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됐던 '무혐의' 한화그룹‥'모래주머니' 차고 시장 나선 격
벌 줄 기업에 한화 찍어놨나‥ 공정위 5년간 남은 건 허탈감
단발성 그치지 않아고 총 10회 44일간 현장조사 무차별 압박
현대모비스 SPC 현대重 등도 냉가슴 ..피해 보상도 못받아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주상돈 기자] 5년에 걸친 한화그룹 '일감 몰아주기'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공정위의 되풀이 되는 조사 관행이 도마위에 올랐다. 공정위가 합리적인 혐의 포착에 따른 조사 착수가 아닌 여론에 편승하거나 벌 줄 기업을 '찍어놓는' 식의 조사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작부터 예견됐던 한화 '무혐의'‥기업에는 '모래주머니'= 공정위는 한화그룹 계열사들이 다른 사업자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한화S&C에 전산 시스템 관리 등의 대행을 맡겨 일감과 이익을 몰아준 것으로 보고 지난 2015년부터 조사를 진행해왔다. 공정위는 한화S&C가 시스템 통합 서비스 계약을 맺으면서 계열사로부터 정상거래와 비교해 과도한 가격을 산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업계와 법조계에선 조사 초기부터 공정위가 혐의점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부당한 이익이 귀속됐는지 판단하려면 한화계열사가 내부거래를 하지 않았을때 써야 하는 비용(정상가격)을 산정해야 하는데 고객사별로 맞춤형 서비스를 해주는 IT서비스 특성상 균질한 가격 자체가 없다는 점에서다. 결국 시장의 예상대로 공정위는 IT서비스 관련 시장에서의 통상적인 거래관행과 총수일가의 관여에 대한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
5년 조사에서 남은 건 공정위와 재계 쌍방의 업무 부담과 허탈감 뿐이다. 공정위가 조사를 진행하는 지난 5년간 한화그룹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시장 경쟁에 임해야 했다. 2018년에는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 본사 사옥에 기업집단국 직원을 보내 한화, 한화S&C, 에이치솔루션, 한화건설, 한화에너지, 벨정보 등 6개사를 현장 조사했다.단발성 조사에 그치지 않고 한화그룹은 총 10회, 44일간의 현장조사를 받았다. 진술조사나 자료제출은 한화그룹 내부에서 나가지 않은 자료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끝없이 이어졌다. 한화그룹 내부에선 조사받는 것이 힘들어서라도 외부 의혹을 살만한 일은 사전차단하고 리스크 관리조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선 공정위가 결국 무혐의로 결론을 내려도 조사 과정에서 받은 피해를 보상받지 못한다.
◇'경제검찰' 공정위 무리한 조사‥냉가슴 앓는 기업들= 공정위를 맡고 있는 대관 담당자 사이에서 최근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를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화 외에도 장기간 조사 끝에 무혐의 결론이 난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대리점에 부품 구입을 강요한 혐의로 회사와 전직 임원들이 검찰 고발을 당했지만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역시 계열사 허위 신고 혐의로 고발을 당했지만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공정위의 조사가 시작되면 기업들 스스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도 반발도 못 한 채 속앓이를 해야 한다는 데 있다. 거액의 수임료를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고, 총수 일가의 경우엔 경영 행보가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 공정위의 다음 칼끝이 어디를 겨냥할지 알 수 없는 데다 한 번 피소된 기업은 '악덕 기업'이란 주홍글씨까지 남겨 지기 때문이다. 한화그룹도 이번 조사건 관련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간단한 입장만 내놨다.
재계에선 공정위가 실적을 위해 전속고발권을 무기로 기업을 무차별 압박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5년간 공장위 고발사건의 검찰 기소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도 이런 비난을 뒷받침한다. 국회 정무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공정위 고발사건의 검찰 기소율은 70%에 달했는데, 2017년 59%, 2018년 42%, 2019년 31% 등으로 기소율이 급락하는 추세다. 한화 외에도 최근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SPC삼림 부장지원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검찰 고발을 당했다. SPC외에도 LG유플러스, 현대중공업, 하이트 진로, 금호아시나아, 하림그룹 등이 최근 공정위 제재를 받거나 조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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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이번 한화 건에서도 기존의 부당 내부거래 심사지침에 없는 논리를 가져와서 공정위가 깨진 것"이라며 "특히 이번에 깨진 심사지침을 공정위가 개정하려고 하는 우려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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