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톺아보기]법정 최고 이자율 10%, 고리대 기준 바꾼다
고리대란 비싼 이자를 받는 돈놀이를 말한다. 중세 유럽에서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만으로도 고리대금업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유대인들이 주로 이런 일로 돈을 벌었는데 셰익스피어의 희곡 '베니스의 상인'에서도 유대인인 샤일록이 악독한 고리대금업자로 그려진다.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에 사회가 혼란해지면 고리대가 성행하여 백성들이 착취를 당하는 일이 많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빚을 탕감하는 시책들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 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이자제한법을 제정하여 일정한 이자율을 초과하여 이자를 수취하는 계약을 제한하고 있다. 이자율을 제한하는 이유는 공정한 시장질서는 유지하기 위해서다. 이자율은 일방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쪽에서 결정할 힘이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여러 주의 최고 이자율은 대체로 연 10~20% 사이다. 우리나라는 이자제한법과 대부업법에서 나누어 규율하고 있는데, 대부업법이 처음 제정되었을 때는 최고 이자율 연 66%였다. 지금 생각하면 무지막지하지만 현재는 그래도 많이 내려가서 두 법률이 동일하게 연 24%를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제한 최고 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수취하는 경우에만 처벌하지만 일본처럼 최고 이자율을 넘는 대부계약 체결만으로 형사처벌할 정도로 강력하게 규제하는 나라도 있다.
얼마 전 최고 제한 이자율을 미국의 특정 주처럼 연 10%를 넘지 못하게 하는 이자제한법ㆍ대부업법 개정안을 더불어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소속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이와 같이 관련법을 개정할 것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필자도 이런 법 개정에 찬성한다.
일부에서는 최고 이자율이 너무 낮으면 문을 닫는 대부업체가 많이 나오고,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도 대출 대상의 폭을 줄여 오히려 국민들이 돈을 빌리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한다. 당장 돈이 필요한 사람들이 어디가서 돈을 빌리냐는 것이다.
결론적으로는 돈을 빌릴 곳이 없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우리 주변을 살펴보더라도 도처에 돈을 빌려주겠다는 광고가 많다. 수익성 악화로 문을 닫는 영세대부업체가 나올 수 있지만 대출시장 규모가 크게 줄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0.5%에 불과한 초저금리 시대에 연 10%면 결코 낮지 않은 이자율이다. 전 세계적으로 보아 대부업은 역사가 길고 우리나라 역시 대부업을 못해 안달인 사람들이 많다. 몇 년 전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금리인하와 대출시장의 변화를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였는데 대출시장은 금리 인하 때마다 그에 적응하면서 시장의 규모가 유지ㆍ확대되었을 뿐, 이로 인해 대출시장이 위축되지 않았다고 한다. 대부업자들이 처음에는 죽는 소리를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제한 이자율에 맞춰 새롭게 시장을 창출해 낸다는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금융회사ㆍ금융기법이 등장하기도 한다. 현재 이자율 기준으로 중금리인 연 10% 안팎의 이자율을 놓고 P2P 금융, 저축은행 등이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다른 한편에선 최고 제한 이자율이 낮으면 대부회사들이 더욱 다양한 신용조사방법을 개발해 스스로 새로운 고객을 찾아내는 쪽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지금도 금융회사들이 자산ㆍ소득ㆍ직업ㆍ연령 등 기본적인 신용지표 외 전기요금ㆍ통신요금 납부율 등 지표를 개발해 대출 대상을 넓히려는 모색을 하고 있다. 대출 소비자의 상환능력을 더 과학적으로 따져 부실률을 낮추고 적정한 이자율을 찾아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할 유인은 은행ㆍ대부업체 등 금융회사에 있는 것이다. 선진국이라고 하면 적어도 고리대가 없는 나라다. 연 10% 미만이라는 최고 이자율 기준은 고리대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다. 이자율이 너무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초저금리 시대에 더 현실적인 기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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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선 변호사(법무법인 융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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