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갇힌 아이들, 가정 내 학대 못 찾는다
아동 학대 가해자 77% 부모…학대 대부분 자택서 이뤄져
교직원·지자체·의료기관 등 '외부 신고자' 역할 중요
코로나19 이후 교직원 학대 의심 신고 전년 대비 73% 감소
계부와 친모에게 학대당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녕의 한 초등학생 A(9)양이 지난달 29일 창녕 한 편의점에서 최초 신고자(왼쪽)와 대화하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임주형 인턴기자]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관리 사각지대가 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면 상황인 가정방문을 꺼려 학대 당하는 아이가 있어도 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학생을 직접 보고 체크할 수 없는 온라인 수업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는 아동학대 조짐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학대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창녕 아동학대 피해자 A(9) 양은 지난달 29일 오후 자택에서 탈출한 두 이웃 주민에게 발견돼 경찰에 신고됐다. A 양은 지난 2018년부터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져 화상을 입는 등 부모로부터 지속해서 학대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A 양 가정은 지난해부터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행복e음' 시스템에 위기 가구로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시스템은 학교 출·결석 등 40여개 정보를 분석해 학대 의심 가정을 구분, 지방자치단체에 알려주는 아동학대 예방 체계다.
그러나 창녕군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복지부로부터 방문 자제 요청을 받은 뒤 최근 A 양 가정에 대한 현장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런가 하면 지난 1일 오후 충남 천안시 서북구 한 집에서 여행용 가방에 갇힌 채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후 이틀 만에 숨진 B(9) 군은 가방 안에 갇힌 상태로도 학교 온라인 수업에 출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온라인 수업 플랫폼 상 학생의 출석 체크 시간은 알 수 없고 출석 여부만 확인되며, 학교 측에서도 각 가정과 문자메시지 및 통화로 학생의 건강을 체크하는 탓에 학대 정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 사건 당일에도 B 군의 건강상태를 묻는 교직원의 비대면 질문에 B 군 계모는 '양호하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학대를 당하고 있음에도 관련 보호·예방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관리 사각지대가 발견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가 발발한 뒤 교직원·지자체 등 외부인이 가정을 대면 방문하기 힘들어지면서 어린이가 학대에 더욱 취약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아동학대 신고 접수는 688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336건)보다 449건 줄었다. 그러나 이 수치는 실제 아동 학대 건수가 줄어든 게 아니라, 아동 학대 의심 신고가 큰 폭으로 줄면서 감소한 영향이 더 컸다는 게 아동권리보장원의 설명이다.
실제 같은 기간 초·중·고등학교 교직원의 아동 학대 의심 신고 건수는 총 169건으로, 지난해 632건에 비해 73.3%나 감소했다. 의료인·의료기사 신고 건수도 지난해 75건에서 57건으로 줄었다.
복지부가 지난 2018년 발표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보면 아동 학대 가해자의 77%는 부모이며, 발생 장소 79%는 자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동학대를 조기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일은 교직원이나 지자체, 의료기관 등 외부 신고자들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교육시설 개학·개원 연기, 원격 수업 등 비대면 교육방식이 확산하고, 이에 따라 외부에서 위험 가정을 직접 모니터링할 수 없게 되면서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 작동이 힘들어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위기 아동 사전 확인제 등 아동학대 예방 시스템을 점검할 방침이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사회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어린이집 유치원 등 교육시설에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양육하고 있는 만 3세 아동 안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지시했다. 또한 최근 신고된 아동학대 사건들을 재점검해 학대가 발견되면 엄중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아동 학대 조짐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집 안에 더 오래 머물게 되면서 학대 아동이 바깥에 덜 노출되는 게 현재 아동학대의 큰 문제"라며 "매년 건강검진을 실시하듯이 의무적인 정신 건강 상담제도 등을 구축해 아동 학대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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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아동학대 가해자 대부분이 부모인 만큼 부모의 정서상태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산모 정신건강, 출산 후 '양육 번아웃' 방지를 위한 상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주형 인턴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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