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열 에이에스엔 대표. 사진=에이에스엔

윤주열 에이에스엔 대표. 사진=에이에스엔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문혜원 기자]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사회초년생 A씨(여·26세)는 자취방에 옷장을 꾸미기 위해 조립식 가구를 구매했지만 설치할 엄두가 나지 않아 두 달째 상자조차 개봉하지 못한 채 방치하고 있었다. 완제품 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저렴한 가격에 반해 덜컥 구매를 했지만 무거운 철근 막대들과 합판보드들을 조립하기엔 힘과 기술이 턱없이 부족해서였다. 지방에 거주하시는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하기도 어려워 반품을 고민하던 찰나에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애니맨 헬퍼’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가구 조립을 요청한다는 ‘미션’을 애니맨 앱에 올리자 불과 10여분 만에 7명의 ‘헬퍼’들로부터 견적이 들어왔고, A씨는 그 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제안한 헬퍼 B씨의 견적을 수락했다. B씨는 약속한 시간에 A씨의 집을 방문해 한 시간 만에 가구 조립을 끝냈다.


'가구 조립 해주기', '바퀴벌레 잡아주기', '지인의 지방 결혼식 축의금 대신 내주기' 등 혼자 하기 어려운 일을 대신 해줄 사람을 단 10분 안에 구해주는 컨시어지 서비스 플랫폼 ‘애니맨’ 애플리케이션(앱)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소비자가 앱에 가입한 뒤 필요한 일을 연락처, 위치 등의 간단한 정보와 함께 ‘미션 요청’란에 올리면 전국 6만여명의 헬퍼들 중 미션 수행이 가능한 사람이 가격 제안과 함께 견적을 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미션은 벌레퇴치부터 가구 조립, 배송·배달 대행, 육아, 장보기, 청소, 빨래, 외국인 통역·안내 등 종류도, 방식도 다양하다. ‘인터넷 방송 프로그램 세팅을 도와달라’는 전문 기술이 필요한 미션이 있는가하면 ‘몸살감기약을 남자친구 집의 현관문 앞에 걸어달라’는 간단하지만 정성이 필요한 미션도 요청란에 올라 온다. 앱은 통상 10여분 동안 헬퍼들의 견적을 계속 받도록 미션 요청을 열어둔다. 헬퍼들의 견적은 한 요청 당 적게는 1개에서 많게는 20개 이상까지도 받아볼 수 있다.


의뢰인은 헬퍼들의 견적서 안에 담긴 프로필 사진과 업무 실제 수행 이력, 의뢰인 만족도 등을 살펴본 뒤 가장 마음에 드는 헬퍼를 선택해 세부 일정을 조율할 수 있다.

헬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실명, 계좌, 주소지 등 개인정보 등록이 필수이며 프로필 사진과 실제 인물간의 싱크로율을 맞추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다. 이후에는 이용 고객들이 매기는 평점과 만족도 등의 정보가 축적되면서 헬퍼에 대한 신뢰도도 점점 쌓이는 구조다.


반면 헬퍼들도 속칭 ‘진상 고객’이나 조건 만남, 불법 대출 등 불법이거나 불편한 거래를 거부·신고할 수 있다.


윤주열 에이에스엔 대표는 “사업 초기 경쟁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지만 이런 제도를 구축해놓지 않아 조건 만남이나 불법 대출의 창구로 변질돼 결국 도태되고 말았다”면서 “애니맨은 고객 대응 전략팀을 따로 꾸려 헬퍼들의 신원 검증 작업 뿐 아니라 고객 신고제 등에 대한 모니터링도 활발하게 진행해 소비자들로부터 꾸준한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헬퍼는 5만5000~6만명 정도다. 기술자 뿐 아니라 주부, 대학생, 교수 등 직업이나 성별, 연령에 상관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헬퍼로 활동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 온라인 배송·배달 서비스의 수요가 늘면서 월 서비스 이용률은 전년보다 2배 가량 급증했다. 애니맨을 개발·운영하는 에이에스원에 따르면 앱 누적 가입회원 수는 7월 현재 약 27만명이고 누적 요청 건수는 23만건에 달한다.


애니맨 헬퍼들은 최근에는 확진자 발생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간 쿠팡 물류센터 관련 종사자 2만여명을 위한 서비스에도 투입됐다. 자가격리 직원들의 심부름 뿐 아니라 이들을 대신해 배송도 맡아 배송 차질 우려를 덜어줬다.


코로나19 사태에 새로운 고용 창출 효과까지 생겨나고 있다.


위의 사례에서 가구 조립 미션을 수행한 헬퍼 B씨는 본업이 공연 무대 설치였다. 코로나19 사태로 공연·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며 회사가 운영이 어려워지자 무급 휴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지만 당장 생계가 막막했던 B씨에게 애니맨은 사막 속 오아시스와도 같은 존재였다고 한다. 수년간 각종 크고 작은 공연 무대를 설치하면서 다져진 기술과 능력을 가구 조립 미션에서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윤 대표는 “헬퍼들은 투잡, 쓰리잡 등 본인이 능력이 되고 시간 관리만 잘 한다면 월 300만~400만원의 부수입을 벌어가기도 한다”며 “서비스가 필요한 의뢰인에게 헬퍼 개개인의 능력을 적절하게 쓸 수 있도록 다리를 놔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했다.


한때 헬퍼들이 에이에스엔 측에 내야 하는 ‘수수료’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에이에스엔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수수료를 20%에서 10%로 전격 인하했다.

AD

애니맨은 이제 개인 간의 거래를 넘어 기업 간 제휴로 업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에는 이케아와 파트너십을 맺고 가구 조립 및 배송 위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으로 이케아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면 누구나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앞으로 노인·노년케어나 요양 서비스 등 전문 영역으로도 사업을 넓혀가고 싶다는 게 윤 대표의 포부다.


문혜원 기자 hmoon3@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