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느닷없는 '이재용 배임죄' 무리수…피의자 방어권 침해 논란 커진다
이재용 측 변호인단 "법리도 판례도 어긋난 배임죄, 성립 요건 안 된다"
"합병 비율 조작 없다는 결론에 檢 공소사실에 적지도 못해"
사건 워낙 방대해 재판 수년 걸릴듯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최석진 기자, 이기민 기자]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기소를 강행하면서 법적 공방 장기전을 예고한 가운데 공소사실에 업무상 배임죄를 느닷없이 추가한 것을 두고 피의자 방어권 침해 및 기소권 남용 논란이 점점 커지고 있다.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봉창 두드리다 못해 봉창을 아예 깨버린 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이 부회장 기소를 강행하려다 업무상 배임의 기존 법리와 판례에서 벗어난 무리수를 뒀다는 것이다.
2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검찰이 전날 이 부회장을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를 새로 적용한 데 대해 '업무상 배임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업무상 배임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를 위배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되는 범죄다. 대법원은 그동안 기업의 사무를 보는 이사의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주주가 아닌 회사의 손해가 입증돼야 한다고 판단해왔다. 이에 대한 사례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 사건 대법원 판례가 거론된다. 이 사건에 대해 대법원은 2009년 경영진이 보호해야 할 대상은 '주주'라기보다는 '회사 재산'이라는 취지로 판결했고, 아직 판례가 유지되고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인에게 타인의 사무란 주주라는 실제 사람이 아닌 기업이라는 법인(法人)의 일을 뜻한다"며 배임죄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이사도 아니다"며 "임원도 아닌 사람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잘못된 기소"라고 비판했다. 삼성물산이 합병 과정에서 시가총액 52조원대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얻게 됐으니 도리어 이익을 가져다준 점도 배임죄 성립 요건과는 거리가 멀다.
검찰이 지난 6월 구속영장 실질심사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단계에서 이 부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전혀 거론한 적이 없었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에 대해 소명 기회를 주지 않고 기소하는 검찰의 고질병이 이번 사건에서 또다시 도졌다"고 비난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도 "수사팀이 그동안 이사의 주주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를 인정하지 않는 일관된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는 법리적 이유와 합병으로 인해 구 삼성물산이 오히려 시가총액 53조원에 이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이익을 보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의율하지 못한 것인데, 기소 과정에 느닷없이 이를 추가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수사심의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부회장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당시 시세조종을 통해 양사 주가를 조작했다는 검찰의 주장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합병비율 조작이 없었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검찰도 공소사실에 한 줄도 적지 못했는데 법령에 따라 시장 주가에 의해 비율이 정해진 기업 간 정상적 합병을 범죄시하는 꼴이라는 게 이 부회장 측 반박이다.
이번 사건이 자칫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1조원에 달하는 국부 유출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는 더욱 커졌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승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최소 7억7000만달러의 피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투자자-국가 간 분쟁(ISD) 소송을 제기했는데, 검찰 수사팀이 주장하는 의혹이 엘리엇의 논리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경제사건을 전담하는 재판부 중 이 부회장 등 사건 재판을 맡을 재판부를 결정해 사건을 배당할 예정이다. 통상 배당은 무작위 전산 배당을 통해 이뤄지지만 법원이 이번 사건을 '적시처리가 필요한 중요사건'으로 선정할 경우 관련 예규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재판부를 지정해 배당할 가능성도 있다.
사건이 배당되면 재판부는 몇 차례 공판준비기일을 열어 사건의 쟁점을 정리하고 검찰이 제출한 증거의 채택 여부와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신청한 증인 중 신문할 대상을 선정하는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검찰이 전날 이 부회장 등 11명을 기소하며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만 133쪽, 이번 사건의 전체 수사기록은 총 437권, 21만4000쪽에 달하는 만큼 재판부나 변호인들이 기록을 검토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적시처리 중요사건'으로 지정돼 공판기일 간격이 좁게 잡힌다 해도 피고인 등 사건관련자들의 수나 증거의 분량, 다툼이 예상되는 쟁점이 많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1심 재판이 마무리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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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등의 공소유지는 법무부가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 신설한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에서 앞서 삼성 수사에 참여했던 김영철 부장검사가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를 직접 맡았던 이복현 경제범죄형사부장도 대전지검으로 발령이 났지만 공판에 참여할 예정이다. 재판에서는 ▲삼성바이오 회계처리의 적법성 ▲이사의 주주에 대한 배임 성립 ▲이 부회장의 지시나 공모를 뒷받침할 증거 유무 등이 유무죄를 가를 쟁점이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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