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기억하겠지, 한때 사랑이 이제는 추억으로." 폴 사이먼의 명곡 '4월이 오면(April come she will)'의 한 소절이다. 환상적 듀오였던 '사이먼과 가펑클'의 수많은 명곡중에 감미로운 목소리와 서정적 반주가 어우러진 이 곡은 우리로 하여금 '9월을 기억하는 달'로 만들어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지구촌은 이른 봄부터 지금까지 힘든 시간을 보내왔다. 9월을 시작하는 지금 우리 경제가 기억해야 할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제조업이 탄탄한 국가는 상대적으로 경제 복원력(resilience)이 높다는 것이다. 독일은 5월부터 이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둘째, 글로벌 가치사슬(GVC)이 훼손되면서 개별국가의 가치사슬(LVC)이 더욱 중요하게 됐다는 것이다.
유럽내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는 독일은 최근 집단감염으로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독일경제에 대해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마리는 지난해 2월 독일정부가 발표한 '국가산업전략 2030'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전략은 독일의 제조업 부문 경쟁력과 기술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초안으로 만들어졌고 제조업 비중을 GDP의 25%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독일은 제조업의 높은 경쟁력에 비해 약세였던 정보통신기술(ICT)산업으로 인해 취약한 플랫폼 경제, 인공지능의 상업화 지연, 주력산업과 디지털 기술의 결합 등의 숙제를 안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조업에 ICT를 결합한 '산업 4.0'을 추진해왔다. 국가산업전략 2030은 산업 4.0의 새로운 버전이며 핵심육성분야로 디지털화, 인공지능, 배터리 셀 제조 등을 꼽고 있다.
오늘날 기존 기술과 전혀 다른 시장을 만드는 파괴적 기술(disruptive technologies)은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지 못할 경우 상당 기간 추격이 어려운 분야다. 독일의 모든 기업은 파괴적 기술 배양을 위해 '획기적 혁신'이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제조 중소기업 강화, 벤처 자본 확보, 기술에 대한 접근성 향상, 국가 지원 및 법률 제정 등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독일은 세 가지 실천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첫째, 핵심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함과 동시에 국경내 가치사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일은 이미 2003년부터 리쇼어링을 통해 고품질의 폐쇄적 가치사슬을 추구해 왔다. 연구개발, 생산, 유통까지 가치사슬의 모든 부문이 국경 내에 존재하게 되면 가치사슬은 보다 견고해지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적 우위 달성과 확장도 보다 용이해진다고 진단하고 있다.
둘째, 산업경쟁력의 원천인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그동안 많은 글로벌 대기업들과 히든 챔피언들이 고도로 전문화된 제품 및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세계시장에서 인정받게 됐다. 그 바탕에는 기술력을 가진 수많은 중소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따라서 독일이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 열쇠가 된다.
셋째, 획기적인 혁신으로 시장 판도를 바꾸는 기업의 육성이다. 스마트 공장이 도입되면서 생산과정에서 기계는 인터넷을 통해 다른 기계나 사람과 연결됐다. ICT기술을 사용하지 않는 제조업은 경제 효율성의 관점에서 더 이상 상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
국가산업전략 2030은 올해 2월 재계와 학계의 의견이 반영됐으며 내년 상반기 최종보고서로 발표될 예정이다.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 현상으로 몇 달 동안 진전이 없던 이 전략초안은 이달부터 다시 의견수렴을 시작한다고 한다. 폴 사이먼의 노래처럼 이번 9월은 감미롭지 않지만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도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가치사슬 구축, 중소기업 역량강화, 혁신기업의 육성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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