


자외선은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짧고 형광(螢光)이 강하다. 도자기나 금속 문화재의 수리 흔적을 찾는 데 이용된다. 관계자는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어려운 도자기의 파손 부분 성형이나 유약 층 복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백자 백유 평상인물의 경우 평상 위 등받이의 나무 덩굴 문양에서 일부 복원 부분이 확인됐다. 회복에는 아연 안료가 사용됐다.

백자 백유 평상인물

백자 백유 평상인물



엑스선은 다른 빛보다 파장이 짧아 투과력이 강하다. 문화재 내부 구조, 상태, 성분 파악 등에 도움을 준다. 단면 조사에는 컴퓨터 단층촬영이 두루 사용된다. 1924년 경주 금령총에서 발견된 기마 인물형 토기(국보 제91호)가 대표적인 예다. 주전자 구조의 3차원 영상 구현에서 내부에 액체를 240㏄ 담을 수 있다는 사실까지 파악했다. 관계자는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국보 제95호), 금강산모양 연적 등의 내부 구조도 컴퓨터 단층촬영으로 알아냈다”며 “물을 넣고 물이 나오는 물길이 있다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세 번째는 점검·진단에 초점을 둔 ‘보이지 않는 빛’이다. 적외선, 자외선, 엑스선 등을 통한 문화재의 보존 파악을 조명한다. 박물관 측은 효과적인 설명을 위해 처음으로 경복궁 교태전 부벽화 두 점을 공개한다. 조선 후기 궁중 장식화를 대표하는 필자미상의 화조도와 원후반도도다. 1888년 교태전 재건 뒤 그려진 작품들로, 바위 윤곽의 금색 표현에 특이하게 황동분이 사용됐다.


쌍영총 널길 동벽 벽화

쌍영총 널길 동벽 벽화



전시에는 쌍영총 널길 동벽 벽화의 적외선 그림도 걸린다.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우차 두 대와 개마무사, 고구려 남녀 약 서른 명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관계자는 “적외선 촬영과 엑스선 형광분석으로 각 열에 묘사된 그림은 물론 채색 안료까지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문화재 내면에 담긴 숨은 이야기가 박물관의 기능을 되돌아보고 슬기로운 문화생활을 영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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