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담당 공무원, 민원인에 폭행당해
피해 공무원 기절에 뇌진탕까지
민원인 욕설·협박, 폭행 늘어
전문가 "재발 방지책 마련 시급"

이른바 '창원 공무원 폭행' 사건 폭행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공무원을 폭행한 민원인이 기절한 피해자를 앞에 두고 태연하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사진=KBS 뉴스 방송 캡처

이른바 '창원 공무원 폭행' 사건 폭행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화면. 공무원을 폭행한 민원인이 기절한 피해자를 앞에 두고 태연하게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사진=KBS 뉴스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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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완 기자] 최근 경남 창원시의 한 구청에서 40대 남성 민원인이 휘두른 주먹에 여성 공무원이 실신하는 사건 발생해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앞서도 민원인이 쇠파이프로 공무원의 머리를 내리치는 등 공무원을 향한 분풀이 범죄는 꾸준히 늘고 있으나, 이에 대한 대책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는 재발 방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지난 5일 창원시 공무원 노조와 경찰 등에 따르면 2일 오전 11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청 사회복지과를 찾은 민원인 A(45) 씨가 50대 여성 공무원 B 씨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폭행을 당한 B 씨는 뒤로 넘어지면서 탁자에 머리를 부딪쳐 뇌진탕을 일으켜 기절했다.

당시 A 씨는 긴급생계지원금이 입금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월 울산시 중구에서는 60대 남성 민원인이 쇠파이프로 공무원의 머리를 내리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주변에 있던 다른 공무원 5∼6명이 겨우 민원인 C 씨를 말렸지만, D 씨는 병원으로 이송돼 머리 부위에 봉합 처치를 받아야 했다.


구청 조사 결과 C 씨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자신의 기초생활 지원금이 줄어든 것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을 향한 민원인의 분풀이 범죄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민원인이 민원처리 과정에서 공무원에게 위해를 가한 사례는 총 3만8054건으로 전년(3만4484건) 대비 10.3% 증가했다.


폭언·욕설은 3만2312건으로 84.9%를 차지했다. 이어 협박 2353건(6.2%), 폭행 323건(0.8%), 성희롱 216건(0.6%)이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악성 민원인을 제재할 실질적인 방안 없다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공무원들은 민원인의 폭언 및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들은 민원인의 폭언 및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공무원들은 민원인의 폭언 및 욕설, 협박 등 언어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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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주무관 김 모(29) 씨는 "창원 사건처럼 민원인이 전과자인 경우 자신이 교도소에 다녀왔다며 협박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라면서 "'오늘 화장이 별로네', '몸매가 어떠네' 등 성희롱은 말할 것도 없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하루에도 이런 일이 몇 번이고 생기지만, 그런 민원인에 대한 대응 체계가 없는 것 문제"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악성 민원인에 대한 강력한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각 지자체가 마련한 비상벨, 폐쇄회로(CC)TV 등 대책에도 공무원은 민원인의 폭행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방안들은 사실상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허성무 창원시장은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A 씨가) 더 이상 접근할 수 없게 남자 직원들이 몸으로 가렸지만, 제압을 할 수 없었다. 몸싸움이라도 생기면 쌍방폭행이 돼버리니까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라며 "이런 면에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허 시장은 "전국의 지자체나 정부에서도 대책 매뉴얼이 있고 대응을 하고 있으나,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에 대한 대책이 좀 부족한 건 사실"이라면서 "이런 경우라면 미리 보호해 줄 수 있는 분들을 같이 배치한다든지 호신할 수 있는 어떤 장비들을 갖춘다든지 이런 것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민원인들이 공무원을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인식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민원인들의 폭행에 죽어 나가는 사회복지공무원의 처우개선을 부탁드린다', '공무원을 보호해주는 제도가 없다' 등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오고 있다.


청원인은 "사회복지공무원은 무엇보다도 국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이고, 가장 가까이서 국민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그런 공무원에게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공무원들의 업무환경이 개선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마련 해달라"라고 촉구했다.


전문가는 악성 민원인 대응과 관련해 실질적인 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공공기관, 법원 등에서도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문제는 비정상적인 민원 처리와 관련해서 각 기관이 어떻게 대응할지 매뉴얼이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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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인식을 강조하다 보니 고충이 있다. 이런 경우 비정상적 민원에 각 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민원창구에서도 민원담당 공무원과 민원인의 충돌을 예방할 수 있는 강화 유리 설치 등 다양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김수완 기자 su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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