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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Stage] '오페라의 유령'과 30년 동행 발레리나, 상주 안무가 노지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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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유학하며 첫 무대 올라…"韓 뮤지컬배우 노래는 최고…춤을 더 배웠으면 하는 바람"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남자 주인공 유령은 여주인공 크리스틴을 분장실에서 납치해 지하 미궁으로 데려간다. 분장실 안에서 긴박한 상황이 벌어지는 순간 분장실 밖에서는 발레리나들이 공연 연습에 한창이다. 발레리나들은 분장실 안에서 벌어지는 긴박한 상황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분장실 안팎의 상황이 대조를 이루며 극의 긴장감은 높아진다. 조명도 분장실 안은 밝게, 바깥은 어둡게 해 대조를 이룬다.


노지현 '오페라의 유령' 상주 안무가(47)는 '오페라의 유령'의 디테일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발레리나들이 하얀 튀튀(발레리나들이 입는 짧은 치마)를 입고 춤추는 장면은 어두워서 보일듯 말듯한데 그 장면이 없으면 무대가 정말 썰렁할 것이다. 안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스토리텔링인데 발레리나의 연습 장면은 프랑스 화가 에드가 드가(1834~1917)의 그림 속 장면을 안무로 옮겨놓은 것이다. 이런 디테일한 스토리텔링이 있기 때문에 '오페라의 유령'은 30년이나 지났어도 지금 만든 작품보다 훨씬 내용이 깊다."


노 안무가는 1986년 초연한 '오페라의 유령'과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1993년 '오페라의 유령' 런던 공연 출연이 시작이었다.


노 안무가는 9살 때부터 발레를 배웠다. 선화예중을 졸업하고 1989년 선화예고에 입학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발레를 좀더 집중적으로 배우지 않겠느냐"는 영국인 발레 선생님의 제안 때문이었다.

1992년 ' 회전목마(Carousel·카로셀)'라는 작품으로 뮤지컬 무대에 처음 섰다. 당시 '회전목마'의 안무를 영국 내셔널 발레단의 상주 안무가 케네스 맥밀런(1929~1992) 경이 맡았다. 많은 무용수들이 맥밀런 경 때문에 오디션에 응했다. '회전목마'가 끝나자 곧바로 '오페라의 유령' 오디션이 있었다. 노 안무가는 1993~1994년 2년간 '오페라의 유령' 무대에 올랐다. 1995년부터 영국 국립발레단, 아일랜드 국립발레단의 작품에 참여했고 2000년 귀국했다.

노지현 '오페라의 유령' 상주 안무가

노지현 '오페라의 유령' 상주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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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오페라의 유령'과의 인연이 이어졌다. 귀국 이듬해 '오페라의 유령' 라이선스 초연이 있었다. 당시 참여한 외국 창작진이 런던 '오페라의 유령' 공연 때 함께 했던 동료들이다. '오페라의 유령' 국내 라이선스 초연에 노 안무가는 '멕 지리' 역으로 참여했다. 멕 지리는 여주인공 크리스틴의 친구인 발레리나다. '오페라의 유령'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가장 호들갑을 떨며 놀라는 인물이다. 극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지하미궁에서 팬텀이 의자에 앉아 홀연히 사라진 뒤 남은 가면을 들어올리며 놀라는 인물이 멕 지리다.


2005년, 2012년에 이어 지난해부터 '오페라의 유령'의 세 번째 월드 투어가 진행되고 있다. 노 안무가는 세 번 모두 안무가로 참여했다. 이번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지난해 2월 마닐라에서 시작돼 싱가포르, 쿠알라룸푸르, 텔 아비브를 거쳐 한국에 왔다. 월드 투어에 참여하느라 지난해의 경우 노 안무가가 한국에 머문 기간이 2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해 여름에는 영국과 미국을 잇달아 방문해 다른 투어팀의 '오페라의 유령'도 관람했다. 노 안무가는 한국에서 하는 공연팀의 기량이 가장 뛰어나다고 했다. 그는 "'오페라의 유령' 세 팀의 공연을 모두 봤는데 우리나라에서 하는 배우들의 열정이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의 배우들보다 좋다"며 "극장에 와서 직접 확인하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특히 노 안무가는 한국에서 공연하는 배우들이 노래, 춤, 연기 삼박자를 다 갖춘 배우들이라고 했다. "크리스틴 역을 맡은 클레어 라이언은 성악을 전공했고 어렸을 때 발레를 배웠으며 지금도 발레를 배우고 있다. 팬텀 역의 조나단 록스머스는 탭댄스를 굉장히 잘 춘다. 배우들이 몸을 이용할 줄 알면 감정이랑 결부돼 더 좋은 표현력이 나온다."


노 안무가는 한국 배우들의 경우 삼박자를 다 갖추기보다 특정 부분에 치우치는 경향이 있어 아쉽다고 했다. 자신이 안무가이다 보니 특히 춤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한국의 뮤지컬 배우들이 노래는 정말 잘 한다. 외국인 배우들도 우리나라의 노래하는 프로그램 '복면가왕', '더블캐스팅'을 보는데 진짜 노래 잘 한다고 인정한다. 우리나라 배우들의 노래 실력은 최상이다. 다만 안무가로서 춤을 좀 더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내가 그들처럼 노래를 잘 한다면 배우로서 욕심을 부려 춤을 배우겠다."


노 안무가는 춤의 기본은 발레라고 강조했다. "노래에서 오페라가 클래식이듯 춤도 발레가 클래식이다. 성악을 기본으로 해야 가요, 재즈 등 다양한 발성을 할 수 있듯 발레를 먼저 배워야 다른 장르의 춤을 출 수 있다. 발레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춤은 발레가 기본이다."


'오페라의 유령'은 2010년 이후 국내 배우들이 출연하는 라이선스 공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 안무가는 라이선스 공연에 참여 제안이 온다면 당연히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오페라의 유령'은 워낙 인연이 오래 돼 나에게 너무 소중한 작품"이라고 했다. 라이선스 공연에 참여할 경우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춤 연습을 혹독하게 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 배우들이 과제를 내주면 집중해서 스스로 잘 해온다. 외국 배우들은 그런게 없다. 그런 면에서 한국 배우들이 절실해한다는 것을 느낀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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