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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묻는다"… 증언거부에도 조국 가족 신문한 검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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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형소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진술하지 않겠습니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조 전 장관 아들 조모씨)

최근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증인으로 출석한 조 전 장관 부부와 그의 아들 조씨는 이렇게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 법적 근거는 조 전 장관의 대답과 같다. 형사소송법 148조다. 자신이나 친족이 처벌을 받을 염려가 있는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다. 검찰은 그런데도 신문을 진행했다. "무용한 절차"라는 변호인단의 반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검찰은 왜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이들을 상대로, 그것도 길게는 몇 시간 동안이나 질문을 쏟아냈을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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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증언거부 예상한 검찰

지난 15일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정종건 판사 심리로 열린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속행 공판에 정 교수가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예상한듯 했다. 정 교수가 증언거부권을 행사하자 검찰은 기다렸다는듯이 의견 제시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리고는 준비해 온 A4 용지를 낭독했다.


"증인이 증언을 거부하는 것은 형소법이 정한 권리 중 하나이므로 증언 거부 요청 자체를 탓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증인이 신문 사항 전체에 대해 답변 전체에 대한 답변 거부 의사를 밝혀도 형소법에 따라 신문해 실체적 진실 밝힐 필요가 있다고 판단합니다. 증인은 수사 과정에서 구속 이후 일정 시점부터 조사에 응하지 않아 챙맥(조씨의 인턴서 발급 법무법인) 쟁점을 전혀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실체적 진실 밝히기 위해서라도 신문 진행돼야 합니다. (중략) 이와 같은 점 고려해 실체적 진실 밝힐 수 있도록 소송 지휘해주셨으면 합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의견을 받아들였다. 검찰은 신문을 진행했고 정 교수는 증언을 거부했다. 이날 정 교수에 이어 증인으로 출석한 조씨에 대한 신문도 마찬가지였다. 조씨는 "진술하지 않겠습니다"란 대답 외 아무런 진술을 하지 않았다. 앞선 3일 정 교수에 대한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조 전 장관도 "형소법 148조에 따르겠습니다"란 말만 반복했다.


검찰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준비한 질문을 모두 하고 나서야 신문을 마쳤다. 재판부가 "(해당 질문은 공소사실과 상관 없기 때문에) 생략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란 제재가 없는 한 준비한 질문 대부분을 물어봤다. 특히 조 전 장관 신문 땐 무려 300개가 넘는 질문을 했고, 시간은 휴정시간을 제외하고도 5시간 가까이 걸렸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정경심 동양대 교수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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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심증 환기 의도"… 관건은 증거

검찰의 질문은 대부분 조 전 장관 부부에게 불리한 내용이었다. 정 교수에겐 '아들의 인턴 확인서는 조 전 장관이 위조한 것이 아니냐', '아들이 청맥에서 인턴을 안 하지 않았느냐' 등을 , 조 전 장관에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확인서가 센터 소장도 아닌 증인 컴퓨터에서 발급된 이유가 뭐냐',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세미나에 딸이 참석했다면 충분히 파악할 여건이 됐을텐데 지금까지 딸을 봤다고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있나' 등이 질문에 포함됐다.


검찰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서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씨가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직접 나눈 문자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 사이에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 관리 과정, 운용과정, 재산증식 과정에서 있었던 범행"이라며 "두 사람의 논의는 역할 분담에 대한 중요한 간접 증거"라고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이 같은 검찰의 신문 진행에 대해 "유죄 심증을 재판부에 환기시키려 하는 의도"라고 분석한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검찰은 질문 자체로, 또는 증거 제시만으로 자신들이 하고 싶은 얘기를 한 것"이라며 "공소사실이 담긴 질문을 반복적으로 함에 따라 재판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고 했다.


법원은 피고인이나 관련 증인이 증언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피고인 측에 불리한 판결을 할 수 없다. 그만큼 신문을 받는 입장에서 증언거부권은 고유 권한이란 의미다. 이 경우 중요한 건 증거다. 또 다른 변호사는 "증언 거부가 고유 권한일지라도 증거가 명백한 사안까지 답하지 않는 것을 곱게 바라볼 판사는 많지 않다"며 "검찰이 얼마만큼 증거를 확보했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동생 조권씨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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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동·조권 재판서 쓴맛… 조국·정경심은 과연

작년 정국을 뒤흔든 조 전 장관 일가에 대한 1심 재판도 이제 후반부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9월 표창장 위조 혐의로 기소돼 1년여 가까이 진행된 정 교수 사건도 이제 종착역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남은 증인은 4명, 이들에 대한 신문은 오는 24일 진행된다. 이후 서증조사 등의 절차를 거치며 이 사건 변론이 종결된다. 선고는 이르면 오는 11월께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선고가 이뤄지면 남는 건 조 전 장관 재판 뿐이다. 조 전 장관의 재판은 현재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에 대한 심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이제까지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 재판에서 받아 든 성적은 만족스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사모펀드 의혹' 관련 조범동씨, '웅동학원 비리 의혹' 조권씨가 유죄선고로 법정구속됐지만, 핵심 혐의 대부분이 무죄 판결났다. 100여 차례에 달하는 압수수색을 벌인 검찰로선 초라한 성적표인 셈이다.


증언거부권을 택한 조 전 장관 가족, 이를 상대로 준비한 개별 신문을 모두 진행한 검찰. 각각의 전략이 재판에 어떻게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승자는 향후 열릴 재판에서 가려진다. 이번 주는 정 교수와 조 전 장관이 하루 간격을 두고 나란히 자신의 재판에 출석할 예정이다. 정 교수가 24일, 조 전 장관이 25일이다. 지난 공판에서 건강 문제를 호소하다가 법정에서 쓰러진 정 교수 측에선 20일 오후 기준으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예정대로 속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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