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 경제학' 너,나,우리가 만든 '1일3깡'…밈노믹스에 빠졌다
업계 뒤흔든 1일1깡 "가수 비의 깡 열풍 잡아라"…새우깡 광고 '밈'으로
사딸라·묻고더블로가 버거킹 '밈'도 화제…억지 밈은 오히려 불편·이미지 하락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1일3깡(하루 3번 깡을 본다)', '식후깡(밥 먹고 난 후 깡을 본다)' 등 그야말로 '깡' 신드롬이다. 깡은 가수 비가 2017년 발표했던 노래다. 당시에는 흥행하지 못했지만 유튜브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과 패러디가 화제가 되며 역주행 열풍이 불었다. 깡에 나오는 가사와 춤 등에 재미난 댓글이 달면서 3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것. 깡이 밈(Meme, 말·사진·영상 등을 활용한 온라인 놀이문화·유행 콘텐츠)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밈 경제학'이 조명을 받고 있다. 밈이 온라인을 넘어 산업 전반을 흔들면서 밈과 경제학(Economics)이 만나 탄생한 '밈노믹스 열풍'을 잡기위기 위한 업계 발걸음이 분주하다.
◆'마케팅 귀재' 농심…밈노믹스 잡는다=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농심. 10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밈으로 시작된 깡 열풍과 맞물려 새우깡이 함께 언급되고 많은 누리꾼들이 댓글로 모델 섭외를 요청한 데 힘입어 비를 광고 모델로 선정했다. 앞서 온라인에서는 비를 광고 모델로 섭외해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아예 구체적인 광고 내용까지 적은 게시물도 인기를 끌었다. 게시물에는 "농심은 지금 당장 지훈이형(비)을 모델로 섭외해서 CF를 찍어야 한다. 새우깡은 1일3깡 해야한다. 지훈이형은 꾸러기 표정 지으며 과자 입속에 넣고 이때 BGM으로 '화려한 조명이 나를 감싸네'가 흘러 나온다. 지훈이형은 깡 세봉지를 잡고 씨익 웃으며 '이건 절대 포기 못해요' 말하고 입술을 깨문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농심은 밈노믹스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가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광고를 제작할 방침이다. 깡 열풍이 온라인에서 자연 발생했다는 점에 착안해 광고 자체를 밈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농심은 새우깡과 깡 트렌드를 즐기는 영상을 응모하는 '새우깡 대국민 챌린지'를 추진하고, 그 결과물을 활용해 비와 함께 광고를 만든다. 농심 관계자는 "소비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위해 대국민 참여 캠페인으로 기획한 것"이라며 "'1일1깡' 열풍과 함께 새우깡도 큰 사랑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심의 움직임에 대해 업계는 극찬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마케팅과 홍보 활동을 펼치면서 소비자 니즈(Needs)를 충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새우깡은 1971년 출시된 이후 농심의 스낵 제품들 중 가장 많이 팔린 스테디셀러다. 지난해 국내 과자시장 소매점 기준(3분기 누계) 매출액 톱(Top)3위에 들 만큼 인지도가 높아 사실상 별다른 마케팅 활동이 필요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농심은 비의 새우깡 모델 발탁을 계기로 내년에 50주년을 맞는 장수 제품 이미지를 더욱 젊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로 업그레이드해 마케팅 효과를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시한 용어 밈은 유전적 방법이 아닌 모방을 통해서 전해지는 문화 요소를 뜻한다. '밈노믹스'는 시장원리가 아닌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를 통해 경제 현상을 분석한 것이 특징이다. 오늘날 대중문화계에서는 밈을 '온라인에서 유행하는 특정한 문화 요소와 콘텐츠'를 뜻하는 말로 쓴다. 그리고 밈은 온라인을 넘어 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기업들은 수익을 극대화할 마케팅의 수단으로 '밈노믹스'를 활용한다. 실제 깡 마케팅에 힘입어 농심의 2분기 실적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증권가 컨센서스(추정치)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평균 9~15%, 영업이익은 최대 4배 가까이 상승이 예상된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적극적인 콘텐츠 마케팅으로 시장 관심도가 지속 높아지면서 농심의 영업실적 상승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증명된 밈 경제학…억지 '밈'은 역효과= 밈노믹스의 대표 사례가 된 '1일1깡' 이전, 김응수의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김영철의 '사딸라' 등이 출발점이었다. 지난해 광고 시장에서는 버거킹의 '사딸라'가 화제였다. 4900원에 판매되는 버거킹의 올데이킹 프로모션 광고로, 배우 김영철이 드라마 '야인시대'에서 했던 김두한 대사인 '사딸라'를 패러디했다. 광고의 내용은 김영철이 버거킹 매장에 들어가 직원에게 햄버거 세트를 주문하며 시작한다. 직원이 가격 안내를 하는 순간 김영철은 야인시대 속 명대사인 '사딸라(4달러)'라고 말한다. 결국 4900원에 가격 합의를 보고, 드라마 속 대사인 '오케이, 땡큐'를 외치고 악수를 하며 협상을 마무리한다.
버거킹은 온라인과 SNS에서 '김두한식 극딜협상'이 화제가 되면서 밈이 되어가는 것에 주목하고 광고를 제작했다. 밈노믹스 효과를 제대로 체감한 버거킹은 이후 배우 김응수를 발탁했다. 영상 속에서 그는 버거킹 매장의 계산대 앞에서 진중한 얼굴로 한참을 고민하다 '묻고 더블로 가!'를 외친다. 영화 타짜 시리즈 3편인 '타짜:원 아이드 잭'이 개봉하자 1편의 곽철용 캐릭터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묻고 더블로 가!'라는 대사가 유행 콘텐츠가 됐다.
두 편의 광고는 성공적이었다. 광고 자체가 밈으로 사랑을 받으면서 이날 기준 유튜브 조회 수 576만회(김영철 광고), 712만회(김응수 광고)를 돌파했다. 올데이킹은 출시 13개월 만에 누적 1500만 세트 판매라는 기록을 세웠다.
업계는 밈에 주목하면서 밈을 활용한 마케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대중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마케팅에 접근할 수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역시 "이제는 대중이 콘텐츠를 만드는 시대"라면서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너무 억지스럽거나 무분별한 사용은 오히려 반감을 유발한다. 실제 롯데칠성은 지난달 21일 공식 인스타그램에 '깨수깡 X 깡'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직원을 비로 패러디한 사진을 올렸다. 비의 허락도 없이 패러디 사진을 올린데 팬들이 항의하자 롯데칠성은 "그분을 모시기 어려웠다"면서 "시무20조(팬들이 비에게 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행동들)을 위반한 것은 사과한다"라며 장난스레 응대했고 뭇매를 맞았다. 결국 롯데칠성은 해당 사진을 내리며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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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밈을 활용한 마케팅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섬세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밈의 배경이나 맥락에 대해 소비자들의 이해도가 높아 유행에 편승한 고민없는 마케팅은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란 설명이다. 성열홍 홍익대 광고홍보대학원장은 "밈을 활용하기 위해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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