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 낼 거 아니면 그냥 참아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 갑질 여전
지난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1년 맞아
1000명 중 45.4% '최근 1년간 직장서 괴롭힘 경험'
응답자 62.9%…"그냥 참거나 모르는 척"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김연주 인턴기자] # 직장인 이 모(27·여) 씨는 직장 상사로부터 개인 심부름, 폭언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2월 퇴사했다. 이 씨는 회사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별다른 조처를 받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 씨는 "상사에게 괴롭힘을 당한다는 건 사무실에서도 얼추 알고 있는 분위기였다"며 "사측에 피해를 폭로했는데 도리어 눈총을 받았다"고 하소연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직장갑질금지법)이 지난 16일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직장인들 사이에서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신고하기까지 심리적 압박감은 물론 회사에 고통을 호소해도 이 씨 사례처럼 제대로 된 대처는 물론 오히려 법적 다툼 시비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일부 직장에서는 갑질과 괴롭힘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 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직장인 1000명 가운데 45.4%는 `최근 1년간 직장에서 괴롭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직장갑질119가 조사했던 갑질 경험 비율(44.5%)보다 0.9%p 높은 수치다.
응답자 절반 가까이가 괴롭힘을 경험했지만 이에 대응한 비율은 3%에 불과했다. 이들 가운데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는 응답이 62.9%로 가장 많았고, `개인적으로 항의했다` 49.6%, `친구와 상의했다` 48.2%, `사직했다` 32.9%가 뒤를 이었다.
사무직에 종사하는 정모(33·여)씨는 "퇴근 후 상사로부터 걸려 온 전화를 받지 않았는데 `입사한 지 얼마나 됐다고 이딴 식이냐`는 폭언을 들었다"며 "이해를 해보려고 했지만, 업무가 아닌 개인적인 용건으로 연락했을 때도 칼답(바로 답장)을 해야 하는 건 엄연한 갑질 아니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정 씨는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지 않는 상사에게 갑질하지 말라는 대처가 통할 것 같지는 않다"며 "혼자 술을 마시면서 해소하거나 친구들에게 푸념을 늘어놓는 방식으로 하루하루를 견딘다"고 했다.
직장에서 괴롭힘을 당하고도 고발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가해자를 처벌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처벌조항이 따로 규정되지 않아 피해 사실을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학병원 간호사 김모(27·여)씨는 "위계가 뚜렷한 집단이기 때문에 더 말하기 힘든 부분도 있다"며 "근무를 마음대로 바꿔 달라고 하는 경우나 개인적인 스트레스로 화풀이를 하는 일에 부당함을 느끼지만, 위계가 공고하기 때문에 쉽게 얘기를 꺼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말해봤자 처벌은커녕 `요즘 애들은 왜 이러냐`, `원래 이런 분위기인 거 모르냐`, `지금 일하기 많이 좋아졌다` 같은 반응을 보일 게 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피해에 대한 진위여부를 가리기까지 가해자와 분리 조치를 하지 않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김 씨는 "갑질로 인해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아서 피해 사실을 말한다고 해도 문제다. 어떻게 같은 공간에서 같이 일을 하겠냐"며 "근무한지도 얼마 안 돼 업무 배제나 집단 내 따돌림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 및 인사 조처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효신 노무사는 YTN `슬기로운 라디오생활`에서 "(현행법상) 가해자에 대해서는 회사에 자율적으로 맡겨 두고 있다. 징계 조치나 어떤 직접적인 불이익 조치는 규정해놓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사람들이 인지하고 고쳐나가려는 생각을 가질 텐데, 그게 법적으로 안 돼 있다"며 "(현행법상 개선이 요구되는 부분을) 빨리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는 보다 실효성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선에 나서고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지난 9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법을 위반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을,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하는 조항 등 내용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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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의원은 "최근 아파트 경비원과 실업팀 운동선수의 안타까운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괴롭힘은 직장 밖에서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제3자 괴롭힘 방지법이 통과되면 괴롭힘 방지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연주 인턴기자 yeonju185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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