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P2P 부실, 저축銀 사태와 닮은꼴…당국은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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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9년 전인 2011년. 당시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했던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금융위기 여파로 부실화되면서 시작된 '저축은행 부실사태'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며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저축은행은 2008년 재테크 붐이 일어날 무렵 높은 금리의 예ㆍ적금으로 알뜰한 자산관리를 위한 효자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당시 부실 대출과 대주주 비리로 업체들이 잇따라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 31개 저축은행이 퇴출됐으며 무려 약 10만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전수조사에서 온라인연계투자금융(P2P) 업체 3곳 중 2곳이 폐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금융당국의 대출채권에 대한 회계법인 감사보고서 요구에 P2P 업체 237곳 중 113개사가 회신을 하지 않았는데 이 가운데 8개사는 7~8월 중 폐업을 신고했다. 특히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금융혁신 사례'라며 치켜세웠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체(P2P) '팝펀딩'은 사기, 횡령, 자금 유용 등 불법을 저지른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지난 6월 폐업신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팝펀딩에 투자한 사모펀드 일부도 운용과정에서 손실이 나 투자원리금을 돌려주지 못한 채 상환이 연기됐다. 환매 중단 금액은 총 355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은 위원장이 업체를 방문한지 불과 반 년 만에 벌어진 사건이었다.

국내에 P2P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때는 2015년부터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 받았다. 초저금리 시대에 P2P사들이 내걸었던 연평균 수익률 10%를 기대할 수 있는 투자처가 어디 있었겠는가. 당시만 해도 막 산업이 태동할 때라 큰 사고가 없었고, 대출 부실률도 높지 않았다. 전체 대출 규모도 작았던 데다가 대출금 상환이 연체될 일이 거의 없었다. 당시 P2P 금융업체들은 부실률이 낮다는 점을 내세워 마치 새로운 금융의 시대가 열린 것처럼 광고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현재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P2P 금융의 선두주자로 꼽혔던 미국과 중국도 P2P 금융 부실로 몸살을 앓았다. 미국에서는 2014년 86억달러에 상장됐던 P2P 금융업체 렌딩클럽의 부정대출 사태가 2016년 터졌다. 중국에서도 약 395억달러의 기업가치, 약 17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 능력을 가졌던 루팍스가 대규모 대출 사기 사건들로 인해 투자자 피해가 커지면서 사업을 철수했고 사실상 P2P금융이 거의 와해된 상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선례가 있음에도 금융당국은 일단 법적 강제성이 없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시행토록 하고 시장을 지켜보는 방식을 택했다.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경우 직ㆍ간접적 제재를 하는 선에서 시장을 키우겠다는 명목이었다. P2P 금융이 금융소외 계층에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하고 대출 시장의 효율성도 높이며 금융이용자에 대한 보호 강화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이 같은 물밑 지원(?)에 P2P 금융은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며 2020년 7월 말 대출취급액 기준 7조4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낙관적 기대 속에 부실의 상처는 곪아갔고 급기야 도미노 폐업 사례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 됐다. 문제는 '줄폐업'이 현실화 될 경우 투자자들의 피해다. P2P 업체가 폐업할 경우 투자자가 투자금을 돌려받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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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기술이나 체계가 세상에 나올 때는 그만큼 시행착오가 따른다. 이 때문에 부작용을 겪고 자정작용이 이뤄지는 과도기가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몫은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고 싶다. 저축은행 사태를 겪었던 금융당국이 과연 P2P 금융에서도 부실 사태가 벌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을까.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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