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소하자니 모양 빠지고, 기소 강행하자니 혐의 입증 확신 안 서
내일 ‘검언유착’ 수사심의위 결과도 변수될 듯
앞서 금융당국·법원서 “합병 문제없다” 판단도 부담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강진형 기자aymsdream@

지난달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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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삼성물산-제일모직 간 합병을 둘러싼 불법 의혹을 수사해온 검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끄는 모양새다.


검찰수사심의위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할 만큼 '혐의 입증' 확신이 없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기소를 전제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던 검찰인 만큼, 불기소 권고를 그대로 수용하기도 애매한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또하나의 변수는 24일로 예정된 또다른 수사심의위 결정이다.

◆결단 못 내리는 중앙지검=지난달 26일 수사심의위 회의에 참석한 현안위원은 압도적 다수 의견으로 '수사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모았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현안위원들이 유죄 확신을 갖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검찰은 이 부회장이 일련의 합병 결정 과정을 사전에 보고받아 인지했거나 묵인했다는 점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현안위원들조차 설득하지 못한 공소사실로 어떻게 법원을 설득할지 의문"이라며 "지금 상황에선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의 이 부회장 등 구속영장 청구에 법원이 밝힌 기각 사유를 보면 법원도 영장 속 범죄사실에 회의적 시각을 가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범죄사실(혐의사실)이 소명됐다"는 통상적 표현 대신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다"라고 한 것 등이 '검찰의 혐의 소명 부족'을 암시한 것이란 게 법조계 다수의 해석이다.


◆내일 '검언유착' 수사심의위 결과도 변수=24일 열리는 '검언유착' 사건에 대한 수사심의위도 검찰이 이 부회장 등의 사법처리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이미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의 경우 수사심의위는 '기소' 의견을 권고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즉각 이 전 기자를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즉 검찰이 이 부회장을 기소할 경우, 입맛에 맞춰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ㆍ불수용한다는 비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결과적으로는 모두 10건의 수사심의위 중 유일하게 이 부회장의 경우만 권고와 다른 결정을 내리는 결과가 된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 A변호사는 "수사심의위 권고를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하자니 모양이 빠지는 셈이고, 기소를 강행하자니 향후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기 부담되는, 그런 진퇴양난 상황이 아니겠느냐"고 현재 검찰의 입장을 진단했다.

‘이재용 부회장 기소냐 불기소냐’… 한 달 째 檢의 딜레마 원본보기 아이콘

‘이재용 부회장 기소냐 불기소냐’… 한 달 째 檢의 딜레마 원본보기 아이콘

◆금융당국ㆍ법원 판단도 부담=검찰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불법적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했다는 전제 하에서 수사를 진행해온 것과 달리, 앞서 금융당국과 법원은 해당 합병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두 회사의 합병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던 2015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합병 비율을 계산하는 시뮬레이션 작업을 통해 '합병 과정에 문제가 없다'는 결과를 19대 국회에 보고했다.


같은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과 자사주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도 법원은 "합병 목적에 승계 내용이 들어가 있더라도 불법하지 않다"며 두 건 모두 기각했다.


또 2017년 법원은 일성신약 등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합병 무효 소송에서 "자본시장법에 의해 합병 비율이 산정됐고 부정거래 행위라는 점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합병을 무효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재판부는 "(설사) 이 부회장의 포괄적 경영권 승계작업의 일환이었다고 하더라도 경영상의 합목적성이 있어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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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일각에선 에버랜드 사건 때 검찰이 이건희 회장에 앞서 실무자들을 우선 기소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본 것처럼, 검찰이 수사심의위가 '수사중단'까지 권고한 이 부회장에 대한 최종 판단을 유보하고 실무진들을 우선 기소하는 식으로 현 상황을 타개하려 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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