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기성 자금인 수시입출금예금 폭증
요구불예금 회전율도 '뚝'
투자처 찾지 못한 돈, 안전자산에 몰려
기업들은 자금난에 허덕
저금리ㆍ코로나에 '돈맥경화' 심화

은행에 넘쳐나는 돈…기업들은 "빚내도 돈 없다" 아우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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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김철현 기자] 시중에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지만 기업들은 자금난을 호소하고 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은행에 쌓이고 있는 반면 정작 필요한 곳까지 흘러들지 못하고 있어서다. 초저금리 장기화 기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코로나19가 2차 유행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금융ㆍ실물 경기가 더욱 악화돼 은행들이 대출을 조일 경우 역대급 자금난에 빠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25일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은행의 실세요구불 예금을 비롯한 수시입출식 예금 잔액은 758조4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29조9000억원 치솟았다. 올해 들어 지난 달까지 증가한 수시입출식 예금 규모는 74조7000억원에 이른다. 65조9000억원이었던 지난 한 해의 증가 규모를 크게 상회한다.


수시입출식 예금은 입금과 출금이 자유로운 대신 이자수익이 거의 없는,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한 시중자금의 대기처 성격이 강하다. 수시입출식 예금이 는다는 건 '표류자금'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코로나19와 초저금리 기조, 금융투자시장 위축 등의 여파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다.

예금의 회전율도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지난 4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7.2로 전월(19.5)보다 대폭 낮아졌다. 예금회전율은 예금 지급액을 예금 잔액으로 나눈 값이다. 회전율이 낮을 수록 그만큼 예금 인출이 덜 일어났다는 뜻이다. 지난해 2월 16.3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가 지난해 말 20.3으로 높아지더니 다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라임자산운용 사태에 따른 금융당국의 고강도 규제 등으로 '돈맥경화' 현상이 짙어지고 있는 것"이라면서 "일종의 '회피성 안전자산'이 축적되고 있는 것인데,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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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에 의존하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달 말 은행권의 기업대출 잔액은 945조1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6조원 불어났다. 이 같은 증가 규모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9년 6월 이후 올해 4월(27조9000억원), 3월(18조7000억원)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수치다. 5월 기준으로는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증가 규모다. 기업대출 증가분 대부분은 중소기업 대출(13조3000억원)이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자금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포스트 코로나 기업 대응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45.2%가 "3~4월에 비해 현재의 경영 여건이 더 악화됐다"고 답했다. 특히 수출(29.2%)에 이어 두 번째 힘든 요인으로 자금난(27.3%)을 꼽았다.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 특히 벤처ㆍ스타트업들은 코로나19 등의 여파에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호소한다. A중소기업 대표는 "제조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매출이 반토막, 3분의1토막 난 곳이 수두룩하다"면서 "은행으로 달려가 손을 벌리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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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ㆍ스타트업들은 은행 대출마저 어려워 아예 '금융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들의 경우 창업자 개인의 담보가 있는 상황이 아니면 금융권 대출을 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하소연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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