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전대규의 7전8기]상속재산파산, 세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최종수정 2020.07.10 12:30 기사입력 2020.07.10 12:30

댓글쓰기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김익수(가명)씨는 아버지가 사망하자 2019월 5월 6일 서울가정법원에 상속과 관련해 한정승인을 신청했다. 이후 2020년 2월 20일 서울회생법원에 상속재산파산신청을 해 파산선고가 됐다. 강남구청장은 2020년 3월10일 김씨의 상속재산 중 아파트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 취득세 5000만 원 상당을 부과했다. 그러자 김씨는 한정승인을 했고 상속재산파산이 선고됐으므로 강남구청장의 취득세 부과처분은 위법하다며 이의신청을 했다. 김씨는 취득세를 납부해야 하는가.


필자는 올해부터 서울특별시 지방세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부과 처분하거나 납세자가 신고ㆍ납부한 지방세에 대해 이의 신청이 있는 경우와 과세 전 적부심사를 매달 2회 진행한다. 세금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이나 개인들은 실제로 부과되기 전까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 위원장으로서 이의 신청이나 과세 전 적부심사를 심의하면서 여전히 그러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세법을 잘 활용하면 합법적으로 절세를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의 신청으로 다양한 사건이 들어온다. 최근 눈에 띄는 사건 중 상속재산파산을 선고받았음을 이유로 취득세나 자동차세 등을 취소해달라는 이의 신청이 더러 있었다. 일례로 부친 사망 이후 상속과 관련해 법원에 한정승인을 신청해 승인받고 상속재산파산을 선고받은 민원인이 지자체로부터 상속재산에 대한 취득세를 부과받자 위법이라며 이의 신청을 한 적이 있다.

한정승인이란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때 피상속인의 재산이 많은지 채무가 많은지 알 수 없는 경우,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재산을 한도로 책임을 지는 것을 전제로 해 상속하는 것을 말한다. 피상속인이 사망하면 상속인이 당연히 상속하는 당연상속주의로 상속인이 피상속인의 과다한 채무에 따른 불의타를 받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예컨대 아버지가 사망했고 상속재산은 10억원의 부동산이고 채무가 15억원이면 상속인은 10억원의 범위에서 채무를 상속하는 것이다. 반대로 10억원의 부동산이 있고 채무가 5억원이면 5억원 범위에서 채무를 상속한다. 물론 재산은 전부 상속한다. 취득세는 납세자가 부동산 등을 취득하는 경우 납부하는 세금이다. 여기서 취득이란 매매, 교환, 상속, 증여, 기부, 법인에 대한 현물출자, 건축, 개수(改修), 공유수면의 매립, 간척에 의한 토지 조성 등과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취득으로서 원시취득, 승계취득 또는 유상ㆍ무상의 모든 취득을 말한다. 한정승인도 상속에 해당하므로 한정승인을 했다고 하더라도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상속재산파산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어떠할까. 상속재산파산이란 상속재산으로 상속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자에 대한 채무를 완제할 수 없을 때, 상속채권자 및 유증을 받은 자와 상속인의 채권자의 이익을 조정할 목적으로 상속재산과 상속인의 고유재산을 분리해 상속재산에 대해 청산하는 파산절차를 말한다. 한정승인도 상속채권자를 위한 책임재산을 상속재산으로 한정하는 역할을 하지만, 상속재산을 관리하고 상속채무를 변제하는 것은 상속인이며 파산관재인과 같이 공평하고 중립적인 제3자가 아니다.


또한 한정승인에는 채권조사절차가 존재하지 않으며 부인이나 상계제한제도도 없기 때문에 실체와 괴리된 변제, 편파적인 만족 또는 상속재산의 부당한 감소를 강제적으로 시정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은 상속채권자나 유증을 받은 자가 그 권리에 따라 공평하고 평등한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상속재산 그 자체에 대한 엄격한 파산절차를 둔 것이다. 상속재산파산은 상속재산을 상속인의 고유재산에서 따로 떼어내어 한정승인보다도 엄격한 절차로 공평하게 청산하는 제도다. 상속재산파산이 있는 경우 상속인은 취득세와 같은 납세 의무를 부담하지 않을까? 상속재산파산이 있으면 상속인은 한정승인을 한 것으로 본다. 상속재산파산으로 파산재단이 성립하더라도, 파산재단에 대한 관리처분권이 파산관재인에게 귀속될 뿐 상속이라는 효과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상속재산파산이 있더라도 상속인은 상속재산과 관련된 조세(취득세ㆍ자동차세 등)의 납세 의무를 부담한다. 결국 김씨는 상속과 관련해 한정승인을 하거나 상속재산파산을 선고받더라도 취득세를 납부해야 한다. 김씨가 취득세를 납부하지 않으려면 상속포기를 하면 된다. <전대규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