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교통/ 정병두 지음/ 크레파스북/ 2만원

도시와 교통/ 정병두 지음/ 크레파스북/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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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 2003년 대유행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보다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유독 빠른 속도로 퍼진 것은 최초 확산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사통팔달한 교통 중심 도시이기 때문이다. 우한은 북쪽에서 내려오는 한수이강(漢水)과 양쯔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해 고대부터 수운 교통의 요지로 손꼽히던 곳이다. 지금도 1만t급 무역선들이 오가고 국제공항ㆍ고속철도ㆍ고속도로가 집결된 중국 내륙 최고의 교통 중심지다.


이처럼 편리한 교통망은 해당 도시에 번영과 함께 각종 우환도 함께 실어다준다. 전염병뿐 아니라 자동차ㆍ기차 같은 교통수단들이 내뿜는 온실가스 역시 환경을 위협하고 기후를 변화시키며 소음과 교통체증으로 인간의 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도시와 교통'은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는 교통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고 환경친화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세계 도시들의 교통공학에 대해 다룬 책이다.

첫 장은 유럽 중심으로 시작된 온실가스 규제에 대한 이야기부터 등장한다. 기존의 화석연료 자동차 탓에 온실가스 배출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면서 지구온난화는 환경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지구온난화 대책으로 각종 환경 규제를 만들고 있다. 화석연료인 가솔린 자동차를 축출하고 친환경 자동차 비율을 높이기 위함이다.


대표적인 정책으로 친환경차 의무 판매제가 소개된다. 2030년까지 전체 차량의 80% 이상을 전기차 같은 친환경차로 바꾸고 가솔린ㆍ디젤 차량은 모두 폐기 처분하는 것이 이들 선진국의 목표다. 표면적으로는 지구와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교통공학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세계 자동차시장의 재편 문제와 직결돼있다. 가솔린 차량의 경우 각국은 외국과 관세 문제로 정부 보조금을 함부로 지급할 수 없다. 그러나 전기차에는 쉽게 부여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EU는 높은 환경 규제로 외국산 차량의 역내 유입을 막는 보호무역 장벽까지 쌓을 수 있게 됐다. 현재 세계 전기차시장의 80% 이상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환경 규제는 EU의 규제 수준에 못 미친다. 따라서 중국산 전기차는 유럽시장으로 진출할 수 없다. 친환경 교통공학이 국제무역을 좌우하는 셈이다.

친환경 교통공학의 확산은 중동 지역의 안보를 불안하게 만든다. 전기차ㆍ하이브리드차의 증대와 각국의 환경 규제로 석유 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이다. 2007년까지 세계 에너지시장의 80%를 좌우하던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이제 그 영향력이 4분의 1로 줄었다. 미국, 러시아, 중동 전역의 산유국들이 작아지는 석유시장의 파이를 놓고 경쟁하면서 유가는 불안정해지고 있다. 경제구조가 석유 수출과 직결돼있는 산유국들의 민생 문제는 내전으로 이어지곤 한다.


친환경 교통공학은 내부적으로 각국의 새로운 조세 정책과도 연결됐다. 온실가스와 소음 저감으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명분 아래 교통유발부담금과 혼잡세ㆍ탄소세ㆍ유류세 등 각종 간접세 부과가 가능하다. 이는 개인의 소득이나 재산과 무관하게 모든 계층에 똑같이 부과된다. 정부에는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법인세나 소득세를 감면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2018년 프랑스 전역에서 일어난 노란조끼 시위는 정부가 유류세 인상 덕에 들어온 조세 수입으로 그만큼 법인세를 줄여주겠다고 발표하자 하층민이 분노하면서 촉발된 것이다.


친환경 교통공학은 주로 자가운전 차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실제 교통공학이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대중교통 부문에서다. 대중교통은 대도시의 핏줄과 같다. 부동산 가격 결정에 가장 중대한 요소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에서든 버스ㆍ지하철 노선, 복합환승센터 등의 신설은 지역민심, 더 나아가 선거와 직결되는 정치적 문제가 되곤 한다.


IT와 접목된 새로운 교통공학은 공유경제를 이끄는 주축 가운데 하나다. 자동차ㆍ자전거ㆍ이륜차 등 모든 교통수단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위성항법장치(GPS)로 위치ㆍ정보가 관리된다. 무인 시스템을 통해 도시 어디에서나 소비자에게 쉽게 공급된다. 그러나 이로써 소비자는 굳이 차를 살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 결과 자동차 제조 업체와 부품 업체는 물론 판매대리점, 렌터카 업체, 보험사 등 전 분야가 막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저자는 새로운 교통공학의 융복합 기술과 친환경 정책들이 인간의 삶을 개선시키는 스마트시티 건설과 연계되리라 희망한다. 조만간 등장할 것으로 보이는 자율운행 시스템은 교통공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자동화 시스템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도시교통은 교통사고나 환경오염, 짜증나는 교통정체에 대한 걱정을 사라지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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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아직 스마트하지 못한 기존 교통공학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될까. 운송업 종사자는 세계 노동인구의 30%를 차지한다. 이들의 실업 문제를 둘러싸고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교통공학의 정점은 마냥 희망적인 유토피아만 안겨주진 않을 것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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