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을 위한 경제학 교과서…역사적·이론적 배경 망라

[임철영의 청경우독] '음울한 학문' 경제학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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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전국 2171만가구에 재정 12조원이 투입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을 분배로 완화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정부는 명칭을 중성화하기도 했다. '기본소득' 개념에 기초한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이 자칫 이념 논쟁으로 비화해 집행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을까 염려해서다.


얼마 전만 해도 해외 비주류의 주장으로 치부되던 기본소득이라는 화두가 부지불식간에 21대 국회까지 왔다. 이념 지형에 빠져 제도권 내에서 논의되려면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리라 예상됐으나 여야 불문하고 정치권 중심으로 논의가 본격화할 기세다.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소수정당인 기본소득당이 원내에 진출했다. 2016년 이재명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이 성남시에서 시행한 청년배당과 관련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해온 보수 진영까지 논의에 가담했다. 그야말로 백가쟁명이다.

기본소득 도입 논의는 공교롭게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는 초유의 위기 속에서 동력을 얻어갈 가능성이 높다.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에서만 단기 실업자 수가 4000만명 수준으로 급증하는 등 각국의 실업률이 치솟고 있다. 계층 간 격차는 심화하고 시장 시스템이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젠 어색하지도 않다.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은 여론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여론 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최근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조사해본 결과 응답자의 48.6%는 '최소한의 생계 보장을 위해 찬성한다'라고 답했다.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되고 세금이 늘어 반대한다'라는 응답은 42.8%다. '모른다'라고 답한 비율은 8.6%에 불과했다. 찬반 비율로만 보면 팽팽한 듯하지만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잠재 위협에 대해 다수가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생산에 집중한 현대 주류 경제학

문배 문제 대립적 시각에 갇혀

'맹목적 분배도 경계해야' 목소리

해묵은 이분법·이념논쟁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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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출신의 대학 교수가 쓴 '경제를 아십니까'는 경제학 비전공자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충격, 기본소득 논의 등과 관련해 좀 더 명확한 생각의 틀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최근 글로벌 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한 분석이 자세하게 담기진 않았다. 하지만 3장 '시장의 탄생', 4장 '시장은 언제 실패하는가', 5장 '정부의 실패와 유인설계의 중요성', 6장 '경제성장을 위한 고민', 7장 '분배의 이상과 현실'은 사고의 단초를 제공한다.


글로벌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기준 금리를 내리고 국가 재정을 쏟아붓는 역사적ㆍ이론적 배경은 6장에 담겼다. '세이의 법칙(Say's law)'에 따라 완전할 것이라고 믿은 자유시장의 배신, 재정의 승수효과를 앞세운 영국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의 해법이 소개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정치인들의 기만적 재정정책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의 재정정책은 경제 상황과 정책 목적에 따라 양면성을 지니며 기만적 재정정책은 그 후폭풍이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기본소득 논의의 경제학적 기초는 7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책의 다른 부분에 비해 저자의 생각이 더 선명히 드러난다. 저자는 경제학이 차가운 숫자를 맹신하는 '음울한 학문'으로 전락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현대 주류 경제학이 빵(생산)의 크기에만 집중한 나머지 빵을 누구에게 얼마만큼 나눠줘야 할지(분배)에 대해서는 제대로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결과 분배 문제는 과학적 논증과 합의로 나아가지 못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노인과 청년, 고용주와 피고용자 같은 대립적 시각에 갇혀 왔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보 격차(digital divide)'에 따른 승자 독식의 불평등한 분배 구조를 우려한 대목은 눈여겨볼 만하다. 코로나19 확산은 일상적 비대면(언택트)을 일종의 덕목으로 만들어 놓았다. 이로써 정보 격차가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로렌츠곡선, 지니계수, 십분위배율, 앳킨슨지수 같은 평가 방법에 대해 평가하고 '지속 가능한 복지'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이어 경쟁이 필요한 시장 이전 단계(기회의 균등)와 이후 단계(취약계층 지원)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성장 위주의 주류 경제학에 맞선 맹목적 분배 역시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학은 성장이냐 분배냐 하는 소모적 논쟁이 아니라 낭비 없고 효율적인 분배와 보상 시스템을 만들어나가고 돈이 엉뚱한 곳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정교한 감시망을 구축할 수 있는 이론적 틀과 실증적 연구를 보태주어야 한다. 이는 경제학이 인간의 따듯한 체온을 되찾아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저자의 이런 당부는 지속 가능한 경제ㆍ사회 시스템을 선택하고 구현할 모두에게 해당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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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속에서 중요한 덕목은 해법을 찾아가는 과정의 성실함이다. 좀 더 적확한 사고(思考)로 위기의 본질에 대해 깨닫고 어떤 모습의 뉴 노멀 시대를 살아갈지 반드시 고민해야 한다. 고리타분한 경제 논쟁의 단골 주제인 '분배 대 성장' '시장 대 정부'라는 이분법에다 호사가들의 논리까지 뒤섞여 이념 논쟁으로 흘려보내기에는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


<경제를 아십니까/홍은주 지음/개마고원/1만5000원>

<경제를 아십니까/홍은주 지음/개마고원/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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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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