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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저축률이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로 소비가 급감한 데다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대비 차원에서 자금을 쌓아두고 있는 모양새다. 각국이 경제 재개에 나선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저축해둔 자금이 시중으로 풀릴 지 주목된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등 유럽의 4개 국가에서 3~4월 중 가계의 예금 규모가 1000억유로 이상 증가했다. 앞서 최근 10년 내 2개월 평균 가계 예금액의 세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외출이 막히고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소비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특히 예금액이 가장 급증한 곳은 프랑스다. 프랑스에서는 3~4월 가계 예금액이 358억유로(약 48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10년 내 2개월 평균 가계 예금액이 92억유로였던 점을 감안하면 3배 이상 많았던 것이다. 이탈리아도 지난 3~4월 중 가계 예금이 207억유로 늘었으며 스페인은 174억유로 증가했다. 두 나라에서는 최근 10년 내 2개월 평균 예금이 55억유로, 29억유로였다.


유럽 내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막은 것으로 평가되는 독일의 경우 3~4월 중 가계 예금이 32억유로 증가했으나 최근 10년 내 2개월 평균(135억유로)보다는 적었다.

질 모엑 AXA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에서 식당 예약이 늘어난다는 점을 언급하며 경제가 회복하는 기미를 보이고 있고 "최근 저축액을 소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 이전 저축률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한다면 그렇지 않다고 본다"면서 "꽤 걱정되는 부분이 이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4개국 외에 영국에서도 3~4월 중 저축액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댄 핸슨은 영국 가계 저축이 2분기에도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회복 국면의 핵심이 될 향후 저축액이 얼마나 떨어지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래 일자리와 소득에 대한 가계의 우려가 이후 높은 수준의 저축액을 유지하도록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현상은 유럽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지난 4월 개인 저축률이 33%로 집계돼,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3월 중 저축률이 13.1%로 1981년 11월 이후 38년 4개월만에 최고 기록을 세웠지만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던 사이 한달만에 기록을 갱신하게 된 것이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그레고리 다코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과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여전히 남아 있어 사람들이 평소처럼 외출하고 지출하려는 욕구가 억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총저축률(잠정)은 36%로 전기대비 1.6%포인트 상승했다. 분기 기준으로는 2018년 3분기(36.3%) 이후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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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률이 높아졌다는 건 소비가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에서 소비는 경제 성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요소다. 올해 1분기에는 전년동기대비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했다. 미국 경제도 3분의 2 가량이 소비를 통해 이뤄진다. 결국 봉쇄 해제 등으로 경기 회복의 효과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소비가 살아나야한다. 블룸버그는 "실업이 미래 지출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보조금 지급 등 경기부양책을 통해 개인이 소비를 촉진하려한다고 전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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