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기본소득, 열차는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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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 "나는 지금, 가장 단순한 방법이 가장 효과를 거둘 것이라 확신한다. 빈곤 해결은 현재 널리 논의되고 있는 방법, 즉 보장소득(기본소득)이라는 방법으로 직접 빈곤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196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던 미국의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가 1967년에 내놓은 책의 한 대목이다. 책의 제목은 '우리는 여기서 어디로 갈 것인가:혼돈인가 공동체인가?'이다.

유명한 '그의 꿈'은 인종 차별이 없는 세상 뿐 아니라 빈곤의 해결에까지 닿아 있었다. "보장소득 계획에 따르면, 전체 빈곤자의 3분의2를 차지하고 있는 백인에게도 이익을 가져다 준다. 나는 흑인과 백인 양쪽이 이 변화를 수행하기 위해 연대하여 행동하기를 바란다." 암살에 의해 생을 마친 킹 목사는 보다 평화로운 세상의 거름이 됐지만, '그의 꿈'은 여전히 과제다.


진보나 인권 운동 진영의 목소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제임스 토빈, 폴 새뮤얼슨,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등 경제학자들과 밀턴 프리드먼, 프리드리히 하이에크 등 보수주의자들이 기본소득 보장을 주장했고, 1968년에는 이에 동의하는 1200명가량의 경제학자들이 기본소득 청원서에 서명을 했다.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기본소득 법제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쇼크는 한국에서도 기본소득 논의를 본격적으로 이끌어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빵을 사 먹을 수 있는 자유"로 불을 지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은 사회주의식 배급제라고 비판했지만, 기본소득 논의의 역사를 살펴보면 특정 이데올로기 체제의 전유물로 보기는 어렵다.


다가오는 대선에서 기본소득은 최대 쟁점이 될 수밖에 없게 됐다. 무엇보다 국민들이 재난지원금이라는 형태로 이미 체험을 했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국가의 재정과 복지 시스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공적 비용 등에 대한 전면적인 고찰을 전제로 할 것이다. 기술이 산업혁명과 삶의 변화를 가져왔듯, 우리는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길목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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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는 이미 출발했다. 가장 현실적이면서 이상적인 종착지 혹은 기착지를 정하는 과제가 놓여 있을 뿐이다. 21대 국회는 이래저래 어깨가 무겁다. 진정성을 갖춘 활발한 논의는 결론의 충실성을 높일 것이다. 정치적 계산은 접어두길, 아니 현실적인 바람으로, 최소화하길 바란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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