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최근 몇몇 유명 유튜버들의 소위 '뒷광고'가 논란이 됐다. 업체의 제품 협찬을 받아 제작한 광고성 콘텐츠인데도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이른바 '내돈내산 솔직후기' 운운하며 조회수를 올리다가 거짓이 들통 났다. 비난이 쏟아져 나오자 뒤늦게 사과 영상을 올리고 빼먹었던 자막을 다는 등의 부산을 떤 모양새다.
저 유명한 이형기 시인의 ‘낙화(落花)' 중 한 구절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시구가 떠올랐다.
애당초 문제가 될 일을 하지 않아도 모자랄 판에, 시의적절하고 설득력 있는 해명도 진심어린 반성도 없이 그저 어서 잊히기만 바라는 얄팍한 발언들로는 대중의 화만 돋울 뿐이다. 관련 뉴스들에 달린 가시 돋친 댓글들을 볼 때 그들의 사죄의 변(辯)이 그다지 공감은 얻지 못한 것 같다.
저 높은 자리에서 큰 영달을 누리다가도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러 제 자리에서 물러나는 공인들도 적지 않다. 최악은, 물의를 일으킨 그 범죄행위 자체만으로도 불쾌한데, 그들이 물러나며 던진 사퇴의 변이 진정성 빈약한 입에 발린 사죄이거나 본인이 뭘 잘못했는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음을 드러내는 경우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그러한 예다. 그는 "5분 정도 짧은 면담과정에서 불필요한 신체 접촉을 했다. 경중에 관계없이 그런 행동이 강제추행으로 인정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얼핏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의미로 비춰질 수 있지만, 자신의 판단으로는 그냥 넘겨도 될 정도의 행동인데 강제추행이라고 하니 좀 억울하다는 뉘앙스를 담았다. 사퇴의 변 발표 이후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기보다 뻔뻔스런 변명으로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입게 만들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그런데 최근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 배동욱 회장의 사퇴 여부를 두고 일고 있는 잡음은 이보다 더한 것 같다. 조직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기자회견까지 하며 사퇴를 촉구하는데도, 배 회장은 내년 2월까지 임기를 지키겠다고 공식 선언하면서 버티기 중이다.
소공연은 지난달 25일 강원도 평창에서 교육 및 정책 워크숍을 하면서 걸그룹을 초청, 술판 춤판을 벌였고, 특히 행사가 코로나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된 것이 보도돼 비판이 일었다. 여기에 합당한 비용 부담 없이 가족 동반,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 행사경비의 불투명한 사용 등 배 회장의 부조리한 처신까지 더해졌다.
그는 워크샵 중 술판 춤판은 연예인 그룹 역시 코로나로 생계가 어려우니 도움을 주려 했고, 고생하는 연합회 단체장들을 위로할 목적의 15분짜리 초청 공연이었다며 해명을 시도했다. 하지만 가족에 일감 몰아주기나 행사비용에 대해서는 불찰이다 모르겠다 수준으로 변명하고 있다.
소공연 관계자에 따르면, 소공연의 내부 갈등상황이 길어지면서 소상공인 권익 관련 본연의 업무가 사실상 중단 상태다. 배 회장은 논란의 워크숍, 가족 일감 몰아주기 외에도 횡령, 배임, 보조금관리법 위반, 공문서 위조 등으로 서울 중앙지검에 고발돼 있다.
코로나에 역대급 물난리까지 겹쳐 소상공인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인데도 대응 지원업무를 할 수 없어 조직원들은 자괴감에 빠져 있고, 논란의 중심인 배 회장은 사퇴요구를 일축하며 내년 회장선거에 더 신경 쓰는 상황은 답답하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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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찬미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러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배 회장의 경우는, 물러날 때를 스스로 판단해 멋진 사퇴의 변을 남기고 우아하게 떠날 기회는 이미 놓친 듯하다. 지금이라도 소공연이 소상공인의 위기 극복에 역량을 쏟을 수 있도록 갈등 사태가 속히 해소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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