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다이어리] 하노이에서 본 볼턴, 뉴욕에서 본 볼턴
[아시아경제 뉴욕=백종민 특파원] 지난해 2월28일. 베트남 하노이. 전세계에서 몰려온 수많은 기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간의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지켜보다 갑자기 등장한 누군가의 모습에 깜짝 놀랐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그랬다.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었다. 저 사람이 저기 있을 사람이 아닌데라는 공감대였다. 결과는? 모두다 아는 바대로다.
등장할 때마다 느낌이 안좋은 이가 있기 마련이다. 밉상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기분이 좋지 않다. TV 화면에서나, 기사에서나, 직접 얼굴을 봤을 때나 항상 그랬다. 볼턴 전 보좌관이 딱 그짝이다.
한때 미국 국가안보를 책임졌던 그는 매우 체격이 왜소하다. 웬만한 동양인보다도 작은 체구다. 미국의 국가이익만을 챙기는 강경보수 중의 보수, 보수의 아이콘, 수퍼매파 등 그를 칭하는 별명도 많지만 겉모습은 힘 없어 보이는 노인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는 징집으로 인한 베트남전 참전을 피하기 위해 '꼼수'까지 썼던 이다. 우리로 치면 병역기피자다. 비록 영화적 허구지만 '어벤저스'의 리더 캡틴 아메리카가 왜소한 체구를 극복하고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인체 실험까지 자청했던 것과는 딱 대척에 선 이가 바로 볼턴이다.
그는 이런 과거를 감추려는 듯 행동이나 발언을 과장해왔다. 지난해 경질 직전 한국을 방문한 그의 어깨에는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수년간 변방에 머물다 정권의 핵심 요직을 차지한 이다웠다. 이란, 북한, 베네수엘라 등 미국의 적국에 대한 공격도 추진할 수 있는 막강한 권력을 쥐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사업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을 유지해왔다. 그는 더이상 미군을 해외 전장에 놔두기를 원하지 않았다. 항상 말이 앞서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어디서도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선제 공격론을 거론했던 볼턴을 기용했을 때 두 사람의 '케미'를 두고 큰 우려를 일었다. 논란이 커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볼턴이)나의 지시를 따르기로 약속했다"며 그의 기용에 문제가 없을 것임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자극했다는 이유로 볼턴을 해고한지도 곧 일년이 다돼간다. 그동안 조용히 지냈던 볼턴은 이제 북한과 이란이 아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초정밀 크루즈 미사일로 돌아왔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언론의 시선이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것이 일어난 방-백악관 회고록'에 쏠려있다. CNN,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 주요 언론들은 불과 얼마전까지도 자신들이 비방했던 볼턴이 쓴 저서를 연일 대서특필 중이다.
트럼프 정부의 어른으로 불렸던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부 장관의 회고록도 큰 화재가 됐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왜 그럴까. 어른이 쓴 기록은 정제된 언어와 최소한의 룰은 지킨다. 게다가 지금 볼턴의 모습은 자신을 해고한 상관을 망신시키고 자신은 돈만 벌겠다는 얄팍한 수가 읽힌다. 그가 정말 국가를 위해 이 책을 쓴 것인지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지난해 11월 미 언론들은 볼턴이 200만달러를 받고 회고록 집필 계약을 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가 의회에서 진행되던 때다. 그가 저술 대신 의회 증언에 나섰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야인이 됐었을 수도 있다. 볼턴 자신도 저서에서 책의 내용들이 탄핵이 될만한 사안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볼턴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하려면 탄핵의 기회가 있었을 때 해야 했다는게 미국 주류 사회의 견해다. 결정적인 탄핵의 기회는 외면하고 큰 돈을 벌 수 있는 저서를 통해 공세에 나섰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다. 출판사 측도 이미 수십만권의 책이 팔렸다고 법원에 밝힌 바 있다.
심지어 그는 지난해 경질 직후에도 투자 로비스트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이런 모습이 한두번 쌓이다 보니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그럴 수가 없다.
볼턴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때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구걸을 했다고 주장중이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과 돈을 벌기위해 국가안보와 기밀을 만천하에 공개한 것으로 추정되는 볼턴 중 누가 더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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