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의료진 "종식 불가능…입·퇴원기준 바꿔 병상 확보해야"(상보)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서 제안
코로나19 환자 1309명 임상데이터 분석
"입·퇴원 기준 바꿔 여유 병상 확보해야"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던 의료진 사이에서 입ㆍ퇴원 기준을 바꿔 병상을 보다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증상이 다 낫고 감염력이 없는 환자까지 격리돼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는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의료진 피로도가 누적된데다 최근 수도권 일대 유행이 번져 과거 3월 초 대구에서처럼 병상부족 문제가 언제든 닥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는 국내 환자 3060명의 임상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이 위원회는 국내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맡았던 의료진과 의료기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로 이들 환자 가운데 18세 이상 성인, 4주간 임상경과가 확인된 1309명의 임상기록을 분석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국내 의료진이 다수 환자의 임상데이터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의료적 지침을 권고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임상위는 나이와 비만정도 등을 따져 고위험군은 우선 입원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체질량지수 30 이상 고도비만이거나 분당 호흡수 22회 이상ㆍ수축기혈압 100㎜Hg 이하(qSOFA 1점 이상), 당뇨ㆍ만성신질환ㆍ치매 등 기저질환자, 65살 이상 고령자가 해당된다.
중증으로 나빠질 가능성이 낮은 환자는 집에서 격리하거나 경증환자를 위한 전용시설인 생활치료센터 같은 곳에 전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증상이 나온 지 7일 이내 50살 미만 성인으로 확진 당시 호흡곤란이 없고 고혈압ㆍ당뇨ㆍ만성폐질환ㆍ신질환ㆍ치매 등 기저질환이 없어야 한다.
또 의식이 명료하고 호흡상태ㆍ활력징후 등을 따져 입원여부를 따져 병상을 여유있게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같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분석대상 환자 1309명 가운데 777명은 입원하지 않아도 된다. 59.3%에 달하는 수치다. 그만큼 병상여유가 생긴다는 얘기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 기자회견에서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운영 센터장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지침개정 및 권고사항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이미지: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경증환자, 열흘지나면 증상 악화 가능성 거의 없어
기준 바꾸면 절반 이상 입원 불필요 환자
격리해제 기준도 완화하면 입원기간 3분의 1 단축 가능
방지환 중앙감염병병원센터장(서울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의료인 진단에 따라 호흡수 22회 미만, 수축기 혈압 100㎜Hg 이상 환자가 산소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는 0.12%에 불과했다"면서 "위험도가 낮은 환자의 경우 증상이 악화했을 때 이를 신고할 보호자가 있다면 병원입원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고 재택격리가 가능하고 보호자가 없다면 생활치료센터 전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원 후 퇴원하는 기준도 완화해야 한다는 게 임상위 판단이다. 50살 아래로 증상이 발생한 후 열흘까지 산소치료를 받지 않고 보호자가 있다면 퇴원을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50살 미만 환자가 증상이 시작된 후 열흘간 경증상태로 있었다면 이후 산소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된 경우는 0.2%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산소치료를 그만둔 후 사흘 이상 지난 환자가 다시 산소치료를 받을 정도로 나빠지는 경우는 한명도 없었다.
치료가 아닌 방역, 즉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한 격리해제 기준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코로나19는 발병 후 5~8일을 전후해 감염력이 떨어지는 만큼 환자를 오랜 기간 격리시킬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방역당국의 지침에 따르면 유전자증폭(PCR)방식으로 하루 간격으로 바이러스 유무를 따져 두 차례 모두 음성이 나와야 격리해제가 가능한데, 이로 인해 겉으로 증상이 없는 환자인데도 입원해 있으면서 정작 중증환자가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준을 완화하는 것만으로 입원기간을 3분의 1 정도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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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명돈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은 과거 대구에서 환자가 급증할 당시 중증환자 치료가 늦어진 점을 거론하며 "코로나 바이러스 특성을 감안하면 방역의 최종 목표는 종식이 아닌 인명피해를 줄이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PCR검사가 양성이니 퇴원하지 않고 격리해야 한다는 건 방역상 판단이며 환자가 좋아져서 퇴원해도 된다는 건 진료상 판단으로 서로 상충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진료는 진료기관, 의사의 판단에 따라서 하는 게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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