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동일 자격 카드사
오픈뱅킹 신청 대상서 제외
마이데이터 등 동일 규제 원해

저축은행도 10%룰 등 규제
예대마진 外 사실상 사업 못해
언택트시대 맞게 규제 완화를

2020년 금융산업은 큰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몇 년간의 역대급 잔치를 끝내고 현재는 생존과 직결된 시험대에 올라선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까지 동반 위기를 맞고 있어서다.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내 금융사들의 생존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여기에 네이버, 카카오 등 첨단기술을 등에 업은 빅테크의 금융산업 진출로 기존 금융사들은 전례 없는 위기와 도전의 순간을 맞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시아경제는 국내 금융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생각하는 한국 금융산업의 문제점과 업종별 위기를 돌파할 해법을 5회에 걸쳐 진단한다.<편집자주>

[위기의 한국 금융]역차별·규제에 손발 묶인 카드사·저축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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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기하영 기자, 김민영 기자] 금융권의 한 축인 저축은행과 카드업계가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실적 악화와 연체율 상승 등 각종 악재에 규제 리스크까지 커지면서 일부 소형사들의 경우 생존에 위협을 느낄 정도다. 특히 이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핀테크(금융+기술)사의 금융업 진출. 금융당국이 기존 금융회사는 규제로 꽁꽁 묶어 두고 있는 반면 사각지대에 있는 핀테크사들은 수혜를 입고 있어 역차별이라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카드사, “핀테크사와 동일한 경쟁하게 해달라”=“카드산업은 거대 핀테크사와의 경쟁에 직면해있다. 핀테크사와의 공정한 경쟁여건 조성에 노력하겠다.”

김주현 여신금융협회장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는 현재 카드업계가 처한 현실이 집약돼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업체들이 금융시장에 속속 진출하는 가운데 핀테크 기업에 대한 느슨한 규제 때문에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따라 핀테크사에 다양한 혜택이 부여되는 반면 같은 지급결제업을 하는 카드사의 경우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지난해 추진된 오픈뱅킹이 대표적이다. 금융결제원은 은행 결제망을 은행 외 전자금융업자에 오픈하겠다고 밝혔지만 핀테크 업체와 동일한 자격조건을 지닌 카드사는 오픈뱅킹 신청 대상에서 제외했다.

카드업계는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 업체에 후불 결제한도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전자금융업자에 후불 결제를 허용하는 전자금융업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후불 결제는 자기자본 200억원 이상을 확보한 기업만 가능한데 이를 핀테크 업체에도 열어주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은행이나 카드사처럼 대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일을 해도 카드사가 하면 적폐 취급을 받는다”며 “건전성과 관련해서도 카드사는 20년이 넘는 노하우가 있지만 핀테크사들은 없다”고 토로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카드사로서는 급변하는 지급결제 환경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엿보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17년 2조2158억원을 기록했던 당기순이익은 2018년 1조7388억원으로 떨어졌고 지난해엔 1조6463억원을 기록했다. 오는 8월 데이터 3법(개정 개인정보보호법ㆍ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법) 시행을 앞두고 마이데이터 등 신사업에서 핀테크 업체와 동일한 규제를 원하는 이유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핀테크 업체를 지원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동일한 환경에서 카드사들도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위기의 한국 금융]역차별·규제에 손발 묶인 카드사·저축은행 원본보기 아이콘

◆규제에 멍든 저축은행…“존립이 걱정될 정도”=저축은행 업계는 반세기 동안 규제로 덧씌워진 상호저축은행법을 ‘누더기 법’이라고 부른다. 종사자들 마음속에는 ‘피해의식’도 깊게 자리하고 있다. 40년 넘게 업을 이끌어 왔는데도 금융당국은 업계를 ‘문제아’ 취급하면서 일만 생기면 규제 카드를 꺼내 든다는 것. 물론 2010년대 초반 대규모 부실 사태를 낳은 ‘원죄’가 있긴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항변했다.


2011년 이후 업계는 ‘환골탈태’ 했다. 2014년 흑자전환 뒤 6년째 흑자행진 중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1조272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연체율도 안정적이다. 지난 1분기 업계 평균 연체율은 3.7%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규제로 손발이 묶여 예대마진(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따먹는 사업 외엔 사실상 할 수 있는 게 없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10% 룰’과 영업권 규제가 꼽힌다. 10% 룰은 저축은행이 비상장주식과 비상장 회사채에 투자할 때 자기자본의 10%만 투자할 수 있고, 또 동일한 비상장회사 주식을 10%만 보유할 수 있게 한 규제다. 과거 대주주 입맛에 따라 투자에 나섰다가 도미노 부실 사태를 냈던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저축은행도 시스템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함부로 투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은 전국을 서울, 경기ㆍ인천, 부ㆍ울ㆍ경(부산ㆍ울산ㆍ경남), 광주ㆍ전라ㆍ제주 등 6곳으로 나눠 영업구역 내에서만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모든 금융업무가 가능한 비대면(언택트) 시대에 한참 뒤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는 저축은행 간 인수합병(M&A) 금지, 임원연대책임 규제도 저축은행을 옭아매는 ‘낡은 규제’라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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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규제를 그대로 두면 79개 저축은행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대형사ㆍ소형사, 수도권사ㆍ지방사 간 차이가 워낙 커서 일률적인 잣대로 규제하면 지방 소형사가 더 고통 받는다”며 “저축은행 규모와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한 규제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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