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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추미애 장관·이성윤 지검장·김동현 판사, 한동훈 수사결과 책임질 건가?

최종수정 2020.08.05 18:59 기사입력 2020.08.05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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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석진 법조팀장

최석진 법조팀장

[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검언유착’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이 5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를 재판에 넘기면서 결국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를 공소장에 담지 못했다.


검찰은 “한 검사장이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아 포렌식에 착수하지 못했다”는 등 수사 장기화를 한 검사장의 탓으로 돌리며 계속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이 한 검사장을 기소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날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 등을 명확히 규명한 후 사건을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그렇게라도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일 뿐 추가 수사 과정에서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 관계가 규명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아직은 더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검찰이 한 전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과 추가 소환조사까지 마치고도 이렇다 할 증거 확보에 실패한다면,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우선 분명한 건 이번 사건 수사를 책임지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 정진웅 부장검사가 내부전산망을 통해 공개적으로 밝혔던 이번 수사 관련 얘기가 거짓말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정 부장검사는 지난달 7일 정희도 청주지검 부장검사가 내부전산망에 "채널A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에 공개적으로 질의한다"며 "일선의 많은 검사들이 현 수사팀이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는 시각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하자 '채널A-MBC 보도 관련 사건 수사에 대해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정 부장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중요 증거를 확보하여 실체적 진실에 상당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 부장검사의 이 말이 혹시 한 검사장을 제외한 이 전 기자와 백모 기자에만 해당하는 말이었다면 더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국민적 관심을 끈 건 ‘검찰과 언론의 유착’이라는 사건의 성격 때문이었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이 사건의 제보자, 의혹을 보도한 MBC, 제보자를 도운 범여권 정치인, 중앙지검 수사라인 등이 확신에 가까운 신념을 갖고 씌운 ‘검언유착’ 프레임에서 ‘검(檢)’이 빠지면, 이번 사건은 엇나간 취재 욕심이 부른 기자 개인의 일탈에 그칠 수밖에 없다.


그나마도 목적 달성에 실패함으로써 미수에 그쳐 구속이 합당한가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때문에 정 부장검사의 당시 발언은 당연히 “(‘검언유착’ 사건의) 중요 증거들이 다수 확보됐다”는 의미로, “(‘검언유착’의) 실체적 진실에 상당부분 접근하고 있는 상황”으로 해석돼야 한다.


그렇다면 그 많던 증거들은 다 어디로 갔기에 이날 한 검사장을 이 전 기자와 같이 기소하지 못한 건 그렇다 치고, 이 전 기자의 공소장에 한 전 검사장과 공모했다는 내용 한 줄 못 넣은 것인지…. 정 부장검사의 해명이 필요하다.


물론 당시 검찰 내부에서까지 수사의 편파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이 같은 상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수사팀의 입장을 밝힐 필요에서 쓴 글이라고 짐작된다.


현장에서 중요한 수사를 진행하는 책임자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서 증거가 있네, 없네 언급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만큼, 정 부장검사가 원해서가 아니라 더 윗선의 명을 받아 글을 올렸을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하지만 최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 압수수색 과정에서 불거진 ‘몸싸움’이나 사건 발생 직후 수사팀이 공식루트를 통해 언론에 제공한 ‘입원사진’ 등은 “정말 뭐가 있긴 한 거야?”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추가 조사한 뒤 과연 기소할 수 있을지, 또 기소한다면 법원에서 유죄를 입증할 수 있을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만약 검찰이 추가 수사를 통해서도 한 전 검사장의 공모관계 증거를 찾아내지 못하고 불기소 처분하게 되거나, 기소를 했는데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된다면 그 때는 책임질 사람들이 있다는 점이다.


일반 사건이라면 검찰이 혐의를 두고 수사한 피의자에 대해 증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불기소 한다고 비난의 대상이 될 순 없다. 검찰은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했지만 법원의 판단이 다를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번 ‘검언유착’ 사건은 그렇지 않다.


수사 초기부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공모관계를 확신하는 것처럼 수사를 진행해왔다.


이 전 기자와 한 전 검사장의 공모관계 성립이 어려워 보인다는 대검찰청 형사과 실무진들의 의견도 무시한 채, 마치 이미 한 전 검사장을 타킷으로 정해놓은 거처럼 그렇게 움직였다.


일선 지검장이 검찰총장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항명할 때는 직을 걸었다고 봐야 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한 검사장을 기소하는데 실패하거나, 기소했지만 한 검사장이 무죄로 판명 났을 땐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수순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추 장관은 ‘범죄 성립에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의견을 들어보려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결정을 무시하고, 아예 ‘검언유착’ 수사에 손을 못 대도록 윤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했다.


해당 조치는 헌정 사상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내린 2번째 수사지휘였다.


검찰청법상 장관의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장관이 총장을 지휘해서 수사에 관여하라’고 만든 게 아니라 ‘정치권으로부터 검찰을 지키는 바람막이 역할을 하되, 어쩔 수 없이 관여할 때는 오직 총장을 통해서만 관여하라’는 소극적 의미라는 건 해당 조항의 입법 연혁을 아는 법조인들에게는 상식과도 같다.


그런 입법취지에 반해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를 통해 검찰총장은 손을 떼도록 하고 이성윤 지검장에게 힘을 실어줬을 땐, 그 결과에 대해서도 이 지검장과 함께 책임을 지는 게 맞다.


기억할 사람이 한 명 더 있다.


바로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한 전 검사장과의 유착 관계를 기정사실인 것처럼 영장 발부사유를 밝혔던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 부장판사다.


김 부장판사는 지난달 17일 이 전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며 “피의자가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해 피해자를 협박하려 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이 같은 영장 발부사유에 대해서는 판사들 사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법조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한동훈 검사장도 영장 치라는 거네. 우린(법원은) 발부해줄 준비가 돼 있다는 거 아냐?”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특히 검찰조차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한 전 검사장과의 공모관계를 밝히기 위해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했을 뿐, 이 전 기자의 단독 범행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는데도 김 부장판사가 (알아서) ‘공모관계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며 “법리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판단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불러 일으켰다.


정 부장검사와 마찬가지의 질문이 가능하다. 도대체 김 부장판사가 확인한 ‘검언유착’의 증거들은 무엇이었냐고.


그렇게 공모관계를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이미 수사팀이 이 전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부터 확보돼 있었는데 왜 검찰은 20일 가까이 지나 이 전 기자를 기소하면서도 두 사람의 공모관계에 관해 공소장에 한줄 걸치지도 못하느냐고.


피의자나 피고인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해야 하고 또 그렇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무죄추정의 원칙’은 법치주의 원리, 특히 형사법에 있어서의 최고 이념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2020년 대한민국에서 우리나라의 법치를 책임지는 장관과 차기 유력 총장 후보로 지목되는 국내 최대 규모 검찰청의 수장, 그리고 역시 국내 최대 규모 법원에서 피의자의 인신구속 여부를 판단하는 판사가 왜 이번 사건에서는, 한 검사장에 대해서는 ‘유죄 추정’에 가까운 행보를 보이는지 안타까울 뿐이다.


묻고 싶다. 추미애 장관과 이성윤 지검장, 그리고 김동현 판사에게.


“한 검사장이 불기소되거나 무죄가 확정되면 책임을 질 건가? 어떻게?”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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