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담은 손수레 차로 분류…차도로 내몰린 노인들
교통사고 위험부터 우울증까지
국회 개정안 발의했으나 상임위 묶여…시민들 "이번 국회서 통과하길"

서울 중구 한 번화가에서 한 노인이 차도에서 힘겹게 폐지를 손수레에 싣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서울 중구 한 번화가에서 한 노인이 차도에서 힘겹게 폐지를 손수레에 싣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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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차도 무섭고 벌금도 겁나고 뭐 그냥 그렇게 살죠."


폐지 줍는 노인들이 끌고 다니는 손수레는 차로 분류, 인도로 다니면 범칙금 3만 원 부과 대상이다. 하루 꼬박 허리를 숙인 채 골목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폐지를 주워내다 팔아도, 벌금 한번 맞으면 하루 몇만 원에 불과한 일당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자 노인들은 인도로 다니고 싶어도 일단 차도로 내려간다. 폐지 줍는 노인들이 교통사고로 크고 작은 부상이나 숨지는 이유다.


경찰 등에 따르면 폐지수집을 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노인(65세 이상)은 3년 기준 (2015∼2017년) 서울에서만 21명에 달했다. 연도별 사망사고 통계를 보면 폐지수집을 하다 숨진 노인은 2015년 9명, 2016년 4명, 2017년 8명이다.

국회에는 손수레가 인도로 다닐 수 있도록 한 법 개정안이 2017년 발의된 상태지만 손수레 규격 기준 등 문제로 상임위에 묶여있다.


개정안은 폐지 줍는 노인들이 사용하는 손수레는 운전자와 노인 모두 안전사고에 노출될 수 있으니 이를 해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이번 21대 국회에서는 이 개정안이 통과할 수 있도록 촉구하는 시민들이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 중구 한 번화가 건물 아래 놓여있는 손수레.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서울 중구 한 번화가 건물 아래 놓여있는 손수레.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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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일대서 만난 한 30대 직장인 A 씨는 "폐지 줍는 노인들이 끌고 다니는 손수레를 인도에서는 끌 수 없다는 걸 이제 알았다"면서 "도로로 다니면 좀 위험하지 않나, 빨리 법이 개정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B 씨 역시 "노인들이 손수레를 끌고 다니면서 차를 피해 가는 모습을 많이 봤다"라면서 "상당히 위험한 것 같다. 국회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니 이번 국회에서는 꼭 통과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시민들의 우려와 같이 폐지 줍는 노인들은 차도로 내려와 차량이 옆으로 지나가는 상황에서도 폐지를 줍는다.


종이 박스를 수집하던 한 60대 노인은 "차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알아서 잘 피해가기도 하고 이 일도 오래 해서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사고도 사고지만 하루 벌어서 먹고사는 사람이라 폐지 값을 얼마나 잘 쳐줄지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26일 서울 중구 한 도로에서 폐지 줍는 노인이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고물 등을 싣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hsg@asiae.co.kr

지난 4월26일 서울 중구 한 도로에서 폐지 줍는 노인이 버스 정류장 인근에서 고물 등을 싣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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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약 6만여 명의 노인들이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시간당 수입은 2,000원 수준에 불과했다. 차도로 내밀론 상황에서 생활고에 수입 상황은 물론 건강악화까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지난해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폐지수집 노인 실태에 관한 기초 연구'를 보면 2017년 주민등록인구 기준으로 만 65세 이상 노인 약 6만6000명이 폐지를 줍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노인의 0.9%, 일하는 노인의 2.9%에 해당하는 수치다.


노인들이 폐지로 벌어들이는 수입은 시간당 평균 2200원에 불과했다. 대출을 포함한 가구 자산은 평균 1억1359만원으로 다른 근로노인(3억65만원)의 3분의 1 정도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는 다른 근로 노인이 0.64%에 그친 반면, 폐지수집 노인은 22.61%에 달했다.


한 노인이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싣고 위태롭게 차도를 가로질러 건너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한 노인이 손수레에 폐지를 가득 싣고 위태롭게 차도를 가로질러 건너고 있다.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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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지 수집 노인은 다른 근로 노인에 비해 고령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80세 이상 비율이 다른 근로 노인은 8.4%였으나, 폐지수집 노인은 28.9%였다.


특히 건강 상태도 좋지 않았다. 만성질환이 세 개 이상인 비율이 다른 근로 노인은 41.56%였으나 폐지수집 노인은 52.92%로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우울증이 의심되는 경우도 다른 근로 노인은 10.87%인 데 비해 폐지수집 노인은 33.74%에 달했다.


전문가는 이번 국회에서는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 폐지 줍는 노인들의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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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복지 관계자는 "노인들의 경우 신체적 기능이 보통 일반 성인보다 저하된 상황이라 교통사고 발생할 때, 그 피해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다른 법안 통과도 시급하겠지만, 해당 개정안은 서민 안전과 직결되는 법이므로, 정치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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