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회복기금, 닷새째 이어진 마라톤 협상 막바지…"곧 합의할 듯"
17~18일 예정이었던 회의가 21일까지 이어져
보조금 규모·기금 세부사항 등 놓고 막판까지 줄다리기
코로나19로 분열됐던 EU의 '연대' 시험대라는 평가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타격에 대응하기 위한 7500억유로(약 1031조5000억원) 규모의 회복기금을 둘러싸고 닷새동안 마라톤 협상을 이어가면서 21일(현지시간) 막판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핵심 안건이었던 보조금 규모에 대해 3900억유로로 제안한 가운데 예산, 집행 기준 등 세부적인 사안까지 내놓고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미셸 의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진행중인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정상들에게 회복기금의 보조금 규모를 당초 제시한 5000억유로에서 3900억유로로 낮추고 나머지 3600억유로를 저리 대출로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지원을 받는 회원국은 기금 사용 계획에 대해 EU 회원국 다수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기금 지원은 법치주의 준수, 기후변화 대응 등과 연계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지난 17일부터 닷새간 이어진 토론 끝에 회원국간 입장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였다. 밤샘 토론으로 지친 EU 정상들에게 미셸 의장은 이같은 제안을 했고 오후에 다시 만나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전날에는 새벽 6시까지 정상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회복기금에 대한 의견 대립을 이어갔다.
미셸 의장은 오후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마지막 단계는 항상 가장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합의는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 밤 오랜 대화 끝에 가능한 합의안의 뼈대를 마련했다"면서 "이는 진행 중이며 오늘 중으로 합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외신은 "EU 정상들이 코로나19 회복 패키지에 대한 합의를 곧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EU 회원국, 무엇 때문에 싸우나 = 이틀로 예정됐던 EU 정상회의가 5일까지 연장된 이유는 상환이나 금리 납부 필요성이 없는 보조금의 비중을 둘러싼 의견 대립 때문이었다. EU 집행위원회는 전체 7500억유로의 회복기금 중 5000억유로를 보조금으로 하자고 제시했다. 이에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동의 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네덜란드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은 보조금을 최대 3500억유로까지만 수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들은 자금 지원을 받는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한다면서 기금을 받은 경우에는 예산 및 노동시장 개혁 등을 추진하도록 전제 조건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결국 양측이 교착상태에 놓이면서 미셸 의장이 보조금 3900억유로를 제안했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모든 정부 관계자들이 새로 제안된 방안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만 기후변화 대응과 같은 기금 지원 조건에 있어서 다른 측면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안건 중 하나는 바로 '리베이트'다. 리베이트는 EU에 대한 재정기여금의 일부를 돌려받는 것으로 1984년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가 영국의 대규모 예산 기여를 일보 보전하기 위해 만든 방안이다. 네덜란드를 비롯한 일명 '검소한 4개국'들이 이를 제안했고 회복기금 안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이 7년간 528억유로를 돌려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또 다른 안건은 기금 조건 중 하나가 '민주주의 준수'가 포함되는 문제다. 헝가리, 폴란드 등은 이 조건이 들어가면 기금 계획 전체를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해당 요건의 변화를 요구했지만 미셸 의장이 내놓은 제안에는 이같은 내용이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 나왔다. 이 외에 기후변화, 법률 준수 약속 등에 관한 구체적인 조건들도 논의 중이다.
◆ "신뢰 부족 노출"…EU 연대 시험대인가 = 이번 정상회의를 두고 EU가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사태에서 분열하는 양상을 보였던 EU가 공동 시장인 유로존을 지키기 위해 대규모 회복기금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렸다. 유로존 재정 위기, 이민 사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연대에 제기되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진 상황에서였다.
5개월 만에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맞댄 EU 회원국 정상들이 회의장에서 의견 대립에 충돌하고 격분해 손을 흔드는 등 여러 모습들이 드러났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의 잇딴 반대에 메르켈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기도 하고 마크롱 대통령이 회의 중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며 "무익한 방해"라고 외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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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 가디언은 "논쟁이 격렬한 EU 정상회의가 정상들 간의 신뢰 부족을 노출했다"면서 "수십년간 유지되어온 유로존에서 서로가 이처럼 악감정을 갖고 충돌하는 일이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또 "EU 정상들이 브뤼셀에 오래 머물수록 아무런 합의 없이 떠나는 것의 정치적 비용은 더욱 높아지게 된다"면서 "합의에 실패하는 것은 EU를 무겁게 짓누를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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