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 차별금지법 제정의 선결조건
지난 6월 발의된 차별금지법안을 놓고 논란이 거세다. 법안을 찬성하는 쪽은 모든 차별을 금지해야 진정한 인권사회가 성립한다고 주장한다. 반대 쪽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여 오히려 인권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한다. 차별금지법은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합리적이지 않은 차별을 없애자는 것이다. 취지만 봐서는 반대하는 쪽을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과연 반인권적이고 차별을 선호하는 사람들일까.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찬성론자들의 '차별금지법 반대 = 반인권적 차별주의자'라는 프레임에 갇혔다는 것이다. 자신들은 오히려 성별, 인종, 장애, 신분, 지역 등에 따른 차별은 단호하게 배격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대부분 개신교도인 이들은 성경에서 '죄'라고 규정한 동성애에 한해, 차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성경에 따라 동성애를 비판해야 하는데 차별금지법으로 인하여 그렇게 하지 못하게 되면 종교의 자유에 대한 침해라는 것이다.
성경의 내용이 옳은지는 차지하더라도, 차별금지법에는 성적지향을 이유로 차별을 할 경우 이행강제금으로 수천만원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불이익 처분에 따른 차별행위가 인정될 경우 형사처벌을 가하는 조항도 있다. 고용 분야에서도 동성애 관련 문제로 인해 분쟁에 휩싸일 수도 있다.
법안은 국민이 찬성하는 방향으로 제정되는 것이 옳다. 만약 국민의 상당수가 법안 제정에 반대한다면 이들과의 대화ㆍ설득을 통해 합의안을 이끌어 내야 한다. 적어도 갈등을 최소화하는 법안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 없이 법안이 제ㆍ개정된다면, 그 법안은 얼마 지나지 않아 효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 시행된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다. 통과된 지 며칠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또 다른 개정안 얘기가 나오고 있다. 임대인의 재산권 침해우려를 간과해 이러한 사단이 났다. 어린이 보호구역의 위법 운전자를 가중처벌하는 일명 '민식이법'도 충분한 합의 없는 제정으로 여론이 분분하다.
성급한 법안 통과는 비싼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1990년 광주민주화운동 관련자 보상 등에 관한 법률은 5ㆍ18 관련 단체의 우려를 충분하게 수렴하지 않아, 법 시행을 둘러싼 갈등이 무려 1458일 동안 지속됐다. 약사법 개정안도 시행 1014일이 지나서야 겨우 갈등이 해소되고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미국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민주주의 역사가 긴 미국 사례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은 사회적 갈등이 우려되는 법안 제ㆍ개정의 경우, 사전에 당사자들을 참여시켜 합의안을 만드는 '협상에 의한 법규 제정'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 환경부는 2000년대 중반까지 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약 20건의 법규를 제정하며 이들 간 합의안을 만들었고, 이렇게 합의된 법규 중 3분의 2는 아무런 갈등 없이 시행되고 있다.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 또한 갈등이 예상되는 법안 등에 대해 당사자들 간 토론을 주도하여 해결책을 도출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들은 추가적인 시간ㆍ비용이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섣부른 법 제정 이후 소요되는 사회적 갈등 비용을 감안할 때 충분한 협의에 따른 법 제정이 오히려 효율적이다. 법 제ㆍ개정에 대한 당사자의 우려가 있다면 그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타협점을 찾거나 예외 조항을 마련해야 한다. 차별금지법 또한 충분한 토론과 합의를 거친 후 제정돼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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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 대한변호사협회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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