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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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된 지 3개월이 지난 지금, 우리는 전 세계에서 몰라보게 높아진 대한민국의 위상을 실감한다. 한국은 비단 방역뿐만 아니라 경제 분야에서도 선진국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게다가 세계 교역량이 30%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 속에서도 한국의 1분기 수출 감소율은 1.7%로 세계 10대 수출국 중 가장 양호했고 수출 순위는 6위로 지난해 이맘때보다 오히려 1단계 상승했다. 무역수지의 경우 4월 들어 99개월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지만 한 달 뒤인 5월에는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일각에서는 5월 흑자 폭이 전보다 줄어든 점을 우려하지만 우리 제조업이 정상 가동하기 위해 필요한 자본재 수입이 지속되는 데 따른 현상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우리 기업들도 코로나19 이후 급변하는 생활방식과 소비 패턴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원격교육, 재택근무 등 비대면(언택트) 관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지난 1~5월 컴퓨터와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79%, 176% 증가했다. 한국 방역 제품에 대한 선호와 위생, 건강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의료용품, 위생용품, 청정 가전 등의 수출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위기를 잘 버텨낸 우리 수출이지만 전염병 사태의 장기화는 미래를 낙관하기 어렵게 한다. 지난 4월에 이어 5월에도 수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다. 각국의 생산 중단과 이동 제한으로 글로벌 수요가 위축되고 국제 유가가 급락한 데 따른 것으로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시계(視界)는 여전히 흐리기만 하다. 팬데믹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예상하기 어려운 데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자칫 '수출 절벽'이 현실화하는 위기 상황에 대응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전략을 주도할 구심점이 필요한데, 때마침 정부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확대무역전략 조정회의'를 지난 2월에 이어 이달 10일에 개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이로써 우리 기업들은 유동성 부족 해소 차원에서 마련된 300조원 이상의 무역금융을 올해 공급받고 각국의 입국 제한 조치에 대응해 화상 상담회와 온라인 전시회 참가를 지원받고 있다. 정부는 전염병 사태로 중요성이 부각된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반도체 등 주요 품목의 수급 위기 경보 시스템도 가동 중이다.


무역협회 차원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해 기업 애로 해소 대응 체계를 구축해 운영하는 한편 수출입 물류 애로 극복을 위해 충칭과 자카르타, 나리타, 프랑크푸르트 등에 전세기를 긴급 투입했다. 우리 기업인의 중국 입국 시 격리 절차를 최소화하는 '한중 신속통로' 창구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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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앞바다를 비추는 오동도 등대에는 '암야도광(暗夜導光)'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밤바다에 한 점 희망의 불빛을 비추는 등대처럼, 전대미문의 복합 위기를 맞아 정부와 기업, 지원 기관이 혼연일체가 돼 경제 위기의 파고를 헤쳐나갈 수 있는 리더십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팬데믹을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는 지금 우리 기업의 생존과 활로를 모색하고 한국 무역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무역 리더십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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