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R 규제 완화 연장, 은행 한숨 돌렸다
코로나 이후 석달간 은행채 순발행 규모 30兆
6월 줄었다가 하반기 들어 다시 급증세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최근 은행채와 양도성 예금증서(CD) 발행을 늘리며 자금 조달에 나섰던 은행들이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 완화 연장 분위기에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대출수요가 당분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현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25일 금융투자협회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4일까지 은행채는 114조원(특수은행채 85조원, 일반은행채 29조원) 이상이 발행됐다. 이 가운데 상환액을 제외한 순발행액은 32조원(특수은행채 30조원, 일반은행채 2조원)이 넘는다.
특히 순발행액은 지난 1월과 2월 각각 5500억원, 4633억원에서 3월 9조3800억원, 4월 10조3400억원까지 급증했다. 3월부터 순발행액이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 본격 확산으로 인해 한국은행이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무제한 조건환매부채권(RP) 매입 대상에 은행채를 포함하면서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은행들이 이 3개월 동안 찍어냈던 은행채 순발행 규모는 무려 30조원에 이른다.
6월에는 순발행액이 -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발행액도 전월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서면서 은행들이 속도 조절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7월에는 순발행액이 3조4900억원, 발행액은 16조원을 넘어서며 다시 급증했다. 이달 들어서도 24일까지 상환액이 늘면서 순발행액은 8000조원에 그쳤지만 발행액은 6월 규모를 이미 뛰어넘었다.
4대銀 2분기 LCR 평균 8.5%P↓…은행들 대출 여력 축소 의미
이처럼 은행채 발행이 다시 급증하고 있는 것은 코로나19 위기가 상반기에 끝나지 않고 연말까지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까지 은행의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특히 정기예금이 축소되고 요구불예금마저 빠져나가면서 은행의 LCR 하락세를 계속 유도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현재 전체 시중은행들의 LCR이 100% 밑으로 떨어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2분기 LCR 평균은 96.7%로 1분기(105.2%)에 비해 8.5%포인트나 떨어졌다.
LCR은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로 금융위기 같은 상황에서 '뱅크런'처럼 일시적으로 은행에서 뭉칫돈이 이탈할 때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규제다. 100%를 기준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우량하고 낮을수록 위기에 취약하다는 뜻이 된다. LCR 비율이 낮다는 건 그만큼 대출 여력이 축소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장 가능성에 수급 부담 해소…은행별 채권 발행 차별화 전망
이 때문에 4대 은행들은 하반기 들어 은행채와 CD 발행량을 늘렸다. 이들이 7월 이후 발행한 은행채는 총 4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지난 1~6월 발행한 11조300억원의 43%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CD 발행량도 1조6700억원으로 상반기의 총 발행 금액(5조2400억원)의 32%에 달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당초 9월까지 6개월 한시적으로 완화한 은행의 LCR 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시름을 놓게 됐다. 일각에서는 LCR 규제 완화가 연장될 경우 은행채 수급 부담 우려가 일부 해소되는 한편, 은행별로 채권 발행 전략이 차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나은행채는 7월 중순부터 지난주까지 2조4000억원이, 우리은행채는 8월 이후부터 지난주까지 7000억원이 순발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문제는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은행 건전성 우려다. LCR 규제 완화와 함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대출만기 및 이자납입 유예도 당초 9월말까지만 하기로 했던 것을 내년 3월말까지 6개월 더 시행될 방침이기 때문이다. 지난 2월부터 현재까지 전체 대출만기연장 지원금액은 76조원에 이르고 51조원이 넘는 금액이 시중은행을 통해 지원됐다. 지난 6월 시중은행 연체율이 2007년 집계 이래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만기연장과 이자납입유예 조치로 부실이 가려진 원인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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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향후 취약계층의 대출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빠르게 대출이 불어나면 LCR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은행의 자금 공급 역할을 위해선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만 이 같은 조치가 종료될 경우 자칫 대출 부실 쓰나미가 몰려올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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