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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장이 남긴 과제…지자체 구조 개선·소모적 이념 갈등 해결해야

최종수정 2020.07.13 11:40 기사입력 2020.07.13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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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선 갈등 민낯 그대로 드러내
공과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중요성도
정치논쟁 비화…포용·협치 가능할까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영결식이 열린 13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고인의 영정과 위패가 추모공원으로 향하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떠났고, 우리 사회는 그가 던진 무거운 숙제들을 떠안았다. 하나같이 쉽지 않은 일이지만 더욱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언젠가는 해결해야 할 해묵은 논란들이기도 하다.


사회적 영향력이 크며 지지와 반대가 극명하게 갈리는, 공과(功過)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정치인의 극단적 선택을 마주한 우리 사회는 이해보다는 비난, 포용보다는 편가르기라는 날선 갈등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나의 사건을 발판 삼아 더 나은 논의를 이끌어내려는 시도는 설 땅을 찾지 못했다. 잇따라 발생한 자치단체장의 '성추문' 논란은 분명 그것이 가능하게 된 구조(메커니즘)가 있을 터이지만, 그 구조가 왜 생겼으며 어떻게 차단할 수 있는 것인지 하는 발전적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권력형 성범죄'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지자체장이 누려온 '제왕적 권력'이 자리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사권부터 정책 방향까지 한 지역에서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는 지자체장에게 '어공(어쩌다 공무원)'이든 '늘공(직업 공무원)'이든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 성희롱ㆍ성추행 등 가해 행위를 목격하더라도 쓴소리를 할 수 없는 구조는 지자체장의 성인지감수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특히 친분이 두터운 '어공'이 지자체장 주변을 지키고 있다면 피해자는 문제를 제기하기 더 어려워진다. 국회와 언론ㆍ국민 등의 감시가 집중돼 있는 대통령이나 청와대, 장관 등 국무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자체와 그 수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소홀했던 것 아닌가 하는 반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가 주목하는 모든 사회 주요 인사들은 모두 공과를 가지고 세상을 떠난다. 진영에 따라 공이 더 큰지 과가 더 큰지의 논란이 있을 뿐이다. 고 박 시장의 장례를 서울특별시장(葬)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이나 고 백선엽 장군의 현충원 안장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 추모와 비판, 객관적 평가가 어떤 순서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고 논의되어 정리될 것인가라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중요성을 고 박 시장은 우리에게 던져줬다.

경찰은 박 시장 사망에 따라 별도의 수사 없이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할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사자가 사망하면 처벌할 수 없기에 사건을 종결하는 형사사법의 원칙에 따른 결정이다. 그러나 피해를 주장한 고소인이 실재한 상황에서 그대로 덮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 일은 매우 안타깝지만 성추행 피해를 주장한 피해자가 살아 있고 이를 방조한 관련자들이 더 있을 수 있다"며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력 정치인의 사망이 매번 정치논쟁으로 비화되면서 국민의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사회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결론이 나지 않는 소모적 논쟁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 낭비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치학계 원로인 김영래 아주대 명예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많은 국민이 어려워하는 현실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포용하는 정신이 필요하다"면서 "대통령을 비롯한 국가 지도층이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 국민통합을 위한 포용정신, 협치정신을 정치의 실제에 반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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