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도시순례]도시와 외국인
AD
원본보기 아이콘

도시는 많은 사람이 모여 다양성을 통해 도시의 힘을 만들어낸다. 동질적인 곳은 소속돼 있는 사람에게는 편안한 곳이지만 단조롭고 변화하는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 과거부터 도시는 낯선 이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곳이었고, 그런 접촉을 통해 멀리 떨어진 곳의 소식을 접하고,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었다.


현대의 많은 대도시들은 다양한 인종과 피부색 그리고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런 모습으로 변화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많은 부침을 겪어왔다. 민족주의 의식이 형성되기 이전에는 제국의 울타리 안에서 다양한 종교와 인종이 큰 어려움 없이 살아왔다. 특정 지역 출신이나 종교 신자 및 인종에게 더 많은 권한과 권력을 부여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극단적 대립과 갈등이 빚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낯선 이들과의 교류 통해
도시의 다양성도 증가

이런 도시의 풍경은 19세기 들어 민족주의가 대두되면서 급속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비슷함'보다는 '다름'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면서 도시의 시민들은 편을 가르고 서로를 적대시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다양한 사람이 모여 살던 유럽의 많은 도시는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특정 민족과 인종이 절대다수를 이루는 도시로 변모했다. 이러한 흐름은 1990년대 초반 냉전의 종식, 그리고 2000년대부터 본격화된 세계화와 더불어 빠르게 변화했다. 대도시들은 더 많은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 경쟁했으며, 낯선 존재들에 대해 포용적 태도를 보이면서 유럽과 미국의 대도시들은 급속히 성장했고, 그렇지 않은 지역과의 격차는 매우 커졌다.

도시에 새롭게 진입하는 이방인들은 낯선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한곳에 집중되면서 서로 의존하고 나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적응하게 된다. 세계 모든 도시에 있는 차이나타운이 대표적이지만 대한민국 사람들 역시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한민국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 역시 그렇다. 동부이촌동에는 일본인들이, 서래마을에는 프랑스 사람들이, 대림동에는 중국인들이 집단으로 거주하면서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원본보기 아이콘



2019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은 총 252만명으로 2018년에 비해 6.6% 증가했으며 전체 인구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4.9%에 이른다. 국적별로는 중국이 110만1782명(43.6%)으로 가장 많은데, 이 가운데 70만1098명은 한국계 중국인(조선족)이었다. 이어 베트남 22만4518명(8.9%), 태국 20만9909명(8.3%), 미국 15만6982명(6.2%), 일본 8만6106명(3.4%) 등의 순이었다. 최근 5년 동안 중국과 미국 출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줄어들고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출신이 늘어났다.

이방인에 포용적 태도
유럽·美 대도시는 급성장

이렇게 많은 외국인이 우리 곁에서 일하고 있지만 정작 많은 외국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실과 체감의 차이는 외국인의 공간적 분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경기 안산시, 시흥시 및 포천시, 그리고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구로구, 금천구 및 수도권 규제를 피해 많은 기업들이 이전하고 있는 충북 음성군의 경우 외국인이 전체 인구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외모상으로 우리와 구별이 어려운 한국계 중국인(조선족)과 중국인의 경우 서울을 중심으로 수도권, 비수도권으로 비중이 낮아지는 데 비해 베트남을 비롯한 기타 아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들은 비수도권의 거주 비중이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한국계 중국인과 중국인을 합한 비중이 전체 외국인 노동자의 79.2%를 차지하는 데 비해 비수도권에서 이 비중은 28.9%로 급격히 작아진다. 반면 기타 아시아 출신 외국인 노동자는 비수도권 62.7%, 수도권 40.3%를 차지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피부색이 다른 외국인 노동자를 접하기 어려운 반면 지방에 거주하면 더 많은 외국인들과 접하고 교류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의 세계화와 국제화라는 단어는 휘황찬란한 대도시가 아닌 조용하고 존재감이 없는 중소도시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도 252만명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 준비해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증가는 도시의 다양성을 증가시킨다. 다양한 배경과 사고방식을 소유한 사람들이 교류를 증가시키면서 더 넓은 사고의 폭과 새로운 시각을 형성하게 된다. 음식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들이 유입되면서 도시에서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내국인이 꺼리는 일을 담당하는 외국인의 존재를 통해 비용은 낮아지고 삶의 질은 높아진다.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낙후된 지역에 외국인이 집중될 경우 새로운 활력을 통해 변화가 만들어진다. 오래된 집들만 빼곡하던 대림동은 이제 중국인을 통해 북적거리고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변화하고 있다. 외국인에 의한 경제적 활동의 증가는 과거 낙후되었던 지역의 토지 및 주택가격의 상승을 가져오며, 이 과정에서 과거에는 경제성 문제로 진행되지 못했던 재건축 등의 사업이 추진되면서 도시의 모습과 공간구조를 변화시킨다.

반면 외국인의 증가는 갈등과 대립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특정 지역에 대한 쏠림현상이 강해짐에 따라 내국인이 오히려 소수가 되는 것과 같은 박탈감을 느끼기도 하며, 익숙했던 평안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적대적 감정이 높아지기도 한다. 서로 다른 문화는 예상치 못한 갈등과 충돌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노동력 수급을 위해 시작된 외국인 노동자 활용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사회ㆍ경제적 영향 및 사회통합의 차원으로 복잡화된다.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대한민국이 유지될 수 없는 순간이 점차 다가오고 있지만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논의는 제대로 진전되고 있지 않다.

AD

도시의 성장을 위해서는 지속적인 인력의 유입과 더불어 다양성의 확대가 필요하다. 다양성이 있는 도시는 외부의 충격을 더 잘 견디고,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도시의 변화와 성장은 이제 외국인의 역할에 달려있다. 낯선 이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도시의 모습이 어떨지, 그리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고민할 때가 됐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