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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물이 빠지고 나야 바닥은 보이기 마련이다. 각 인간의 진면목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드러난다. 소설이나 영화 같은 작품에서는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일들을 전제해 놓고 이야기를 풀어나가곤 한다. 민낯을 보이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남성들 중 군 복무의 경험이 있는 이들은 어느정도 체험해봤을 수 있다. 생존과 안위가 절대적이며, 무엇보다 폐쇄된 시공간에서 인간의 본능과 제각각 다른 품성들이 드러나곤 했다. 일견 평범해 보이고 엇비슷해 보이는 이들의 내부에 각기 다른 어떤 짐승이 도사리고 있는지, 물론 스스로도 몰랐던 본인의 모습이 튀어나와 놀라곤 했다. 보여주고 싶은 모습과 실제는 다를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기반으로 하므로 다양한 정치적 시각과 주장이 쏟아져 나오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전제는 공동체에 도움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사적 이익을 교묘하게 공적 주장으로 포장해 추구하는 세력들을 구분해 내는 것이 건강한 민주사회의 조건 중 하나일 것이다. 소수의 권리 보호 역시 인권과 인류애의 관점 뿐 아니라 건강한 공동체를 위한 필수적 조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더욱 절실해지기도 한다. 억압과 차별은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것이 역사 속에서 숱하게 증명돼 왔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원화되면서 판단을 요하는 현안들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슈에 따라, 옳다고 여겼던 정치집단에게 실망을 하거나 정반대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도를 넘어 공동체에 위해를 가하는 이들까지 공론의 장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기본이다. 사회적 에너지를 불필요하게 소모시키고, 생산적 논의를 가로막는 암초에 불과한 이들은 과단성 있게 걷어내야 할 것이다.

모호할 때는 뚜렷한 잣대를 들이대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은 인간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보다 더 분명한 잣대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정치의 외피를 쓰고 방역 체계를 거스르는 이들의 실체를 분명히 밝히고 그 연원을 규명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지 못하듯, 불법적 방법으로 얻은 것은 증거 효력이 없듯이, 공동체의 기본적 의무를 도외시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방식을 택한다면 그 어떤 주장에도 귀를 기울일 수 없다.


당명까지 바꿔가며 새로운 모습을 보이려는 국민의힘은 지난 '광복절 집회' 연루 의혹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다가오는 개천절에도 집회를 예고한 세력들이 나오자 이번에는 철저히 선을 그으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공당으로서 당연한 태도다. "우리가 집회 참석하라고 한 적 없다"는 미지근한 대응이 이번에는 나오지 않길 바란다. 어쨌거나 집회 연단에 오른 대표적 인물은 6개월여 전만 해도 국민의힘 대표와 함께 했었으니, 억울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인내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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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세력이라고 해서 야당이 모두 끌어안고 가려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다면 공동체 다수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음은 불문가지(不問可知)다. 당장 내년 4월에 치러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눈에 밟힐 수 있다. 하지만 코 앞을 바라보며 타는 자전거는 언제든 넘어지기 십상이다. '국민의힘은 모두의 내일을 함께 만들어가는 정당이다' 최근 전면 개정된 국민의힘 강령의 첫 문장이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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