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 포스트코로나 시대, 사회적 인프라로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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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존재인 사람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은 가장 잔인한 고문이라고 심리학의 고전 '심리학의 원리'에서 윌리엄 제임스는 밝히고 있다. 사회적 고립을 증폭시키는 상황들은 이사, 진학, 실직이나 독거, 차량에 잘못 탑승한 상황까지 다양하다. 이럴 때 사람들은 자포자기하거나 충동적인 행동과 같은 비합리적 행동을 하게 된다. 마치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들처럼 말이다.


사회적 고립이 치명적인 만큼 위기 상황이 되면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려는 동기가 강화된다. 9·11테러를 접한 당시의 수많은 미국 학생이 가장 먼저 한 행동은 멀리 사는 가족과 친척들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비록 몸은 떨어져 있지만 전화 연결을 통해 사회적 유대를 확인하고 싶은 욕구가 발현됐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심리학 실험을 통해서도 증명된 바 있다. 2003년 아르나우드 위즈만 등은 연구 논문 실험에서 '당신이 죽으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나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유쾌하지 않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이후 토론을 위해 방에 들어가 자리를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한쪽에 있는 1인용 의자에 혼자 앉거나 다른 쪽에 여러 사람이 함께 앉을 수 있는 의자에 앉는 선택이 가능하다. 이때 죽음을 떠올린 학생 80%는 여러 사람이 앉는 의자를 선택했다. 대조집단인 일상 TV프로그램을 떠올린 학생들 대부분이 1인용 의자를 선택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위협적인 상황은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자 하는 욕망을 강렬하게 만든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이다.

심지어 자신을 불행에 빠뜨린 범인에게 애착과 친밀감을 느끼는 '스톡홀름 증후군'이 나타나기까지 한다. 1973년 은행강도들이 6일이 넘는 기간 인질들을 잡아두고 경찰과 대치했다. 생사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구조된 인질들은 인질범들에 대해 우호적인 감정을 느꼈다. 이뿐만 아니라 목숨을 걸고 자신들을 구조한 경찰들에 대해 적대적 감정을 보이는 이해 못할 현상이 나타났다. 불안한 상황에서 사람들과 친해지려는 욕망이 합리적인 사고보다 우선했던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모이려는 본능을 누르기란 쉽지 않다. 미국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코로나 파티에 따른 감염이나 최근 우리나라의 8·15 대규모 광화문 집회가 대표적 사례다.


이런 예외적인 상황이 있지만 장기화되는 코로나19 사태에도 아직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이 크게 나타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국민 70%가 이용하는 게임이 일정 부분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헤드셋을 착용하고 즐기는 네트워크 게임은 사회적 고립을 막아주고 돈독한 사회연결망을 유지시켜 외롭지 않도록 해주는 일등공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헤드셋에 달린 마이크는 게임 속 극도의 몰입 상황에서 누군가와의 밀접한 대화와 협력을 가능하게 해준다. 누군가와 협력하고 교류하면서 어떤 일을 해냈다는 연대감과 성취감은 외로운 고립이 아니라 역동적인 존재감을 제공한다.


이제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사회적 존재인 사람이 현실에서 대규모로 모이기 불가능한 상황에서 고립감을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게임은 그래서 단순한 여흥의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사회적 인프라다. 게임을 대체할만한 제도나 서비스가 없는 상황에서 게임을 규제하겠다는 것은 기초 인프라인 전기나 수도를 규제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합리적 사고라고 내가 믿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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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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