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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톺아보기] 의료 플랫폼의 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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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어느 때인가 어머니가 갑자기 몸이 아프시다면서 병원에 가서 의사 선생님을 좀 모시고 오라고 했다. 그때는 왕진이 있던 시절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실까봐 엉엉 울면서 의사 선생님을 집으로 모시고 왔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의사 선생님은 흰 가운을 입은 채 집에서 어머니를 치료해 주셨다. 주사도 놔주고 약도 조제했는지는 자세하게 기억이 없지만, 당시는 카드가 없던 시절이라 백 원짜리 지폐로 치료비를 지불했었다. 50년 전의 생생한 기억인데 지금과 비교해보면 제도, 프로세스, 기술 등에 있어서 엄청난 변화를 볼 수 있다.


15년전에 보건복지부와 함께 전국의 공공 병원 간의 정보를 공유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그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완수되면 지방에서 촬영한 영상을 바로 대도시의 종합병원에서 사용이 가능했다. 중복 절차로 인한 국가적 비용과 시간이 크게 절약될 수 있는 프로젝트였지만, 사회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아 사전 준비만 하고 실행에는 옮기지 못했다. 환자 입장에서는 최단거리의 의료원에서 우선적으로 가능한 조치를 하고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유지하는 시간을 벌 수 있는 제도 였고, 환자와 병원과의 거리를 좁히는 유용한 국가적 시도 였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당시에 없었던 클라우드 기술이 발달해 마음만 먹으면 이같은 프로젝트를 바로 완성할 수 있다. 상당한 세금을 들여 수행했던 프로젝트이니 당시 자료가 나중에 쓸 수 있도록 어딘가에 보관되어 있을 것이다. 언젠가 빛을 볼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현재의 기술적 단계와 사회적 성숙도를 고려해본다면 병원에서 기다리는 불편은 줄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앨 수 있다.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시스템과 연결된 앱을 통해 예약하고 진료가 가능한 시간에 병원에 가면 된다. 앱은 환자에게 예약시간을 통보해 늦지 않게 병원에 도착하도록 도와준다. 종이로 된 처방전을 환자가 직접 약국에 가져가는 일은 요즘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다. 병원에서 처방전을 클라우드에 올리면 약국에서는 환자 본인만 확인하고 처방전은 클라우드에서 접속해서 보면 될 일이다. 한발짝 더 서비스의 레벨을 올린다면 약을 집으로 배달해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환자 위주의 프로세스 개선이라 할 수 있고 더불어 일자리까지 창출하니 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일석이조이다. 물론 개인적인 보험관련 청구도 어차피 처방전이나 영수증의 제출과 보험금의 수령이니, 클라우드나 핀테크의 도움으로 어렵지 않게 해결이 가능하다.


공유경제의 시대이다 보니 개인정보의 이용도 어느정도는 허용하는 추세이다. 의료정보도 환자를 위하는 부분에서는 필요한 공유를 해야 한다고 본다. 온라인에서 아이 쇼핑하고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사는 사회적 언택트 추세가 O2O의 트렌드를 가속화 시키고 있다. 여기에 각종 서비스가 네트워크를 통해 상시로 접근이 가능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클라우드의 기술력 위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환자와 병원과의 물리적 거리와 대기 시간, 그리고 일련의 프로세스를 모두 마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것이다.


전세계적인 팬데믹 상황이 특수하긴 하지만 원격진료가 확산되는 계기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다고 본다. 원격진료라는 단어 자체는 지금까지 거론한 모든 것이 함축됐다. 개인화된 의료 사물인터넷(IoT) 센서가 수집한 자료들을 원격으로 보내 의사가 보고 처방을 내린다. 전세계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이 한국 내 병원의 원격진료를 받는 모습은 단지 상상이 아닐 것이다. 이것이 의료 플랫폼의 힘이다. 최근의 기술 트렌드는 모두 외국 기술이 전세계의 표준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의료 플랫폼은 아직 우리에게도 열려 있는 분야이다. 한국의 실리콘밸리에서 묵묵히 활약하고 있는 젊은 벤처인들이 이러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보기를 선배 IT인으로서 간절히 소망한다.

김동철 공학박사·유비케어 사외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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