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소속 국가와 중국 사이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오랫동안 이어지고 있다. 이 분쟁은 복잡한 양상을 띤 동시에 한국과는 무관한 문제로 여겨져 국내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과연 이 문제는 한국과 무관할까?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은 단순히 중국이 대국으로서의 힘을 과시하는 차원의 문제만이 아니라 한층 복잡한 셈법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아세안 국가들은 개별적으로 중국에 불만을 피력한 적은 있지만 아세안 차원에서 한목소리로 비판하지는 않았다. 중국에 대한 경제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으로서는 중국과 대립을 표면화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흐름에도 최근 변화가 생겼다. 지난 6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대표 국가인 베트남이 공동체를 배경으로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확장 문제를 공식적으로 비판했다. 1982년 해양법에 관한 유엔협약(UNCLOS)에 따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은 무효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공동체로서 아세안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목소리를 낸 것은 중국의 공격적이고 지속적인 남중국해 영유권 확장이 구체화됐기 때문이다. 많은 아세안 국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과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안 중국은 영유권 확장을 위해 매우 구체적이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왔다.
남중국해의 영유권 분쟁이 왜 이리 중요할까? 남중국해는 중국 남부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대만에 둘러싸여 있다. 중국은 오랫동안 남중국해 90%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해변을 따라 U자 형태로 구단선을 설정, 독점권을 주장해 왔다. 중국은 이미 1947년 중화민국 시절부터 구단선을 설정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해 2016년 7월 유엔 국제상설중재재판소는 중국의 주장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지만 중국은 중재안을 거부했다. 더욱이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중국은 더욱 노골적으로 영유권 확장 움직임을 진행하고 있다. 4월부터 남중국해 섬에 중국식 이름을 붙인 행정관청을 설치하고, 인공섬 건설과 군사시설을 확장하고 있다. 아세안 국가의 공동 대응에는 긴장감이 넘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분쟁은 단순히 중국과 동남아만의 문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전 세계 선박이 오가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주요 교역로인 만큼 한국도 수출입의 상당부분을 남중국해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해역이 한 국가의 독점이 될 경우 이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고민해야 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아세안 정상회의 발표 이후 즉시 영유권 분쟁에 중립을 고수하고 싶다고 밝혔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엄청난 자본을 동남아 국가에 투입해 했는데, 캄보디아의 이런 입장 표명은 중국의 자본 유치를 고려한 결정이다. 하지만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아세안 국가들이 그동안의 대립을 꺼려왔던 입장에서 벗어나 목소리를 낸 것은 결코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남중국해 확장과 인공섬 건설, 천연 자원의 독점적 사용 움직임의 구체화 등 일련의 행보는 이제 아세안 국가 공동 차원에서 대응해야 할 정도의 큰 문제가 됐다는 얘기다.
미국은 7월부터 남중국해에서 군사 훈련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미 해군 함정도 이 해역을 항해하며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을 불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호주도 비판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싱가포르에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묻기도 했다. 우리 한국도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입장을 밝혀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한국의 실익을 고려해 현명한 외교적 대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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