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재자' 의문부호, 文대통령 패싱이 근거라는데…
볼턴 전 보좌관의 북·미 정상회담 폭로에 청와대 정면 비판…"상당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나주석 기자]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이 민감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얼굴)의 '한반도 중재자' 역할에 대한 의문부호로 연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에는 검증되지 않은 내용이 담겼고 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정서도 반영됐다는 점에서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무리가 있다.
22일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에 대한 입장을 전하며 "한국과 미국 그리고 북한 정상들 간의 협의 내용과 관련한 상황을 자신의 관점에서 본 것을 밝힌 것"이라며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 또 상당 부분 사실을 크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외교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향후 협상의 신의를 매우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이러한 위험한 사례를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 실장의 입장은 2일 저녁에 미국 NSC에 전달됐다.
볼턴 전 보좌관 주장을 요약하면 한반도 중재자론은 북·미 정상회담 과정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대표적인 내용은 지난해 6월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회동 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참석 요청을 거절했다는 부분이다.
미국 측이 문 대통령의 참석 요청을 세 차례나 거절했고, 김 위원장도 문 대통령 참석을 원하지 않았다는 내용은 논란의 대상이다. 이는 2018년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의 입지와 연결되는 사안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뒷얘기를 전하면서 또 하나의 민감한 내용을 회고록에 담았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1년 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VID)' 가능성을 물었고 김 위원장이 동의했다는 내용이다.
볼턴 전 보좌관 주장대로라면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CVID 동의'에 자신감을 갖고 북·미 정상회담까지 추진했지만 결과적으로 '패싱'당했다는 시나리오로 연결된다. 북측은 일부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빌미로 대남 적대 행위를 노골화하고 남측과의 대화의 문을 닫은 상황이다.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청와대 인식과도 차이가 크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 6월30일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판문점 남측 지역인 우리 건물에서 회담했는데 우리 대통령이 안 와야 한다고 말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볼턴 전 보좌관 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네오콘' 일원인 볼턴 전 보좌관은 대북 강경파이자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는 햇볕정책에 부정적 인식을 지닌 인물이다. 볼턴 전 보좌관은 회고록에서 "한국의 좌파는 북한에 잘해주면 한반도에 평가가 올 것으로 믿고 햇볕정책을 숭배해왔다"며 북한에 자금만을 지원하는 정책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평창 올림픽 참석에 대해 "방문 목적이 있었는데 문 대통령을 북한으로 초청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는 이미 만들어진 패턴에 따라 북한의 올림픽 참가 비용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이번 회고록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저지를 위한 '정치적인 목적'을 의심받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에 담긴 문 대통령은 내용보다 형식을 중시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만남에 자신이 합류하기를 희망하는 인물로 묘사돼있다. 윤 수석은 볼턴 전 회고록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 발전에 대한 한미 정상 간 진솔하고 건설적인 협의 내용을 자신의 편견과 선입견을 바탕으로 왜곡한 것은 기본을 갖추지 못한 부적절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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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볼턴 전 보좌관은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일본 쪽과 보조를 맞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는 회고록에서 미국과 북한이 종전 선언을 하려고 했으나 일본이 반대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일본 주장에 의미를 부여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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